'말로만 인권보호' 인권위 까르프 성희롱 사건 기각 법원 취소 판결

국가인귄위원회 출범 이후 처음으로 인권위 의결사항에 대해 서울행정법원의 취소 판결이 났다.
지난 12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는 인권위가 `까르푸 성희롱 사건`을 기각한 것에 대해 처분 취소 판결을 내린 것이다. 인권위는 회식 내에서의 가해자인 회사간부 유모씨의 성적 언동을 성희롱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지만, 서울행정법원은 국가인권위법 제2조 5호에 의거해 성희롱에 해당한다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성희롱, 서비스 현장 전체 문제

이에 대해 서비스연맹, 한국성폭력상담소, 까르푸노조는 지난 15일 공동성명을 내고 "인권위는 직장내 성희롱 문제와 관련해 가부장적, 가해자 중심적 태도에서 벗어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인권위가 5건의 성희롱 사건을 전부 기각하기까지, 일부 피해자들의 진술 번복과 가해자의 사실 부인에만 치중해 기본적인 자료 검토조차 방기하는 등 상식 이하의 가해자 중심적 태도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또한, "인권위는 까르푸 성희롱 사건의 가해자 집단이 여성 노동자들의 고용주 혹은 상사로서 성별 권력관계 뿐만 아니라 엄격한 직급간의 권력을 쥐고 있다는 점을 망각했다"면서 "엄격한 권력 관계 속에서 피해 여성들이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웠고, 일부 피해자들의 진술 번복이 충분히 발생할 수 있음을 인권위는 인식하지 못했다"고 질타했다.

성희롱 가해자와 까르푸 사측에 대해서도 "면목점 성희롱 사건은 까르푸 내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 중의 일부이며, 2002년부터 2005년까지 공개된 성희롱 사건이 10건에 육박한다"며 "이는 까르푸 자본이 가진 가부장성과 이를 기반으로 한 까르푸의 성차별적 직무 및 노동 환경 구조에 기인한 문제이며, 까르푸를 포함한 서비스 유통 현장 전체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성희롱 가해자 및 까르푸 자본은 성희롱 사건에 대해 정중히 사과하고, 피해자들의 요구에 따라 가해자에게 응당의 징계를 내리라"며 체계적인 성폭력 예방교육 실시와 사내 반(反) 성폭력 규약 및 강력한 처별 규칙 제정 등을 촉구했다.

까르푸 사건 전말은 5건의 성희롱

한편 까르푸 사건의 전말은 피해자 6명, 5건의 성희롱 사건으로 서비스연맹과 까르푸 노조는 2005년 7월 25일 인권위에 `직장내 성희롱` 사건의 진정서를 제출했다.
진정 내용은 <회식자리에서 유모씨가 여직원에게 술을 마시라며 팔뚝을 때리고 깨물었으며, 다른 여직원에게는 허벅지를 만지고 때리는 등 성추행을 했다. 또 유모씨는 또 다른 여직원에게는 `결혼은 했냐, 이렇게 예쁜데 왜 결혼을 안 하고 있느냐` `네가 처녀라 냉이 나오면 안 되니까 방석을 사줬다` `고객님, 물침대가 준비됐으니 먼저 가서 벗고 누우세요` 등 발언을 통해 여직원들이 인격 모독을 느꼈다>는 것이었다. 피해 당사자와 동료 여직원들이 성적 수치심을 느낄만한 충분한 내용이었다.

그러나 인권위는 이 사건 모두를 기각했다. 인권위는 사건이 접수된 한 달 뒤인 8월 중순부터 4개월 동안 조사하고 12월 최종 기각한 것이다. "사회통념상 일상생활에서 허용되는 단순 혹은 호의적인 농담 수준으로 성희롱에 해당하는 언동으로 보기 어렵고, 참고인들의 진술 결과 진정인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인정할 객관적 증거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까르푸 노조는 "성희롱 사건조사를 전담하고 있는 인권위가 성희롱 피해자의 주관적 사정을 배제하고 가해자의 성희롱 의도 여부만으로 기각 결정을 내린 것은 부당하다"며 3월 3일 서울행정법원에 소장을 접수했다. 성희롱 여부의 판단은 객관적인 기준이 아니라 피해 당사자가 어떻게 느꼈는지 주관적인 것을 기준으로 한다는 주장이었다.

인권위 관계자는 이번 의결 처분 취소 판결에 대해 "조사가 부실했던 것에 대해 자성의 기회로 삼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이 사건은 이미 결정을 한 것이므로 재상정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순애 기자 leesa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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