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아오르는 대선 열기...한나라당은 지금 적전 분열중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MB). 한나라당 빅2를 중심으로 한 세확산 경쟁에 당내 그룹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가장 향이 비슷한 모임으로 평가받던 소장파 모임인 `수요모임`은 해체 위기 앞에서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고 있고 지역적으로 가장 튼실한 결집력을 자랑했던 대구·경북도 두 갈래로 양분되고 있다.
상징적이긴 하지만 두 곳의 상황은 친박과 친MB 그룹의 위력을 보여준다. 한편에선 이를 놓고 당 분열설을 거론하기까지 한다. 점차 명확하게 이등분되고 있는 한나라당 내부 상황을 점검해 봤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을 배출하며 잔뜩 기세가 올랐던 `새정치수요모임`이 타이타닉의 위기에 몰렸다.
남경필 의원이 대표를 맡고 있는 `수요모임`은 그 동안 당의 강경 보수 흐름에 제동을 걸며 자기 목소리를 내는 몇 안 되는 그룹으로 지목됐지만 대선 정국이라는 격랑 속에서는 별다른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모임의 축인 원희룡 의원이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부터 이미 예견됐던 터였다. 성향만 보면 손학규 전 경기지사에 쏠릴 법도 했지만 초반부터 빅2에 밀리면서 방향타를 잃은 듯 했고 원 의원이라는 `카드`도 구심축이 되기에는 부족했다.
한나라당의 경선준비위원회 격인 `2007년 국민승리 위원회`에 참여하는 5명의 예비대선 주자 대리인 중 무려 3명이 수요모임 소속이다.


소장파 대부분 친MB로


이 모임 대표를 지냈던 박형준 의원은 이 전 시장 대리인으로, 정문헌 의원은 손 전 지사의 대리인으로, 그리고 김명주 의원은 원 의원의 대리인으로 확정됐다.
핵심 주축 의원들이 뿔뿔이 흩어지다 보니 회원들의 줄서기도 제각각이다. 남 의원 정도가 원 의원을 밀고 있을 뿐 정병국 김희정 박승환 이성권 의원 등 상당수가 이 전 시장측으로 발길을 옮겼다.
그러다 보니 고진화 의원 등 개혁 성향 의원들이 위기에 몰려도 도와줄 우군을 찾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그나마 함께 경선에 나선 원 의원 이 육탄전을 펼치며 고군분투하는 상황이고 나머지 대부분 회원들은 밀고 있는 주자들을 생각하기에 급급해 보인다. 오히려 손 전 지사가 당내 우향우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제기할 정도다.
이미 당 내에서는 이번 대선 과정에서 `수요모임`의 정체성이 사실상 붕괴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결국 수요모임은 지난 7일, `모임 해체`냐 `존속`이냐를 놓고 토론을 벌인 끝에 간판만은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모임 관계자는 경선 이후에는 자체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감도 나타냈지만 현재의 당 분위기상 힘들지 않겠느냐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이념적으로 가장 결집력 강한 `수요모임`이 무너진 것처럼 지역 색채가 농후한 TK도 양분되고 있다.


지역 내 `총선싸움` 시각도


대구의 경우 안택수 의원이 이달 초 MB 지지를 선언하면서 확연한 선을 그었다. 이미 주호영 의원은 이 전 시장 캠프에 합류해 비서실장을 맡기로 했고 이명규 의원도 조만간 가세할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친박 진영의 핵심 책사인 유승민 의원을 비롯 박종근 이해봉 의원 등 7, 8명은 박 전 대표에게 기울어져 있는 양상이다.
상황은 경북도 비슷하다. 최경환 정희수 이인기 김재원 김태환 의원은 친박 계열로 분류되는 데 반해 이 전 시장의 형인 이상득 의원을 비롯 이병석 정종복 권오을 임인배 김광원 의원 등은 친MB로 구분된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 깃발만 꽂으면 된다`던 TK 지역에 벌써부터 `총선 싸움`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한나라당 소장파의 한 관계자는 "바로 이런 상황을 우려해 손 전 지사가 부상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었다"면서 "그 동안 이회창 전 총재라는 강력한 우산 속에 길들여졌던 우리당이 이런 대결 구도를 잘 극복해 나갈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우려했다.
한나라당 내 양분화 현상이 과연 당 분열의 전조일지 경선 과정이 일차적인 가름대가 될 전망이다.
유상민 기자 uporter7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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