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찬 <이명박 리포트> 후폭풍

김유찬씨가 출간을 준비하고 있는 <이명박 리포트>를 놓고 진실 공방이 한창이다. 과거 이명박 전 시장(MB)의 행적을 놓고 인터넷 상 기싸움도 치열하다.
이 전 시장은 "사실 무근"이라며 김 씨의 주장에 반박하고 있고 김 씨 또한 "법정 공방을 피하지 않겠다"고 맞불을 놓은 형국이다. 여기에 관련된 제3자들이 얽히면서 상황은 더욱 복잡해졌다.
가장 관심을 모으는 것은 역시 김씨의 책이 담을 내용이다. 주로 MB의 사생활이 거론될 것으로 전해진다. MB측은 이에 대해 2002년판 <이명박 리포트>를 입수해 대응책 마련에 들어간 상황이다. MB측 관계자는 "김씨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단계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1등은 공격받을 수 밖에 없다. MB가 여론조사에서 부동의 1위를 질주하고 있지만 앞으로 제기될 `검증`의 고개를 넘지 못한다면 상황은 돌변할 가능성이 높다.
정인봉 변호사의 선거법 위반 기자회견에 이어 김유찬씨의 주장은 진실여부를 떠나 MB측을 적지 않게 곤혹스럽게 만든 상황이다. 당초 MB측은 이 문제에 대해 `사과성명` 등을 통해 깨끗이 넘자는 대책을 세워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정 변호사의 문제 제기가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하자 전략은 수정됐다. 한동안은 조용할 것이라며 `대운하 구상` 등 공약 마련에 다시 눈을 돌리려 했지만 예상치 못한 뇌관이 터졌다. 김씨의 연이은 기자회견과 <이명박 리포트>의 출간이 예고된 것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김씨의 등장이 정 변호사에 의해 이끌어졌다는 점에서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지만 김씨 측에서도 예상치 못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여의도 정가의 한 인사는 "김씨는 당초 출간 일정을 경선 전후나 대선 전후로 잡았던 것 같다"면서 "몇몇 주장에서 모순이 발견되고 책 내용 역시 완성 단계는 아닌 듯 하다"고 말했다.

아직은 `미완성`

김씨는 현재 원고가 거의 완성됐으며 변호사의 법률 자문을 거치고 있어 이르면 2월 말에는 책을 시중에서 구입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과거 지인들에게 `가필`을 요청하는 등 재산축적이나 여자, 종교 문제 같은 민감한 사안들에 대해서는 아직 정리가 덜 된 것으로 보인다. 1996년 총선 당시 함께 일했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실제 김씨는 이런 문제들에 대해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위치였다"면서 "계속 책을 수정하고 가필하는 것을 보면 어느 쪽이 맞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씨는 출간 준비중인 <이명박 리포트>에서 "이 전 시장의 여자, 재산, 종교 문제에 대해 자세하게 적어놓았다"면서 목차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책은 ▲이명박, 그는 아니다 ▲누가 배반자인가 ▲나는 밥보다도 정치가 중요해 ▲이제야 진실을 밝힌다 ▲후기 등으로 크게 나눠져 있다.
전체적인 소제들을 보면 1996년 선거법 위반 전후 상황, MB의 사생활 관련이 주를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조작된 신화, 일그러진 영웅` `이명박, 정주영 회장의 고희연에서 쫓겨나다`, `이명박 X파일이 열린다`, `이명박을 떠나간 사람들`, `17년간 봉사한 운전기사를 해고한 이유는 전셋돈 200만원 때문` 등 한결같이 MB에 부정적인 뉘앙스를 가지고 있다.
`이명박의 여인들, 종교와 신앙도 출세를 위하여`, `이명박! 나를 살해 협박하다`, `이명박 재산이 178억뿐이라고?` `시간을 정말 안 지키는 후보자` `숙대 출신은 안돼` 등 자극적이고 MB의 도덕성을 직접적으로 겨눈 것들도 눈에 띈다.

핵심은 `위증교사` 여부

김씨는 이 책을 가지고 여지저기 거래를 시도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후보 확정 이후 기자회견을 하면 자칫 정파나 정치세력간 이해관계의 희생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 미리 기자회견을 한 것"이라고 배후설을 일축했다.
그러나 MB측에선 김씨 기자회견의 주요 내용이 허구라며 강력 부인하고 있다. 위증 교사 및 대가 지급은 완전히 거짓말이며 상암 DMC 입찰 관련건도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오히려 MB측은 2002년 김씨가 발간을 위해 준비했다는 2002년판 <이명박 리포트>를 입수해 반박의 자료로 삼고 있다.
내용은 크게 3가지다. 2002년 판에는 출국이 자신의 의지에 의한 것이라고 했는데 최근에는 MB가 적극 개입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는 게 첫 번째다.
두 번째는 폭로 번복 편지와 관련해서인데 MB측이 제시한 자료에는 "존경하는 이명박 의원님…. 인간적으로 죄송하다…. 세인의 관심으로 멀어지고 싶다"는 편지 내용이 담겨 있다. 김 씨는 이와 관련 "집요하리 만치 MB에게 불리한 내용을 삭제할 것을 요청받았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은 가장 큰 논란이 되고 있는 `법정 진술 번복 및 위증교사` 부분이다.
MB측이 제시한 2002년판 리포트에는 이런 내용이 담겨 있다.
<평소 친형님처럼 생각하는 이광철 비서관에 대한 면죄부성 증언을 할 수 밖에 없었다. … 법정에서 검찰진술의 번복은 이렇게 하여 이뤄졌다.>
<나는 MB측으로부터 사건과 관련 애시당초 뒤를 보장하겠다거나 금전적 보상을 받았거나 약속받은 바 없다. 법정에서 실체적 진실을 왜곡해가며 결과적으로 MB를 부활하게끔 유리하게 진술한 이유는 그저 내 자신이 시작한 사건으로 인해 말못할 고생을 한 이들에 대한 인간적 자책감과 우리네 정치현실에 대한 나 개인으로서의 무력감 그리고 MB같은 인물이 그나마 현존의 정치인들 중에는 부패하지 않은 인물이라는 그래서 그로 하여금 다시 정치를 잘 할 수 있는 기회를 내가 박탈해서는 아니되겠다는 생각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였다.>
결국 김씨의 자발적인 행위였지 위증교사는 말도 안 된다는 게 MB측 입장이다. 반면 김 씨는 기자회견과 언론인터뷰를 통해 "위증 교사를 하는 대가로 1억2500만원 상당의 금액을 제시했다"면서 "호구지책이라는 취약점을 잘 알았기 때문에 한번에 150∼200만원씩 줬다"고 주장했다.

핵폭탄? 해프닝?

현재 여의도 정치권에는 김씨가 출간 준비중인 <이명박 리포트>의 목차와 초고본이 여럿 나돌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체적으로 구성은 비슷하지만 조금씩 차이 나는 부분도 없지 않다.
초고의 경우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법률 자문 검토중`으로 비어있기도 하고 이보다 적은 분량의 어떤 문서에는 검증되지 않은 사생활 부분도 적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어느 쪽이든 리포트가 발간될 경우 진실 공방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명박 리포트의 발간 자체를 회의적으로 보며 결국은 `해프닝`으로 끝날 것이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여자문제나 종교 문제 등은 결국 책에서 빠질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MB측은 지난 2002년 출간 예정의 리포트도 MB를 공격하는 내용이었던 만큼 이번에는 더 부풀려졌을 것이라며 향후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검증 정국의 한 가운데에 있는 <이명박 리포트>가 대선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유상민 기자 uporter7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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