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주택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한나라당의 저의

분양원가 공개 및 분양가 상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주택법 개정안이 23일 국회 건설 교통 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원회에서, 최근 청와대 민생회담에서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이 문제에 대해 협조하겠다고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의 반대로 좌초 위기를 맡고 있다. 오전 회의에서 분양 원가 공개와 분양가 상한제가 자본주의의 붕괴와 민간 부문의 주택 공급 위축을 문제 삼아 격론이 벌어졌으나 점심을 위해 정회 후 한나라당 소위 위원 4명이 오후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으며 또 사회권을 쥔 소위 위원장 윤두환 한나라당 의원이 오후 회의를 시작하지도 않고 급히 자리를 떴다 한다. 이에 대해 대표적인 민생 법안인 주택법 개정안 좌초에 대해 각 시민단체들이 일제히 비난 성명을 쏟아냈다.

민간부문의 주택공급 감소와 자본주의의 붕괴를 이유로 주택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한나라당의 의견이 전혀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자유 시장경제 체제에서 모든 상품의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이번 주택법 개정안에서 분양원가 공개와 분양가 상한제 도입의 목적은 국민의 정부 시절 분양가 자율화 이후 지나치게 부풀려진 분양가의 거품을 일부 제거해 집값 급등의 단초를 제공했던 분양가를 합리적 수준의로 유지하여 주택시장의 가격안정을 꾀하고 일반 서민들이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자는 것이지 결코 건설업체의 적정마진을 박탈하자는 것이 아니다. 적정 마진을 확보 할 수 있는 사업을 주택건설 업체들이 포기하거나 대폭 축소 할 수 있다는 것은 너무 성급한 염려이다. 또 이것은 자본주의와 자유 시장경제 체제 훼손의 기우 보다 국민의 안정적인 생활에 훨씬 큰 기회비용을 제공 할 것이다. 급격한 환율의 변동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정부는 환율에 개입을 한다. 이것을 자본주의의 붕괴의 단초라고 우리는 비판하지 않는다. 그리고 생활의 필수품이 아닌 금융상품인 주식이 급등한다고 정부가 주식시장의 안정을 위해 특별한 정책을 펴지 않는다. 자유시장경제 체제에서 규제는 적을수록 좋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주택은 일반 상품과 달리 공공성을 지닌 상품이다. 그렇기에 프랑스에서는 국민이 국가에 주거권을 보장 해 줄 것을 요구하고 국가는 또 그러한 국민의 요구를 받아들여 국민들의 안정적 주거를 위해 국가 차원에서 재정을 지원, 국민의 주거 안정권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기도 하다. 주거권 자체를 한 개인의 문제로 보기보다 주거권의 공공성을 인정하는 것이다. 우리 국민이 국가에 주거권을 요구하지는 못하더라도 국가는 적어도 국민의 안정적인 주거권을 확보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국가가 국민에게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소극적 조치다.

인간 생활의 가장 기본이 의식주 해결이다. 다시 말해 주택은 생활필수품인 것이다. 쌀이 생활필수품이란 이유로 쌀값은 20~30년 전에 비해 고작 100~200% 인상된데 반해 다른 공산품의 경우 2000~3000%씩 인상되었다.

주택법 개정안이 자본주의 붕괴의 단초를 제공한다고 주장하는 한나라당 내의 역사 속에 있는 정당들이 왜 이런 정책을 폈었는지 되묻고 싶다. 우리 농촌의 주요 생산품인 쌀 가격의 왜곡으로 지금 우리 농촌은 존립의 기로에 서 있다. 분양가 상한제와 분양원가 공개는 쌀값처럼 주택가를 왜곡, 건설업체를 죽이자는 것이 아니라 왜곡된 집값을 바로 잡아 가격 왜곡의 후유증을 미리 차단하고 집 없는 도시 서민들을 위협하는 주거비 폭등을 막자는 것이다. 물론 생산자로서 건설업체들의 적정 이익을 훼손하거나 경쟁력을 떨어뜨리진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이 주택법 개정을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나라 주택 보급률이 2006년 말 현재 107%에 이르며, 주택 소유율도 2006년 7월 현재 60.3%로 이른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운운하는 민생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사전 상 일반 국민의 생활과 생계를 의미한다. 전언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주택 소유율이 60%를 넘어섰다. 그렇다면 진정한 민생이 무주택 세대인 40%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유주택 세대인 60%를 위한 것인지를 우리는 고민해야 한다고 본다. 주택법 개정안의 목적은 집값 안정을 통해 집 없는 서민들이 내 집을 마련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자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목적이 60%인 유주택 세대에 유용한가 하는 점이다. 물론 대부분의 유주택자들은 투기나 시세 차익을 목적으로 주택을 마련하지 않았을 것이다. 주택 시장도 가격 형성에 선도 세력과 선도 지역이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런 선도 지역, 소위 버블 세븐 또는 명품 세븐이라는 지역은 생활의 프리미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자연스레 공급은 한정된데 반해 수요는 꾸준히 증가해서 타 지역에 비해 주택가격 상승률이 높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러한 지역에서 선도세력, 소위 투기세력이 투기를 시작하면 이는 전국적인 집값 안정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러한 집값 형성 메커니즘에서 과연 유주택자들이 피해자인가 수익자인가는 간과해서는 안 될 매우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정부는 대표적으로 종합부동산세를 통해 이를 규제하고 있다. 설령 본인의 의도가 아니더라도 집을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집값이 오르면 유주택자들이 기분이 좋은 것은 인지상정이다. 어느 누가 자기 재산의 가치가 올라가는 게 싫겠는가? 버블세븐 지역에서 시작됐던 집값 담합 문제는 전국적인 추세가 되어가고 있는 것을 봐도 이는 쉽게 이해 할 수 있다.

정당 지지율 50% 이상, 박근혜, 이명박  후보 지지율 70% 이상, 이러한 수치들이 유주택 비율과 엇비슷한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  집값 상승의 수혜자들이 많다는 정치적 손익이 한나라당의 주택법 개정 반대의 이면적 이유가 아니길 바라며, 정책의 실패에 대한 현 정권의 책임이 명백한 것처럼, 문제의 해결책을 마련해 놓고도 정치적 이해관계로 적정 처방을 취하지 못해 초래되는 사태에 대해선 야당도 국민의 질책의 대상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참여정부는 집값 안정을 위해 수많은 정책을 내놓았다. 정책이란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시책이다. 물론 그 어떤 정책도 완벽한 것은 없으며 부작용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 정책의 목적은 분명하며 그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지금껏 정치권에서 구호처럼 외쳐 왔던 상생과 대통합의 정신과 기득권의 양보의 미덕이 이번 주택법 개정안 처리 과정에서 십분 발휘되어 소수의 국민이 살기 좋은 나라가 아니라 보다 다수의 국민이 살기 좋은 나라가 될 수 있도록 정치권에서 최선을 다해 주길 바란다.

위성규 기자<위성규님은 서울에 사는 30대 직장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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