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청와대·정부, MB 향한 집중 포화 왜?

"저는 비록 지금 당적을 정리하지만 열린우리당의 성공을 바랍니다. 한국 정치발전이라는 역사의 큰 길에서 언젠가 여러분과 다시 함께 어깨를 같이하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지난 달 말 `당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이라는 편지글과 함께 당을 탈당한 노무현 대통령의 향후 행보를 놓고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 설 연휴를 지나 청와대에서 나오는 목소리가 예사롭지 않다는 게 한나라당 인사의 말이다. 최근 청와대에선 이명박 전 시장(MB)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연이어지고 있어 노 대통령이 직접 대선 정국에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실물경제 좀 안다고 경제를 잘 하는 게 아니다."
노 대통령의 발언은 과연 누구를 겨냥한 것일까. 정치권에선 대체로 이 전 시장을 지목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또 다른 자리에선 "차기 대통령은 정치를 잘 아는 사람이 차기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는 당부도 곁들였다.
경제가 아닌 정치를 강조한 노 대통령의 발언은 사실상 이 전 시장에 대한 견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와관련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왜 이 전시장을 겨냥한 것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특정주자를 겨냥한 발언이 아니다"며 "이 전 시장은 정치권에 들어온 지 이미 10년이 된 사람 아니냐"고 얘기하기도 했다.

盧 VS MB `정면 충돌`

청와대 발 MB 폭격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 중순에는 부동산 정책의 실패 원인을 공공 기관의 땅 장사 탓으로 돌리며 특히 뚝섬 개발 사업을 예로 들었다. 다분히 MB가 타깃이 됐다.
`국정브리핑`은 이와 관련 "민간 택지 뿐만 아니라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공급한 공공택지로 지은 아파트조차 고분양가 논란이 되풀이되면서 투기 심리를 부추겼다"면서 서울시를 한 사례로 거론했다.
특히 브리핑은 "지난 2005년초 서울시가 뚝섬에 초고층 주상복합단지를 조성하겠다며 1ㆍ3ㆍ4구역 상업용지를 시세보다 훨씬 높은 가격인 1조원이 넘는 돈을 받고 팔았다"고 주장했다.
"당시 최고가 경쟁입찰 방식을 도입한 서울시가 당초 참여업체들의 경쟁이 과열됐다며 돌연 매각을 취소했다가 4개월 뒤인 2005년 6월 감정가를 40%나 올린 채 다시 공매에 나서면서 논란을 빚었다"는 것.
브리핑은 이와 관련 "당시 4구역의 땅을 평당 7732만원이라는 사상 최고가에 낙찰받은 한 업체는 최근 두 차례나 연장한 잔금납부기한을 넘기면서 사업 자체의 위기를 맞고 있을 정도"라며 "땅값이 7000만원대면 아파트 평당 분양가가 4000만원을 넘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와 일각에서는 `뚝섬 땅을 비싸게 팔아 서울시 빚을 줄인 유능한 서울시장인지는 몰라도 국가 전체로는 아파트 값 폭등을 부채질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고 공격했다.
이에 대해 MB측의 정태근 전 정무부시장은 "정부의 부동산정책으로 인한 부동산 가격 폭등의 책임을 지자체인 서울시에 전가하려는 속셈"이라며 매각 당시 4조원에 달하는 매각이익을 포기하고 2300억원을 들여 `서울숲`이라는 시민들을 위한 공간을 마련했다"고 반박했다.
부동산 정책은 MB측이 대선 공약 중 가장 중요시하게 생각하는 분야중 하나다. 이 전 시장 지지층에서도 그의 `현대건설` 경력과 서울시장 재임시 `뉴타운 개발` 등을 지지이유로 꼽는이들이 적지 않다.
때문에 정부의 이 같은 주장이 계속된다면 MB측의 압박감은 날로 높아갈 수 밖에 없다.

"청와대가 선거본부?"

부동산에 이어 청와대가 태클을 건 것은 이 전 시장의 최대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 구상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지난 1일 "토목이 경제의 중심인 시대는 넘어섰고 지금은 IT 지식산업의 시대"라며 "운하 구상은 국민을 얕보는 것"이라고 폄하했다. 이에 앞서 노 대통령도 지난달 22일 열린우리당 신임지도부와의 만찬회동에서 "운하가 우리 현실에 맞는 것이냐"고 의구심을 표명했었다.
이어 청와대 고위관계자도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토목이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IT시대에 토목공사 공약은 국민을 얕잡아 보는 것”이라고 비판을 했다.
이에 대해 이 전 시장측은 "이미 예상했던 일"이라며 "한반도 대운하가 21세기 첨단 IT가 응축된 종합예술이자 과학기술 발전의 결정체라는 점을 간과한 데서 나온 것 같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 전 시장측에서도 대운하 구상은 아직 현재 진행형이어서 논란은 대선 정국 내내 달구어질 전망이다. 단적으로 지난해 이 전 시장이 공론화 할 당시만 해도 바지선의 운행 시간은 40시간이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자 얼마 전부터 24시간으로 수정됐다.
노 대통령을 비롯한 청와대가 MB 견제에 들어가자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이를 `선거 개입`으로 규정하며 조기 진화에 나섰다.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2일 논평을 통해 “청와대가 한나라당 대권 주자 죽이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며 “마치 청와대가 범여권의 선거운동을 총괄하는 대책본부인 것처럼 착각이 들 지경”이라고 맹비난했다.
이어 "노 대통령과 청와대의 대권주자들에 대한 정치공작적 음해나 흑색선전, 비방은 명백한 선거중립 의무 위반이며 실정법에도 어긋나는 것"이라며 "벌써 올해 들어서만 5번째다. 한나라당이 아무리 점잖아도 참는데 한계가 있다"고 발끈했다.
나 대변인은 "노 대통령과 청와대의 부당한 선거개입이 계속될 경우 한나라당은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를 저지할 것이며, 국민적 심판을 면치 못할 것임을 다시 한 번 엄중 경고해 둔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황우여 사무총장도 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차기 대권 주자에 대한 노 대통령의 비판과 폄하발언이 되고 있고 김대중 전 대통령도 범여권통합과 선거연합을 통한 반한나라 전선을 시사했다”며 “전·현직 대통령의 언행이야말로 역사의 퇴행”이라 역공을 폈다.
친박 진영의 한 인사는 "올 초 까지만 해도 `좋은 대통령, 나쁜 대통령` 논쟁 등 대결 구도가 박 전 대표 대 노 대통령이었는데 최근 들어 대통령 대 MB로 바뀌는 것 같다"면서 "대선 정국에 판도 변화가 있음을 뜻한다"고 분석했다.
이 전 시장도 본인도 청와대의 발언에 대해 언급했다. 이 전 시장은 지난 2일 제주도를 방문해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청와대가 나에 대해 비판한 것은 자칫 오해를 받을 소지가 있다”고 노 대통령의 선거 개입 우려를 표명했다.
한반도대운하에 대한 공세와 관련, 이 전 시장은 "한반도대운하 공약은 단순한 프로젝트가 아니고 국가부흥의 사업인데 청와대가 제대로 인식을 못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盧, 킹메이커 본격 나서나?

사실상 그동안 노 대통령은 정치중립과 선거중립은 별개 사안이라며 선거중립은 하되 대통령도 정치인인 이상 정치중립은 하지 않겠다고 여러차례 밝혀왔다. `정치에 대해 할 말은 하겠다`는 입장이다.
노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인터넷 언론과의 대화에서도 “초당적 중립내각은 독재시대 잔재”라는 극단적 표현까지 섞어가며 정치중립의 의지가 없음을 표명한 바 있다.
노 대통령은 선진국에서도 대통령이 국회의원 선거 유세에까지 다니고 있으며 행정에 있어서 편파적인 문제를 일으키는 일이 없는데 우리나라에서 ‘초당’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안된다고 얘기하기도 했다.
더욱이 “위선적 구도를 요구하는지 이해할 수 없으며 ‘아닌 척’ 하면서 초당적 국정운영은 과거의 유산”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대선 정국에 어떤 식으로든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게 정가의 분석이다.
열린우리당 탈당 이후 정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노 대통령의 MB 견제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유상민 기자 jporter7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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