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춘풍 위기설

한나라당 `경선룰`을 둘러싼 갈등이 심상치 않다. 표면적으로는 이명박 전 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간의 신경전이지만 손학규 전 경기지사, 원희룡 고진화 의원 등 기타 주자들의 심기가 여간 불편하지 않다.
이들은 이미 `경선 불참`까지 강하게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손 전 지사가 중대 결심을 할 경우 그 파장은 심각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부터 당내에선 3강 경쟁 구도로 가지 않는다면 당 분열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적지 않게 제기됐다.
개혁 성향의 한 재선 의원은 "손 전 지사가 중립적 역할을 해야 빅2도 끝까지 함께 갈 수 있다"면서 "지금 지지율 차이가 많이 난다고 하지만 손 전 지사의 존재 여부는 흥행을 좌우할 만한 중대 요인이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내에선 손 전 지사와 비슷한 성향인 원, 고 의원이 결국에는 `연대`를 형성해 빅2의 독주에 제동을 걸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한나라당 잔류냐, 호랑이 굴로 뛰어드느냐.
이제 결단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더 이상 늦으면 발을 빼기도 어려워지게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구애의 손길을 뻗치고 있는 열린우리당으로 `훌쩍` 건너가는 것도 쉽지 않다.
민주당의 한 인사는 "손 전 지사의 고민이 상당할 것이다"며 "이인제 효과가 워낙 뿌리깊게 남아있기 때문에 당을 옮기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으로서도 손 전 지사는 반드시 필요한 인물이다. 개혁 성향이 뚜렷한 손 전 지사는 당의 보수 이미지를 희석시킬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사로 평가받고 있다. 범여권 통합 후보로 정동영 김근태 전 의장 등을 제치고 손 전 지사가 1위를 차지한 것도 이를 방증하는 대목이다.

"손 전 지사는 보배"

이 전 시장이 부랴부랴 손 전 지사를 추켜세우는 것도 이를 잘 알기 때문이다.
그는 이와 관련 "손 전 지사는 경기도지사를 성공적으로 한 사람으로 한나라당의 보배"라며 "끝까지 함께 갈 것을 기대하고 그럴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손 전 지사의 `중대결심설`은 이제 시기 결정만 남았다는 게 관계자의 말이다. `경선 불참`에서 끝내며 당내에서 훗날을 도모할지 아니면 곧바로 `탈당`이라는 배수진을 칠 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그 어느 쪽이든 한나라당에 미치는 후폭풍은 치명적일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그 동안 자기 입장만 살폈던 빅2 진영도 주춤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손 전 지사는 이와 관련 "천길 낭떠러지에 떨어지는데 풀 한 포기 잡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면서 "결정이 어려우면 더 어려운 길을 택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원희룡 의원과 고진화 의원도 손 전 지사와 입장을 같이하며 `경선 룰` 논의 과정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표시하고 있다. 손 전 지사와 원 의원의 대리인들은 논의 과정에서 이미 불참을 선언하며 빅2 진영을 당혹하게 만들었다.
세 사람은 현재 논의되고 있는 경선 시기와 방법이 모두 이, 박 두 사람만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데다 시대의 조류에 맞지 않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이 약속이나 한 듯이 15일 `전진코리아` 창립대회에 참석한 것도 세 사람간의 연대 가능성을 암시한다.
고 의원의 한 측근은 "결국 세사람이 함께 가지 않겠느냐"면서 "손학규, 원희룡, 고진화가 삼각 편대를 형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진코리아는 제3지대 정치세력화를 모색하고 있지만 주도층은 열린우리당 김부겸 의원 등 범여권에 가까운 인사들이 많다.

"빅2, 예선만 생각한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손 전 지사 등의 반발과 관련 "표면적으로는 경선 룰 논의에 대한 불만이지만 그 내면에는 더 큰 뭔가가 있는 것 같다"면서 "정국에 대대적인 변화가 올 지도 모른다"고 전망했다.
손 전 지사의 대리인으로 경준위에 참석했던 정문헌 의원은 "(빅2 진영과 경준위가) 기존 안을 밀어붙이고 이것이 우리가 판단할 때 본선 경쟁력 있는 후보를 뽑을 수 있는 최소한의 여건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불참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손 전 지사측은 9월 경선, 100만 선거인단 안을 주장하고 있다.
원 의원도 불교방송에 출연해 "앞서 있는 대선 주자들의 결단과 당 지도부의 대처 방법을 보고 대응방안을 검토하겠다"며 "동의할 수 없으면 경선에 참여하기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고 의원측도 시기는 9월 이후, 선거인단은 수백만명 선이 적당하다며 경선 룰 논의에 강한 불만을 표시해 왔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을 빅2 진영이 쉽사리 수용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이미 자체 조직 정비에 박차를 가해 왔던 터라 특히 경선 방식은 더욱 그렇다.
한나라당 개혁 성향의 한 관계자는 "경선 룰이 발단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전체적인 흐름에도 문제점이 많다"면서 "(빅2가) 본선 보다는 예선 통과만을 생각하고 있는 게 답답할 뿐"이라고 말했다.
`중대결단설`이 나오는 가운데 손 전 지사와 원, 고 의원이 연대를 형성해 어떤 목소리를 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유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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