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강경 카드 던져, 원희룡-고진화도??

손학규 전지사가 한나라당 탈당을 선언했다. 한나라당 `경선룰`을 둘러싼 갈등이 결국 극한으로 치닫고 있는 분위기다. 이명박 전 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간의 신경전은 정리됐다. 하지만 15일 이후 산사에 칩거하며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던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전격 탈당함에 따라, 원희룡 고진화 의원 등 기타 주자들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된다.
지난해부터 당내에선 3강 경쟁 구도로 가지 않는다면 당 분열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적지 않게 제기됐다.
손 전 지사 탈당 전 개혁 성향의 한 재선 의원이 "손 전 지사가 중립적 역할을 해야 빅2도 끝까지 함께 갈 수 있다"면서 "지금 지지율 차이가 많이 난다고 하지만 손 전 지사의 존재 여부는 흥행을 좌우할 만한 중대 요인이다"고 말한 것도 같은 이유다.
벌써부터 일부에선 한나라당이 `경선 흥행 실패-정권 탈환 실패`라는 필연적 길로 들어섰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같은 전망은 한나라당 내부에서조차 팽배해지고 있다.

한나라당 잔류냐, 호랑이 굴로 뛰어드느냐. 손 전 지사가 결국 호랑이 굴로 뛰어들었다. 
결단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15일 강원도 낙산사에 내려간 손 전 지사가 4일 뒤인 19일 결국 탈당을 선언했다. 이는 세간의 `경선 불참-한나라당 잔류` 예상조차 깨버리는 파격적인 것이어서 향후 몰고 올 파장이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한 인사가 "손 전 지사의 고민이 상당했을 것이다"며 "이인제 효과가 워낙 뿌리깊게 남아있기 때문에 당을 옮기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이다"고 말한 것도 반증이다.
한나라당으로서도 손 전 지사는 반드시 필요한 인물이었다. 개혁 성향이 뚜렷한 손 전 지사는 당의 보수 이미지를 희석시킬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사로 평가받아왔다. 범여권 통합 후보로 정동영 김근태 전 의장 등을 제치고 손 전 지사가 1위를 차지한 것도 이를 방증하는 대목이다.

"손 전 지사는 보배"

이 전 시장이 부랴부랴 손 전 지사를 추켜세웠던 것도 이를 잘 알기 때문이었다.
그는 이와 관련 "손 전 지사는 경기도지사를 성공적으로 한 사람으로 한나라당의 보배"라며 "끝까지 함께 갈 것을 기대하고 그럴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지난 15일 손 전 지사가 강원도 산사로 내려가 장고에 들어가면서 손 전 지사의 `중대결심설`이 시기 결정만 남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돼왔다. `경선 불참`에서 끝내며 당내에서 훗날을 도모할지 아니면 곧바로 `탈당`이라는 배수진을 칠 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던 것이다.
그 어느 쪽이든 한나라당에 미치는 후폭풍은 치명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이로 인해 그 동안 자기 입장만 살폈던 빅2 진영도 주춤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손 전 지사는 이와 관련 "천길 낭떠러지에 떨어지는데 풀 한 포기 잡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면서 "결정이 어려우면 더 어려운 길을 택하라고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리고 손 전 지사는 지난 19일 오후 서울 용산 백범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탈당의사를 공식 발표했다.

"낡은 틀 깨러 광야로 나선다"

그는 이 자리에서 "낡은 틀을 깨뜨리기 위해 광야로 나서겠다"면서 "새로운 정치질서 창조의 길에 내 자신을 던지겠다"고 선포했다.
이어 손 전 지사는 "지금 한나라당은 군정의 잔당들과 개발독재시대의 잔재들이 버젓이 주인 행세를 하고 있다"고 사실싱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를 겨냥했다.
"한 때의 돌팔매를 피하려고 역사의 죄인이 될 수는 없다"고 밝힌 손 전 지사는 "국민을 위한 순교를 선택해 한나라당을 떠나겠다. 21세기의 주몽이 되겠다"고 덧붙였다. 향후 그는 "대한민국 드림팀을 창조하는데 모든 것을 바칠 것이다"면서 "한 알의 밀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손 전 지사는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과 진대제 전 정통부 장관 그리고 자신이 함께 하면 `드림팀`이 될 것이라는 언급을 남긴 바 있다. 정치권에선 이를 범여권 통합후보 논의와 제3지대 신당 창당론과 연관지어 해석하고 있다.
손 전 지사가 탈당을 결심함에 따라 이명박, 박근혜, 손학규 등 빅3 중심으로 진행되던 당내 대선후보 경선구도의 재편은 불가피해졌다.
또한, 고건 전 총리 퇴장 이후 손 전 지사가 범여권의 대선후보 선호도에서 수위를 달렸고 열린우리당 안팎에서 손 전 지사를 유력한 대권주자로 상정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여권으로도 연쇄 파급효과를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이제 시선은 손 전 지사와 같은 노선을 견지했던 원희룡, 고진화 의원에게 쏠리고 있다.
원 의원과 고 의원도 손 전 지사와 입장을 같이하며 `경선 룰` 논의 과정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표시해왔던 입장에서 조만간 결단을 내릴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손 전 지사와 원·고 의원이 약속이나 한 듯이 지난 15일 `전진코리아` 창립대회에 참석한 것도 연대 가능성을 암시한다.
고 의원의 한 측근은 "결국 세사람이 함께 가지 않겠느냐"면서 "손학규, 원희룡, 고진화가 삼각 편대를 형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진코리아는 제3지대 정치세력화를 모색하고 있지만 주도층은 열린우리당 김부겸 의원 등 범여권에 가까운 인사들이 많다.

경선 흥행 실패…그리고?

한나라당은 이제 경선 흥행 여부를 둘러싸고 자조섞인 우려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이러다 정권 탈환에 실패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의 한 핵심 인사가 "정국에 대대적인 변화가 올 수도 있다"고 전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나라당은 손 전 지사의 탈당으로 많은 부분에서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 핵심당직자는 "당의 보수적 색채를 중화하고 중도 세력으로의 외연 확대를 위해서는 손 전 지사의 역할이 정말 중요했다"며 "손 전 지사가 탈당함으로써 대선 `흥행몰이`에 실패할 개연성이 크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당내에서도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탈당함으로써 원희룡, 고진화 의원도 이 대열에 합류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심지어는 손 전 지사의 탈당이 원희룡, 고진화 의원과 박근혜 전 대표에게도 영향을 줘 경선의 흥행 실패는 기본이고 10년만의 정권 탈환도, 대선 승리도 물거품이 될 공산이 크다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원 의원도 불교방송에 출연해 "앞서 있는 대선 주자들의 결단과 당 지도부의 대처 방법을 보고 대응방안을 검토하겠다"며 "동의할 수 없으면 경선에 참여하기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고 의원측도 시기는 9월 이후, 선거인단은 수백만명 선이 적당하다며 경선 룰 논의에 강한 불만을 표시해 왔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을 빅2 진영이 쉽사리 수용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이미 자체 조직 정비에 박차를 가해 왔던 터라 특히 경선 방식은 더욱 그렇다.
한나라당 개혁 성향의 한 관계자는 "경선 룰이 발단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전체적인 흐름에도 문제점이 많다"면서 "(빅2가) 본선보다는 예선 통과만을 생각하고 있는 게 답답할 뿐"이라고 말했다.
`중대결단`을 내린 손 전 지사, 그리고 원·고 의원이 연대 여부에 귀추가 주목된다. 다음은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유상민 기자 uporter74@naver.com

새로운 정치 질서 창조의 길에 저를 던지고자 합니다.

저는 오늘 한국정치의 낡은 틀을 깨뜨리기 위해 저 자신을깨뜨리며 광야로 나섭니다. 백척간두에서 한발 더 나아가는심정으로 새로운 정치질서 창조의 길에 저 자신을 던지고자합니다.

며칠 동안 산에 올라가서 새봄이 오는 소리를 듣고 왔습니다.

깊은 산중에서 밤을 지새보니 어둠은 마치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만 같고, 들리는 것은 거센 바람소리뿐이었습니다.

그런데 문득 어디서 새들이 우는 소리가 들렸고, 언제 그랬느냐는 듯 바람이 그치면, 얼음 아래서 시냇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리고, 동쪽 하늘이 환하게 열리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서서히 밝아오는 하늘을 바라보면서 알을 깨고 나오는 작은 새를 생각했습니다. 고통이 없으면 창조도 없고, 버리지 않으면 새 길을 만들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 동안 많은 친구들과 동지들이 저에게 좀 더 편안한 길, 안전한 길을 권했습니다.

100일 민심대장정 때 국민의 바다 속에서 깊이 느꼈던 낡은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분노, 그리고 그 분들의 삶 속에 배어있는 눈물과 꿈을 떠올렸습니다.

결국 망설임없이 더 어려운 길, 더 험한 길을 택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새로운 길을 열기 위해 그동안 제가 지니고 있던 모든 가능성과 기득권을 버리기로 결심하였습니다.

국민여러분,

저는 ‘새로운 한나라당을 만들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저는 그간 한나라당을 바로잡고, 새 기운을 불어넣어 미래, 평화, 통합의 새시대를 여는 정당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온 힘을 다해 노력해 왔습니다. 그러나 실패했음을, 그리고 저의 책임도 크다는 것을 솔직하게 자인합니다.

한나라당은 원래 민주화세력과 근대화세력이 30년 군정을 종식시키기 위해 만든 정당의 후신입니다.

그러나 지금의 한나라당은 군정의 잔당들과 개발독재시대의 잔재들이 버젓이 주인 행세를 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만 과거의 향수에 젖어있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역사와 미래를 거꾸로 돌리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변화를위한 고통을 거부하고, 통합과 상생의 길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한 때 한나라당의 개혁을 위해 노력했던 일부 의원들과 당원들조차 대세론과 줄 세우기에 매몰되어 시대적 요청을 외면하고 있음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문제는 한나라당 뿐만 아니라 한국정치의 낡은 구조 그 자체입니다. 집권세력의 실정이 거듭되고 여권이 지리멸렬상태에 빠지자, 한나라당도 대세론에 안주하며 구태정치, 과거회귀의 방향으로 쏠려가고 말았습니다.

무능한 진보와 수구 보수가 서로 얽혀 한국정치는 한발짝도 앞으로 나갈 수 없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정당의 건강한 자기혁신과 미래지향적인 정치발전도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이제 그 낡은 정치의 틀을 깨뜨리기 위한 고통스런 도전이 필요합니다. 그럴 때만 새로운 정치가 창조될 수 있습니다.

저는 한 때의 돌팔매를 피하려고 역사의 죄인이 되는 길을 택할 수는 없습니다.

한나라당에 등을 돌리지 않기 위하여 대한민국의 장래와 국민의 희망에 등을 돌릴 수는 없습니다. 한나라당을 위해 순교하기 보다는 국민을 위한 순교를 선택하겠습니다.

당파에 집착하지 않고 오직 나라만을 생각한 백범의 정신을 따르고자 합니다.

국민여러분,

저는 오늘 낡은 수구와 무능한 좌파의 질곡을 깨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새길을 창조하기 위해 한나라당을 떠나기로 하였습니다.

21세기의 주몽이 되겠습니다. 주몽이 왕자들과의 패자경합을 포기하고 부여를 떠난 것은 부여가 낡은 가치에만 매달려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주몽은 새로운 가치로 운영되는 새로운 나라를 원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고구려를 건국했습니다. 주몽이 부여를 떠난 이유, 그것이 지금 제가 한나라당을 떠나는 이유입니다.

국민여러분,

지금 한반도는 대전환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으며, 정치를 비롯하여 사회 각 분야에 걸쳐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개발시대적 발상과 낡은 좌파적 발상으로는 세계의 강자로 떠오르는 동북아경제의 주도권을 장악하기는커녕, 죄어오는 샌드위치 경제 상황을 돌파할 수 없습니다. 다가오는 북미수교와 한반도 안보질서의 재편은 기존의 고정관념과 발전전략을 무의미하게 만들 것입니다.

한반도에는 바야흐로 새로운 문명의 시대가 전개되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삶의 형태가 바뀌고 생각의 틀이 바뀌고 있습니다. 한국인의 창조적인 능력과 문화적 감수성이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새로운 동북아 시대에 통일된 한반도가 세계의 중심으로 우뚝 설 채비를 할 때입니다. 한반도에서 새로운 문예부흥을 준비해야 합니다.

오늘 우리는 한반도 대전환의 시대, 신문명의 시대에 창조적인 길을 개척해야 합니다.

대한민국에 세계경제를 끌어넣고 대한민국이 세계로 나아가는 과감한 전략을 펼쳐나가야 합니다.

평화롭게 상생발전하는 한반도를 위한 평화경영 전략을 펼쳐나가야 합니다.
그 속에서 국민들에게 더 나은 삶의 기회를 창출하기 위한 공동체로 업그레이드시켜야 합니다.

과거의 길로는 번영은커녕 생존마저 위기에 빠질 수 있습니다. 희망찬 한반도를 위한 대개조의 길로 나아가는 우리 국민들의 새로운 꿈과 열정을 불러일으켜야 합니다.

정권교체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단순한 정권교체로는 안됩니다. 그것이 과거로 회귀하는 것이라면 더욱 안됩니다. 무능한 진보와 수구 보수가 판치는 낡은 정치구조 자체를 교체해야 합니다.

새로운 문명의 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새로운 정치질서를 창조하겠습니다. 이제 갈가리 찢겨진 우리 국민을 하나로 아우를 수 있고 대한민국의 새출발, 한반도 대개조를 위한 당찬 비전으로 무장한 새로운 정치세력이 창조되어야 합니다.

미래, 평화, 통합의 시대를 경영할 창조적인 주도세력을 만드는데 저 자신을 바치겠습니다.

이를 위해 나 자신을 버리겠습니다.
작은 기득권을 부여잡고 따뜻한 알 속에 있기보다 창조를 위한 찬바람 앞에 저를 내몰고자 합니다.

어떤 돌팔매도 감수하겠습니다.
그동안 제가 정치권에 들어와서 받은 영광과 명예를 국민에게 돌려드리겠습니다.

진정으로 만천하의 인재가 모이고 국민과 함께 꿈을 나누는 대한민국 드림팀을 창조하는데 저의 모든 것을 바칠 것입니다.

저는 그 대한민국 드림팀을 만드는데 기꺼이 한알의 밀알이 될 것입니다.

내가 대학 강단을 떠나서 정치권에 들어올 때, 제자들에게 한 말, “내가 무엇이 되는지를 보지 말고, 내가 무엇을 하는가를 지켜봐달라.”

저는 이제 이 말을 국민들에게 드리고자 합니다.

우리 국민의 위대한 저력이 다시 활짝 꽃망울을 터뜨릴 수 있다면 저는 어떠한 고통도 기꺼이 감수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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