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풍' 내홍에 휘청하는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둔 민주당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홍업씨의 `전략 공천`을 놓고 휘청거리고 있다. 한화갑 전 대표의 의원직 상실로 치러지는 무안·신안 보궐선거에서 김씨는 당초 무소속 출마를 준비중이었다.
그러나 당 공천특위가 당내 일각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전략공천을 결정해 후유증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씨의 전략공천에는 통합신당을 모색하고 있는 당 지도부의 전략과 DJ의 정치적 영향력이 적지 않게 작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고 DJ와 민주당의 특수관계, 여러 가지 정치상황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은 김씨의 전략공천 결정과 관련 이렇게 설명했다. 고건 전 총리와 친분이 깊었던 공특위의 신중식 위원장은 “홍업씨 공천이 중도개혁세력 대통합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큰 틀에서의 고려가 있음을 시사했다.
여기엔 "김씨가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지는 게 당원들의 일반적 정서"라고 말한 장상 대표 등 현 지도부의 판단도 한 몫 작용후문이다. 여기에 권노갑 전 고문, 윤흥렬 전 서울신문 사장, 배기운 사무총장 등 동교동계의 간접적 지원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화갑 전 대표도 막판까지 고민했지만 결국에는 인간적 도리를 따라야 한다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는 후문이다.

"김정일 체제와 비슷"

하지만 `전략공천`의 파장 또한 쉽사리 끝날 것 같지 않다.
전남도당 위원장으로 공특위에서 유일하게 `전략공천`을 반대했던 이상열 대변인은 `즉각 철회`를 주장하며 특위에서 사퇴했다.
이 대변인은 이와 관련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4명이나 되는 후보가 공천신청을 했는데 신청도 안 한 사람을 전략공천한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무엇보다 김씨는 사면복권 됐다고 하지만 이권청탁과 정치자금법 위반 등으로 실형을 선고받았던 인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여러 통로로 지역 민심을 들어본 결과 대다수가 `전략공천`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전략 공천` 소식이 전해지자 공천신청을 했던 이재현 전 무안군수 등은 민주당 지도부를 성토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무안-신안지역 민주당원 70여명은 상경해 여의도 당사에서 당 대표실을 점거한 채 농성을 벌였으며 삭발식도 벌였다.
`전략공천`에 반발하는 몇몇 예비후보들은 `무소속` 출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민주당 지도부를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한나라당 전여옥 최고위원은 "혈연만 있으면 공천을 받을 수 있나. 김정일 체제와 비슷하단 말이냐"며 특유의 독설로 DJ와 민주당을 겨냥했다.

"DJ 명성에 흠집낼 것"

이 대변인 외에도 `전략공천`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은 당내에 적지 않다.
당 대표 경선에 나선 김경재 전 의원은 "김씨의 공천은 올바르지도 않고 판세를 장담하기도 어려울 것이다"면서 "이번 공천 파동으로 DJ의 명성에 흠이 가서는 안 될 것이다"고 경고했다. 자신이 당 대표가 되면 김씨의 전략공천을 취소하게 만들 것이라는 공약도 내걸었다.
`대권 출마설`이 나도는 조순형 의원은 "공당이자 민주정당으로서 있을 수 없는 잘못된 결정"이라며 "본인이 스스로 정리하거나 당이 전략공천을 철회하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비판했다.
전남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공동대표 김무영 박소정)도 성명서를 통해 "대선 전초전인 정계개편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김씨가 정치상황을 이용, 출마하는 것은 호남민을 무시하고 자존심을 짓밟는 처사"라며 "김씨 자신과 김 전 대통령, 동교동 그룹의 현명한 판단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은 재보궐 선거에 연합후보를 내기로 하고 홍업씨가 출마한 무안-신안에는 열린우리당이 후보를 내지 않기로 합의했다. 김씨에 대한 공천이 민주당 뿐만 아니라 범여권에 상당한 파장을 미칠 것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유상민 기자 uporter7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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