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친노그룹 모두 호의적, “결단의 시기만 남았다”

범여권의 대권 주자로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이 떠오르고 있다. 열린우리당 인사들은 특히 문 사장이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맞상대로 적격이라는 데 높은 점수를 준다. `현대건설` 출신의 이 전 시장과 유한킴벌리에서 잔뼈가 굵은 문 사장은 서로의 이미지가 대칭된다는 점에서 좋은 대항마가 될 수 있다는 것.

열린우리당 한 관계자는 "두 사람이 맞붙을 경우 `아날로그` 대 `디지털`의 구도도 가능하다"면서 "문 사장의 언변이나 인맥이 알려진 것보다 훨씬 뛰어나다"고 말했다.
범여권에선 제3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을 비롯 문 사장과 손학규 전 지사 등이 한나라당에 대항하는 단일후보 경쟁에 뛰어들가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눈치다. 문 사장의 경쟁력을 진단해 봤다.


문 사장의 입장은 아직까지는 신중하다.
정 전 총장이 주위에서 불을 지피며 주가가 높아진 것과 일면 흡사한 면이 적지 않다. 그는 최근 YTN에 출연 "우리 사회가 갈림길에 놓였기 때문에 고민을 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정치 참여를 말할 사안은 아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문 사장의 발언이나 행동 반경은 늘 정치권의 언저리에 걸쳐져 있다. 이 자리에서 문 사장은 차기 대통령의 덕목으로 "비정규직 등 잠재적 실업자 문제를 해결하고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에도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이 대중적 이미지가 좋은 유한킴벌리의 CEO 임을 은연중에 부각시킨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환경운동 종사

정치권 주변에도 문 사장의 종종 모습을 드러낸다.
지난 3월 8일, 문 사장은 1970~1980년대 민주화운동을 한 재야 인사들이 주축이 된 ‘통합과 번영을 위한 국민운동’ 발기인 대회에 나타났다. 이 날 “한나라당과 수구세력의 준동은 역사의 후퇴를 낳을 것”이라며 “대선에서 평화개혁세력의 대통합을 이루고 반수구 국민후보를 탄생시킬 것”이라고 자기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자리에서 축사를 행한 문 사장은 “어려운 고비마다 경제와 사회를 지키고 앞서가기 위해 애쓰는 여러분과 함께할 기회를 갖게 돼 영광스럽다”면서 동참 의사를 감추지 않았다.
대선 출마에 관심없다면서도 그는 정치성 멘트는 계속되고 있다.
“시멘트보다는 소프트웨어”라며 이 전시장의 대운하 구상을 비판하는가 하면 “사람이 없는 게 아니라 정책을 터놓고 논의할 장이 없는 게 문제”라고 정치권 전반을 향해 일침을 날리기도 했다.
당초 유 사장은 김근태 전 의장과 친분이 깊은 인사 정도로만 알려져 있었다. 그런 유 사장이 정치권의 주목을 받는 것은 시민사회와 범여권이 모두 그를 높게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운찬 전서울대총장과 박원순 변호사가 함께 외부 인사 영입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문 사장의 강점은 노무현 대통령과도 친분이 두텁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지난 2004년 유 사장의 능력을 높이 평가해 사람입국 신경쟁력특별위원회 위원장에 임명한 바 있다.
현역 기업인이라는 점도 이 전 시장의 맞상대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현대건설’ 출신의 이 전 시장과 지식경영을 강조하는 문 사장은 여러 점에서 차별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문 사장은 재벌중심적 경제시스템에 대해 그 동안 비판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천재 한 명이 수십만명을 먹여 살릴 수 있다”는 이건희 삼성회장의 주장에 “대기업을 다 합쳐도 100만명을 고용 못하는 현실을 고려할 때 대표적인 왜곡사례”라고 맞불을 놓을 정도였다.
1949년생인 문 사장은 서울 출신이어서 지역감정에서 일정 부분 자유롭다는 이점도 갖고 있다. 그 동안 ‘윤리경영 전도사’로 불렸을 만큼 깨끗한 이미지도 또 다른 무기다.

노 대통령도 신뢰

문 사장은 74년 유한킴벌리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지난 95년 사장직에 올랐다. 그동안 숲가꾸기 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쳐온 대표적인 환경운동가였으며 대인관계도 넓어 상당한 잠재력을 인정받아 왔다.
경영 능력 또한 킴벌리클라크 북아시아 총괄 사장을 맡을 만큼 뛰어나다는 평가다. 현재로서는 낮은 인지도가 문제지만 범여권에선 이 전시장과의 차별화를 통해 이를 극복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
문 사장은 최열 환경재단 대표, 박원순 변호사 등과 함께 ‘창조한국 미래구상’의 정치세력화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미래구상‘은 ’국민행동‘ 등과 함께 대선 정국에서 모종의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는 게 열린우리당 관계자의 말이다.
문 사장은 또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이계안 의원과도 오래 전부터 깊은 관계를 유지해 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정치권 진입 초읽기에 들어간 문 사장의 결단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유상민 기자 uporter74@naver.com


문국현 사장 프로필  

▲ 1949 서울 출생
▲ 1972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 학사
▲ 1977   서울대학교대학원 경영학 석사
▲ 2004   강원대학교 경영학 명예박사
▲ 1974 ~ 유한킴벌리 입사, 기획조정실
▲ 1995 ~ 유한킴벌리 대표이사 사장
▲ 1998 ~ 생명의 숲 공동대표
▲ 1998 ~ 동북아 산림포럼 공동대표
▲ 2002 ~ 천리포수목원 재단이사장
▲ 2003 ~ 윤경포럼 공동대표
▲ 2003 ~ 서울그린트러스트 재단이사장
▲ 2003 ~ 킴벌리클라크 북아시아 총괄 사장
▲ 2003 ~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초빙교수
▲ 2004 ~ 학교법인 유한학원 이사장
▲ 2004 ~ 2005.6 사람입국 신경쟁력특별위원회 위원장
▲ 2005 ~ 내셔널트러스트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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