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직장동료들과의 산행 후기-태백산 편 2회

장군단에서 천왕단에 이르는 300여미터의 길은 사방이 확 트여있고, 겨울철이면 살을 에는 바람으로 유명한 곳이라는데 오늘은 너무 포근하다. 태백산을 몇 번 찾았던 김동성주임은 이런 날씨가 믿기지 않는다며 연신 신기해한다. 등산객도 많고, 눈꽃도 못 봤지만, 쾌청한 날씨 덕에 태백산 풍광을 맘껏 눈에 담을 수 있음에 위안을 삼는다.




#능선에서 본 남서쪽 방향. 가운데가 아마도 구룡산일 것 같다.

천왕단(1561m)을 가까이서 보니 장군단에 비해 규모가 무척이나 크다. 널찍한 사각형 제단 위엔 `한배검`이란 글이 음각된 비가 자릴 지키고 있다. 조선시대에는 이곳에서 의병장 신돌석 장군이 백마를 제물로 제를 올렸다고 한다. 천왕단 앞에는 수많은 등산객들로 발디딜 틈 없이 사람들의 물결로 가득하다. `태백산`이라 음각된 표석 앞에서 기억에 남을 추억을 렌즈에 담는다.


#천왕단에서 본 장군단


#천왕단…많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천왕단 안쪽의 제단

허기진 배를 달래려고 조금 한적한 곳을 찾아 하단(下壇) 쪽으로 내려간다.
어디라도 맨땅을 볼 수 없기에 그냥 눈을 깔고 앉는다.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붓는다. 새벽에 끓여나와 7시간이나 지난 온수가 아직도 여전히 뜨거움을 유지하는 게 놀랍다. 이충희팀장이 푸짐하게 싸온 알싸한 김치, 고민끝에 결정한 편육과 얄팍하게 썰어놓은 오리훈제에 고량주와 소주까지 하얀 설원 위에 펼쳐진 밥상은 황제의 그것이 부럽지 않다. 조민호팀장이 가져온 버너와 코펠에 차가워진 안주를 데우니, 아쉽지만 아무래도 문수봉은 물 건너 간 듯 싶다. 결국 마지막 한 병까지 끝을 보고서야 일어날 수 있었다. 오후 2시 50분. 알코올과 푸짐한 안주 덕분에 홍조 띈 얼굴에 빵빵해진 배를 두드리며 하산길을 나선다.


#신나는 식사시간


# 태백산 표석과 천왕단

하단에서 당골광장으로 내려가려면 다시 천왕단으로 올라야한다. 천왕단에서 5분여를 내리면 단종비각이 있다. 조선6대 임금인 단종이 영월에 유배된 후 승하한 뒤 태백산 산신령이 되었다고 전해지고 있으며, 매년 음력 9월 3일이면 제를 지낸다고 한다.


#단종비각

다시 5분여를 내리면 신라진덕 여왕때 자장율사가 창건한 망경사가 있다. 망경사 입구에는 용정이라는 우물이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1470m)에 위치한 샘물로, 한국명수 100선중 으뜸이라고 한다. 시간이 없어 물맛을 못보고 내려가는 것이 아쉽다.






#망경사.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1470m)에 위치한 용정이라는 샘이 있다.



#하산길에 올려다본 장군바위

집결시간인 4시 10분까지 가려면 길을 서둘러야한다. 망경사에도 사람이 북적대서 들르지 않고 바로 반재로…. 그 내려가는 길목 샛길에 비닐포대를 깔고 썰매 타는 구간이 몇 군데 있다. 아까 올라올 때 어떤 이가 비닐포대를 가지고 오더니만 이런 구간이 있었구나! 다음에 기회가 생기면 챙겨 오리라. 반재에는 목도 컬컬하고 해서 막걸리가 있나싶어 물어보니 술은 팔지 않는단다. 겨울산행의 위험에 대한 배려이리라. 하산길을 서두른다.


#산비탈의 너덜겅지대


#단군성전. 해마다 개천절에 제를 올린다고 한다.

산행길이 끝나는 지점에 단군성전이 있다. 해마다 개천절이 되면 이곳에서 제를 올린다고 한다. 단군성전을 지나자 석탄박물관이 보이고, 눈꽃축제에 사용된 커다란 눈덩이들이 당골광장을 가득 채우고 있다. 저런 눈덩이들에게서 예술 작품이 나온다는 게 믿겨지지 않는다.


#석탄박물관


#어떻게 얼렸는지 신기한 얼음 구조물

주차장은 산행객들을 태울 버스들로 가득하다. 한참을 내려와서야 겨우 차에 오를 수 있었다. 아직 도착하지 않은 다른 팀 일행들을 기다리며 인근 포장마차에서 긴급 공수한 빙어튀김과 소주로 문수봉까지 가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본다.
돌아오는 차안에서는 누구랄 것도 없이 모두들 피곤함에 잠에 빠져든다.
잠실역에 도착하니 저녁 8시다. 그냥 헤어짐이 아쉬워 순대국집에 잦아든다. 태백산 설원을 안주삼아 기울이는 술잔에 우리의 얼굴도 바알갛게 농익어간다.

정기룡 기자 <정기룡님은 서울 성동구청 지적과 공무원입니다. 매월 1-2회 직장동료들과의 산행 후기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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