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천만원 시대, 각계 각층 들고 일어나

최근 3년간 일부 학과에서 연간 등록금이 1000만원을 돌파, 이른바 `등록금 1000만원 시대`에 돌입해 각종 사회적 문제들을 양산해내고 있다. 지난 19일 전국의 학생, 학부모, 참여연대를 필두로 한 시민단체들은 등록금과 관련 공동 대응하기 위해 520개 단체로 구성된 `등록금 대책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전국네트워크`(이하 등록금넷)를 발족했다.
등록금넷은 기자회견을 통해 "대학이 도대체 그 많은 돈을 어디다 쏟아 붓는지 모를 일"이라며 "이와 같은 등록금 폭등으로 학업에 매진해야 할 대학생들이 아르바이트 전선에 내몰리고 휴학, 군대, 등록포기, 신용불량자가 되고 있고 심지어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한 학부모의 자살까지 속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등록금 문제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라며 "이명박 새 정부와 한나라당이 말한 자율과 경쟁이 등록금 자율·경쟁이냐"며 "등록금 반값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범국민적 심판과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하 민변) 김남근 변호사는 `등록금 1000만원 시대` 해법과 관련, "교육을 시장에서 파는 상품으로 봐서는 대학 등록금 문제의 해법을 찾을 수 없다"며 "이는 교육을 시장원리에 맡겨 놓은 정부와 대학이 만든 것"이라고 비판했다.

자율화가 부른 폐해

1989년부터 등록금 책정이 완전 자율화가 된 사립대에 이어 2003년부터는 국공립대도 자율화 되면서 등록금 부담은 대학 전체적으로 가중되기 시작했다. 등록금 인상률은 물가상승률의 2∼5배에 달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참여연대 임종대 대표(한신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에 따르면 재학생 중 15%는 등록금 마련을 위해, 66.5%는 교재비나 학원비 마련 등의 목적으로 부업을 하고 있다. 또 학생의 30%가량은 학자금 마련을 위해 정부보증 학자금 대출이나 시중은행·대부업체 등으로부터 대출을 받고 있고, 이중 17%가량이 돈을 갚지 못해 연체하고 있는 실정이다. 임 대표는 "연체자중 일부는 이미 신용불량자가 되었다"며 "특히 정부보증학자금대출이 시중금리에 버금가는 부담으로 작용하기에 이는 앞으로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임 대표는 "정부보증학자금대출을 갚지 못해 금융채무불이행자가 된 대학생 수가 3500여명에 달하고 금액은 13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또 시중은행과 대부업체 등을 통한 등록금 조달의 경우에도 연체 경험이 10%이상으로 나타나 전체 대학생 중 등록금으로 인한 신용불량상태에 놓인 수는 4000명 이상일 것으로 추측했다.
참여연대 이경미 민생팀장은 "지방의 가정은 넉넉하지 않은 재정능력 때문에 대출에 어려움을 겪고, 가족들이 부업에 나서거나 고리의 대부업체 대출로까지 이어지는 악순환에 더 쉽게 노출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하면서 "전체 설문조사 결과를 볼 때 신용불량자가 정부통계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고 예상했다.
이 팀장은 "그도 그럴 것이 등록금이 삶을 완전히 망가뜨린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지난해 2월24일 서울 강동구 한복가게 주인 윤모씨(당시 40세)는 목을 맸다. 미대에 합격한 딸(19)의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지만 실패하자 목숨을 끊은 것이다. 지병이 있는 남편 대신 실질적 가장 역할을 하던 윤씨는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네. 힘들고, 날아가고 싶다"는 유서를 남기기도 했다. 

교육의 질과 무관

학생들에게는 자신들이 내고 있는 등록금이 교육의 질에 비해 높고 학교 측의 등록금 사용도 적절치 않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등록금을 인하하거나 동결할 마땅한 방법이 없는 현실에서 매년 치솟는 등록금 마련을 위해 학생자신뿐 아니라 부모들도 부업에 뛰어들고 있으며, 15%의 학생들은 등록금 때문에 휴학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 학기 대출을 받는 학생의 경우, 매 학기 불어나는 이자부담을 견디지 못해 연체를 하거나 이를 피하기 위해 휴학을 선택할 수밖에 없게 된다는 설명이다.
등록금인상안과 관련해 등록금넷의 대학생들은 무수한 말들을 쏟아냈다. 최 모(26세)씨는 "학교가 교육의 질을 높인다 높인다 하는데 건물만 높이고 있다"며 "등록금과 교육의 질은 무관 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최 씨는 "대학이 교육의 질을 높였다면 이제껏 그에 합당한 자료와 분석을 내놓아야할 것"이라며 "학생들 또한 그런 추상적인 주장을 믿지 않을 것"이라고 얘기했다.   



김 모씨(23세)는 "대학 배 불리기 위해 학생들이 있는 건 아니다"며 "패스트푸드점에서 8개월 동안 일하고 한 푼도 안 써야 겨우 한 학기 등록금이 나온다"고 성토했다. 김 씨는 또 "대학은 학생들보다 건물이 더 좋은가 보다"고 격양하면서 "학생을 착취해 건물만 세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올해 30만원이나 올랐다"며 "시위 싫어하는 어머니가 오죽하면 나가서 시위하라고 했겠냐"며 울분을 토했다.
박 모씨(22세)는 "학비가 없어서 꿈도 잃어버렸다"며 "졸업하는 순간 수천만 원의 빚을 진 채로 사회에 나와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전했다. 박 씨는 또 "수천억을 굴리며 어떻게 재정이 없다고 등록금을 인상하냐"며 대학측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그는 돈이 아까워 하루 두끼를 먹기도 했다며, 자신이 대학생인지 알바생인지 가끔씩 헷갈린다고도 전했다. 

시민단체 본격 움직임

전문가들은 매년 반복되고 있는 고질적인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민변 김남근 변호사는 `등록금 상한제` 도입을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현재 등록금 책정은 대학의 장이 책정하게 되어 있다"며 "등록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제대로 공개도 않으면서 해마다 물가상승률의 수배가 넘게 등록금을 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따라서 등록금 인상 시 물가상승률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등록금 상한제를 도입해야 할 것"이라며 "초과 인상이 필요한 경우 교육부 산하 등록금 심의회를 설치해 타당성을 검토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안으로 `등록금 후불제`도 언급됐다. 최근 등록금 후불제 논의가 이슈화 됐으나 방향성을 상실한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최근 저소득층의 학비 조달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한 후불 제도의 본 취지와 달리 대학들의 실제 도입은 로스쿨이나 의학전문대학원, 경영대학원 등 졸업 후 취업률과 고수입이 예상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적용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김 변호사는 "따라서 이는 등록금 후불제의 도입을 고려하는 근본적인 취지가 변질 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임 대표는 "등록금을 차등책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그는 "현재 대학 등록금은 소득 수준에 따라 차등 책정이 되지 않는다"며 "저소득층일수록 부담이 가중되는 역진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며 선진국의 경우와 비교·지적했다. 임 대표는 "예산이 지원되는 국공립대만이라도 소득에 따라 등록금을 차등 부과해 저소득층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고소득층에 대해서는 혜택을 상대적으로 줄이는 방식을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등록금 수입과 지출에 대한 독립된 회계 관리를 실시해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임 대표는 "현재 대학 예·결산을 분석해보면 사립대학의 경우 재단 전입금은 거의 없는 반면 등록금만으로 학교 건물을 신·증축하고 학교를 운영한다"고 꼬집으면서 "따라서 대학등록금의 교육 비용 이외의 사용을 막기 위해 각 대학의 회계에 있어 등록금 계정을 독립시켜 그수입과 지출을 투명하게 관리하도록 감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등록금넷은 이른 시일 내에 신임 김도연 교육부 장관 내정자와의 면담을 추진하고 등록금 인하·동결 정책을 호소하기로 했다. 또 20일부터 공간에서 범국민서명운동을 진행하고 활발한 토론을 벌여나가고 있다. 29일에는 등록금이 가장 비싼 축에 드는 고려대학교 입학식에 맞춰 고려대 정문 앞에서 학부모·학생 하소연 퍼포먼스 및 서명운동을 진행했다. 
이달 초에는 새 정부 출범에 맞춰 등록금 반값을 공언했던 이주호 청와대 교육수석과 면담을 추진하고, 3월 12일에는 전국 100여 곳에서 동시다발 서명운동 및 캠페인을 진행할 계획이다. 3월 29일에는 등록금 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 학부모·시민·학생 대행진, 4월 말에는 등록금 문제를 주제로 공익소송도 돌입한다.  공민재 기자 selfconsole@naver.com 사진=참여연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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