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등골 뽑는 대학 등록금, 휘청거리는 대한민국

대한민국이 등록금 때문에 휘청거리고 있다. 등록금 폭등으로 학업에 매진해야할 대학생들이 아르바이트 전선에 몰리고 휴학, 군대, 등록포기, 신용불량자, 심지어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한 학부모의 자살까지 속출하고 있다. 과거에는 소를 팔아서 등록금을 마련했다고 해 대학을 `우골탑`이라 했는데 지금은 사람의 등골을 뽑는 `인골탑`이 되어 간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제는 천문학적인 금액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명확치 않다는 점이다. 교육의 질이 향상된 것도 아니라는 지적이다. 급기야 전국의 대학생들과 학부모, 시민단체들은 연합해 `등록금네트워크`를 결성하기에 이르고 지난 20일 광운대 정문에서는 물가 상승률의 몇배에 달하는 등록금 인상과 관련, 이를 규탄하는 집회가 열렸다.


#전대연 강민욱 의장

`등록금네트워크` 의 회원들은 학생들과 일반 시민들의 환호와 갈채를 등에 업고 일제히 "등록금 때문에 못살겠다, 등록금 인하 가능하다"는 구호를 외쳤다. 28일에는 시청앞에 1만여명이 모일 것으로 예상돼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누적이월적립금` 어디로

적립금 따로, 등록금 따로. 대학들은 학교 재정상태가 나빠 매년 큰 폭의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대다수 사립대학과 그 재단은 특별한 목적 없이 수백억∼수 천억원의 누적이월적립금을 보유하고 있다. 전국대학생연합 강민욱 의장(광운대 총학생회장)은 "이 돈을 풀면 등록금인상률을 낮출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한다. 사립대의 누적적립금은 얼마나 되는지도 부각된다. 155개 사립대학 및 학교법인은 2003∼2007년까지 1조6574억원의 이월적립금을 추가로 조성한 바 있다.
앞으로는 학교 재정 부족을 거론하지만 뒤로는 막대한 누적적립금을 쌓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등록금 인상에 대한 정당성 논란이 불거지는 배경이다. 사립대학회계정보시스템을 통해 사립대학 재정상태를 분석한 결과 155개 사립대의 누적적립금은 2007년까지 6조8503억원이다. 평균 441억원이다. 지난 4년간 누적적립금 증가율이 31.9%나 됐다.
양극화 현상도 대두된다. 소위 상위권 대학들은 전국 평균치를 크게 웃돈다. 재학생 1만명 이상인 서울소재 19개 사립대의 경우 학교당 누적이월적립금이 2055억원(2007년)이었다. 5488억원을 적립한 이화여대가 가장 많았다. 다음은 홍익대 2965억원, 연세대 2397억원, 고려대 1622억원, 경희대 1367억원 등의 순이다.



그럼에도 이들 대학은 지난해 등록금을 평균 7.8% 올렸다. 지난해 국내 사립대 평균 등록금 인상률은 6.6%였다. 물가상승률은 2.5%였다. 상대적으로 재정사정이 좋은 대학들이 `등록금 1000만원시대`를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등록금 총액은 연세대 243억원, 고려대 221억원, 한양대 171억원, 경희대 163억원 등이었다. 연세대나 고려대가 누적이월적립금의 10∼15%만 등록금 대신 사용했더라도 등록금을 동결시킬 수 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막대한 재산, 땅투기 의혹

단국대의 경우 수익용 자산 평가액이 2880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토지평가액이 2423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 때문에 지난해 단국대는 수익사업으로 6억여원의 이익을 얻는 데 그쳤다. 성균관대도 101억원의 수익용 재산 전부가 토지다. 수익사업체나 건물, 주식은 전혀 없다. 홍익대 역시 899억원의 수익용자산 중 토지가 815억원어치다. 지난해의 경우 주식과 예금 운영수익으로 13억원을 벌었다.
19개 사립대는 여의도 면적(840만㎡)의 20배에 달하는 1억6929만㎡의 땅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수익용 토지의 연간 수익률은 1%에도 못 미친다. 연세대는 최근 개발이 진행 중인 경기 남양주시 등 전국에 걸쳐 167만㎡의 땅을 갖고 있다. 고려대 역시 개발이 한창인 경기 고양시 관산동 일대 등 전국에 88만㎡의 토지를 보유하고 있다.



사립대들 소유의 땅 가운데 상당수는 수도권과 충청권 일대에 집중돼 있다. 최근 10년간 많게는 10배까지 가격이 뛰었다. 이에 따라 부동산 시세차익을 노리고 팔지 않는다는 의혹까지 제기된다.
`대학설립·운영규정시행규칙`에 따르면 학교법인은 연간 학교회계 운영수익(전입금·기부금 제외)에 해당하는 수익용 기본재산을 확보해야 하고, 총액의 3.5%에 해당하는 연간 소득이 발생해야 한다. 대부분의 학교법인 수익용 기본재산은 규정 위반이다. 하지만 교육부는 별다른 제재를 하지 않고 있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임희성 연구원은 "학교법인들은 수익이 나지도 않는 부동산을 과도하게 보유하고 있어 대학재정에 보탬이 되지 않는다"며 "용도가 불분명한 토지는 팔아서 등록금을 조금이라도 낮추는 데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교조 이경희 연대사업국장은 부동산 보유와 관련 "누가 가장 이득을 보는지 알아내면 답이 나올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어디에 쓰이나

모 사립대 법인 관계자는 "법학전문대학원이나 제2캠퍼스 시설 확충 등 앞으로 막대한 돈이 필요한 사업이 한두 개가 아니다. 이유 없이 쌓아놓은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미래를 위한 저축 개념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세대 재단 관계자는 "하버드대의 경우 20조원이 넘는 적립금을 쌓아놓고 있다"며 "세계적 대학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지금 적립금도 부족한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대학들이 보유하고 있는 막대한 수익용 기본재산도 도마에 오른다. 수익용이지만 수익이 거의 없어 학교 살림에 보탬이 되지 않아 결국 등록금을 인상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들 재산을 처분하면 등록금 인상률을 낮출 수 있다.



이경희 국장은 "대학들이 막대한 이월적립금에 대해 `학교발전을 위한 돈`이라고 말하지만 이는 막대한 이익을 노리는 재단들의 농간"이라고 주장했다. 학생들 또한 대학의 이런 논리에 부정적이다. 강민욱 의장은 "따라서 이월적립금과 기부금을 활용해 학생·학부모들의 부담을 덜어야 한다"면서 등록금 동결투쟁을 벌일 뜻을 밝혔다. 강 의장은 "등록금문제 관련해서는 운동권이냐 비운동권이냐 라는 이분법과는 다른 문제"라며 대부분 학생들이 서명에 동참하고 있고 반응도 좋다고 전했다. 
신입생 환영회를 막 끝마친 김 모양(광운대 국문학부 1년)은 "합격 전화를 받고 기분이 좋은 것은 5분도 채 되지 않았다"며 "전화를 끊자마자 등록금을 어떻게 내야할지 걱정했다"고 회자했다. 부모님께 불효하는 기분으로 입학하게 됐다는 전언이다.
정 모군(고려대 사회학과 2년)은 "정부보증학자금 대출을 받으려고 알아봤더니 올해 대출금리가 7.65%더라"며 "정부가 나서면 등록금 반값으로 줄일 수 있는 거 아니냐"고 격앙했다. 그는 또 소 팔아서 대학가던 시절을 상기시키며, "32년간 물가가 8배 뛸 때 등록금은 26배가 뛰었다" 등록금 상승 원인에 대해 규명하라고 촉구했다.  
신분을 밝히지 않은 한 학생은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 유무를 떠나 재산 내놓겠다고 약속했는데 아직까지 소식이 없다"면서 "신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장학금으로 좀 내놓았으면 좋았을걸"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등록금네트워크 회원들은 오는 28일 시청 앞에서 등록금 인상과 관련해 집회를 연다. 여기엔 1만여명이 운집, 그 파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공민재 기자 selfconso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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