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탈도 많고 말도 많은 이명박 정부 부동산 정책



정부가 주택정책에 대한 궤도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공급 확대책으로 정해온 `도심 개발`을 당분간 포기하고 그 대신 `수도권 택지 개발`을 선택한 것이다.
이번 검단 및 세교2지구 확대 개발 방침이 청와대를 중심으로 한 정부 정책 방향이 급선회하는 시발점으로 볼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동시에 정부의 정책 후퇴를 의미하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 정책이 일관되지 않고 오락가락한다는 지적과 함께 서민살리기가 아닌 건설사들과 일부 부동산 투기층을 살리기 위한 부동산 정책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공급과잉 우려 속 개발 순탄 추진도 의문

정부가 지난 21일 밝힌 인천 검단, 오산 세교2지구 등 신도시 확대 방침은 무엇보다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한 포석이다. 그만큼 당장 주요 정책과제로 추진해야 할 공급 확대를 위해선 뾰족한 대체 수단이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이같은 신도시 개발이 그동안 이명박 대통령이 줄기차게 반대해 왔던 정책이란 점이다.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재임시절부터 참여정부의 신도시 개발정책과 관련해 "집값 안정이나 수도권 인구 집중 방지 효과가 없고 오히려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며 회의적인 입장을 보여 왔다.
하지만 공급확대 방안을 완전히 뒤바꾼 이유는 무엇보다 기존 정책 방침인 도심 개발 방식으로는 문제 해결이 안될 것이란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즉 신도시 개발보다는 주로 재개발이나 재건축 등 도심 개발을 통해 연간 주택공급 목표치를 달성한다는 게 지금까지의 정부 방침이었으나,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 도심 재개발은 개발계획으로 땅값이 오르는 것은 물론이고 개발에 따른 이주수요로 전셋값 집값도 요동치는 부작용이 제기돼 왔다. 게다가 도심 재개발이 주택공급확대 효과보다는 기존 세입자를 변두리로 쫓아내는 문제점도 있다.
이번에 새롭게 지정되는 2곳의 신도시는 예정지구 지정, 개발계획 수립 등을 고려할 때 주택공급은 빨라야 2010년 또는 2011년 이후부터다. 또 그에 따른 효과가 나오는 것도 3~4년 후이다. 결국 2015년 이후에나 주택공급 효과가 나온다는 이야기다.
새로 지정되는 지역이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천 검단지역에는 이미 영종, 송도, 청라, 김포한강신도시 등 대규모 신도시 4곳이 개발되고 있다. 가구수와 수용인구는 각각 20여만가구, 60여만명에 달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인천시 주택보급률은 2005년까지 107%를 넘어섰다"며 "인천시 인구(265만명)만 보면 이미 공급과잉 상태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오산세교 지역도 기존 동탄신도시, 동동탄신도시, 광교신도시 등을 감안할 때 공급 과잉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국토해양부가 송파신도시, 동동탄신도시 일정조차 맞추지 못하는 상황에서 또 다른 대형 신도시 개발을 순탄하게 추진할 수 있을까 하는 점도 의문이다.
검단신도시 역시 인천광역시가 확대를 주장했지만 과거 건설교통부와 국방부는 군사작전지역, 공급과잉 등을 이유로 반대해 왔던 곳이다. 결국 추진 과정에서 관계부처간 협의가 지연될 경우 사업추진 일정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주택수요 활성화 대책 투기 우려 물타기로 신도시 개발

정부가 주택공급 확보를 위해 신도시를 개발키로 했지만 효과는 미지수라는 의견이 대다수다.
지금 건설업계의 최대 화두는 미분양 해소다. 미분양 물량을 소화해줄 수요를 정부가 어떻게 살려낼지에 업계의 관심이 모여 있다.
공급 확대 정책은 당장 업계의 관심사가 아니다. 더구나 정부는 지난 5월 내놓은 올해 주택 공급계획에서 "신도시 개발보다는 도심 재개발 재건축을 통한 공급 전략을 펴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신도시 개발 카드를 부동산 대책의 핵심으로 내세우려 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정부는 이번에 포함된 여러 주택수요 활성화 대책이 자칫 투기를 부추겨 집값을 불안하게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신도시 등 공급 확대책도 병행해서 내놓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그는 "수도권에서만 미분양 물량이 3만가구로 미분양이 많은데 신도시를 짓겠다는 것은 배부른 사람한테 밥 더 먹으라고 요구하는 꼴"이라며 정부의 신도시 개발 정책을 비판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도 "기존 신도시도 최근에는 건설업체들이 택지 분양을 안받으려 하고 있다. 정부의 추가 신도시 지정은 미분양도 해소하지 못하고 신도시도 활성화하기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 중견건설업체 주택사업담당 임원은 "신도시를 추가 지정하면 오히려 이곳에 대한 기대심리가 일어 현재 수요를 위축시킬 수도 있다"며 "대규모 택지개발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대형 건설업체들은 혜택을 보겠지만, 주택사업 비중이 높은 중견건설사들은 느닷없는 추가 새도시 발표로 오히려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분양 사태 정부 해결 건설사 `도덕적 해이` 심화도 문제

정부의 건설업계 지원 대책도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번 8.21대책에 대한주택보증 등의 여유자금 2조~3조원을 활용해 업체의 미분양 물량을 환매조건부로 사들이는 내용이 대책에 포함돼 있다.
업체로서는 당장 자금난 해소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상 준공적자금으로 주택건설사들의 부실을 메워주는 것이다. 주택보증의 재정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으며, 건설사들의 경영상 판단 잘못에 따른 미분양 사태를 정부가 해결해 줌으로써 `도덕적 해이`를 심화시킬 수 있다. 무엇보다 건설업체들이 시장 원리에 맞지 않는 `고분양가 정책`을 고수할 수 있게 해줘,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꿈을 점차 멀어지게 한다는 게 문제다.
현재 대부분 지방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는 미분양 아파트가 눈덩이처럼 쌓이는데도, 건설사들의 분양값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다.
이번 대책에서 수요 측면에서는 수도권 공공택지에 분양하는 아파트의 전매제한 기간 단축이 핵심이다.
그러나 이는 실수요자가 아닌 전매 차익을 누리려는 투기적 수요에 영합하는 정책이다. 재건축 아파트의 조합원 지위를 조합 설립인가 뒤 자유롭게 수 있게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어서, 서울의 재건축 후보지에 대한 투기를 부추길 것으로 우려된다

신도시 추가 건설 집권여당 내부에서도 부적절 제기

한편 정부의 갑작스러운 신도시 추가 건설 방침이 실효성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집권여당 내부에서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 예산결산특위 위원장에 내정된 한나라당 이한구 전 정책위의장은 지난 20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에 출연해 "신도시 건설은 도심 재개발 위주로 부동산 정책을 펴겠다는 정부 방침과도 맞지 않고 국토균형발전 정책과도 어긋난다"며 "지금 느닷없이 신도시 얘기가 나와야 하는 지 이유를 잘 모르겠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한구 의원은 또 "신도시 건설은 환경 파괴와 교통수요를 엄청나게 유발시키는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특히 신도시는 수요가 있는 곳에 건설돼야 하는 데 오산까지 내려가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 지 모르겠다"며 "이상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 의원은 "기존의 수도권 재개발 정책은 어떻게 하는 것인지, 재원조달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의 세부계획이 먼저 나와야 한다"며 "(갑작스러운 신도시 발표는)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거듭 문제를 제기했다. 김성철 기자 steel38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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