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진보신당 재결합 움직임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분당한지 8개월이 지났다. 이 두 정당은 서로 저마다 자기 갈 길을 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재결합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점차 높아지면서 이들의 재결합 가능성에 무게가 점차 쏠리고 있다. 분당 진행형이냐 통합 진행형이냐 그 갈림길에 두 진보정당이 놓여 있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이념적인 문제 때문에 서로 갈라섰지만 요즘들어 각종 행사장에서 화기애애한 장면이 상당히 많이 연출되고 있다. 이에 따라 재결합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한 정치 전문가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이념적 문제로 서로 갈길을 달리했지만 종국에는 만나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할 정당이다"고 평가했다.
두 정당이 아직까지는 서로 제 갈길을 가야 한다고 하고 있지만 재결합에 대해서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과반 여당이 되고 민주당 역시 대안야당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재결합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정치 관계자는 "민노당과 진보신당은 적어도 진보정치 내부에선 상호 치열하게 경쟁할 수박에 없는 구도에 처하게 됐다"고 밝혔다.
일단 4월 총선을 기점으로 분당을 하면서 진보세력 전체는 역량이 약화됐다. 가득이나 적은 지지도가 분당을 하면서 서로 제 살 깎아 먹기를 했. 때문에 분당으로 인해 진보세력은 그 쓴 맛을 봐야 했다.

총선 위해 분당 선택

하지만 정당이기 때문에 총선에서 승리를 하자면 어쩔 수 없이 분당을 했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형탁 진보신당 경기도당 공동대표는 "선거공학과 당내 권력투쟁에 골몰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위기가 민주노동당에 존재했다"며 "패권주의는 민노당으로선 종말을 선언한 것"이라고 분당의 불가피성을 되짚었다.
문제는 이 두 정당이 분당의 매개 역할을 담당했던 종북주의 논쟁에 대해 아직도 크게 달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 정치 관계자는 "종북주의 논쟁은 그 과정이나 결과가 모두 대단히 파괴적이었다"면서 이 논쟁이 조선일보를 통해 제기된 점을 지적하며 "적과의 동침"이라고까지 규정했다.
그는 "북한 체제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한반도 전체의 평화적 전환의 전략을 중심에 놓고 고민해 온 세력조차 종북주의로 매도돼버리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은 대단히 위험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다른 정치 관계자는 "종북주의라는 표현이 다분히 전술적 의미가 있었고 다른 표현이 있었다면 다르게 표현했겠지만 그렇더라도 상황이 달라졌으리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일심회 사건`을 예로 들며 "이는 상식이 다르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사건으로, 최소한의 공통기반조차 공유하지 못함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두 정당은 종북주의에 대해 아직까지 서로 다른 시각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물과 기름으로 두 정당은 하나가 될 수 없다는 분석과 전망이 팽배한 것이 사실이다. 이런 이유로 지금까지 서로 제 갈길을 가고 있는 실정이다. 

진보세력 교집합

진보세력의 교집합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제는 서로 합쳐 잘해보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민웅 교수는 진보적 중심의 창출을 주장하며 "이명박 정부의 파시스트적 공세가 전개되는 이 시기에 민노당과 진보신당은 대국적 결속의 정치적 지혜를 발휘하는 것만이 분당이 낳은 부정적 요소와 긍정적 요소를 진보적으로 극복, 융합할 수 있는 길"이라고 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총선 공멸이 진보신당 창당에 따른 분열의 결과였다면, 총선 이후 전개된 촛불 정국은 분화의 의미를 발견할 만한 계기였다. 촛불 현장을 누빈 진보신당 `칼라 TV`의 성공을 예로 들며 그는 "진보정치의 대중성을 상대적으로 보다 넓고 깊게 확보한 쪽은 진보신당이었다"고 평가했다. 촛불 정국은 진보신당의 출현이 갖는 분화적 성격을 일정하게 입증했다는 것.
분열적, 분화적 국면에 이어 현 상황은 "시민 민주주의와 이명박 정권을 반대하는 세력을 비롯해 진보정치세력 전체의 결집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상황"이라는 게 김 교수의 판단이다. 그는 `진보적 중심의 창출`을 당면 목표로 제시하며 "진보적 중심론을 실현시켜 나가려면 민노당과 진보신당이 함께 모일 수 있고 어느 쪽도 일방적 주도자가 되지 않는 제3의 근거지, 또는 제3지대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 교수는 최근 시민사회단체와 민주당, 민노당 등이 참여하는 민주주의와 민생을 위한 새로운 연대기구(민민련)도 제3지대로서의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 기구가 공식적으로 출범하게 되는 것은 반(反)이명박 전선의 결집을 알리는 중요한 시발점"이라고 의미부여 했다.
하지만 김형탁 대표가 주장하는 소위 `진보의 재구성`은 김 교수의 구상과는 질감이 무척 다르다. 그는 "다시 한 번 힘을 합쳐 잘 해보자는 대동단결론은 이른바 현재 민노당 좌파를 자처하고 있는 세력으로부터 나온다"며 "현재의 진보신당과 민노당의 비교표를 만드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잘랐다. 그는 "진보신당은 민노당의 대당이 아니다"며 이같이 말했다.

시기 문제만 남아

그는 "진보의 재구성은 2~3년이 걸릴 수도 있고 길게 가면 10년이 걸릴 수도 있다"며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제2창당 역시 완성적 기획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진보의 재구성을 향한 표식 하나를 남긴 것으로 이해돼야 한다"고 했다. 단기적 국면에 연연하지 말고 장기적으로 진영을 재구축해 가야 한다는 것.
김 대표는 "한국의 정치구조가 의회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며 "의회에 한정되지 않은 총체적인 정치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어떻게 하면 국회의원이 될 수 있을까를 중심으로 모든 정치일정을 사고하는 경향을 없애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대표는 통합과 연대의 기준에 대해서도 "평등, 생태, 평화, 연대의 네가지 핵심가치를 중심으로 과거의 역사적 경험의 토대 위에 기본적 원칙을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서로 통합과 재결합에 대한 목소리는 분명 달리하고 있다. 하지만 재결합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감하는 목소리다. 따라서 이들은 조만간 재결합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그 시기는 2010년 지방선거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오진석 기자 ojster7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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