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단체 회원들과 함께 한 청계산 기행

지난 주말 기자가 속한 모 단체에서 모임 결성 후 첫 산행이 서울의 남단 청계산에서 있었습니다.

모임 시간은 오전 10시30분. 청계산의 옛골토성 앞이었습니다. 오전 9시 경 지하철 3호선 연신내역을 출발, 양재역 7번 출구를 나와 성남 방면으로 가는 4432번지선 버스를 탔습니다. 버스 안은 그야말로 콩나물시루였습니다. 숨이 탁 막혀 왔습니다. 사람과 배낭이 뒤엉키고 버스가 급정거 할 때마다 옆 사람과 부딪치면서 빈대떡 신세가 되곤 했습니다. 그날따라 차는 왜 그렇게 밀리는지, 암튼 양재역에서 옛골까지 30여 분만에 도착했습니다. 버스에서 내린 시간이 정확히 9시 15분이었습니다. 휴∼ 지각은 면했습니다. 그런데 날씨마저 무슨 불만이 있는지 잔뜩 찌푸리고 바람도 차갑게 불어 댔습니다. 그 후, 하나 둘 모이면서 산들머리로 발걸음을 옮긴 시각이 10시 50분경이었죠. 약간 늦게 오신 우리 가족들. 이유 인즉, 수원, 용인, 의정부 등 멀리서 왔기 때문이랍니다. 이곳까지 오신 것만 해도 대단한 정성이잖아요.

우여곡절 끝에 모인 총 참석인원은 9명. 닉네임이 ‘쩐의 전쟁’이신 송화석님, ‘카리스마’ 강상훈님 부부, 용인에서 오신 ‘찐빵 호빵’ 부부, 이날 페이스를 잃지 않고 꾸준히 등반을 잘 하신 사랑스런 우리 한종숙님, “주식시세는 개장 30분과 마지막 30분만 보면 돼”라는 주식과 펀드의 달인이신 이인경님, 그리고 제일 막내면서 모임의 총무역할 하시느라 여념이 없으신 우리 예쁜 이혜은님, 마지막에 역마살이 끼어서 심산유곡 찾아다니면서 한 대포 걸쳐야 직성이 풀리는 기자까지….

오늘의 산행 길은 옛골토성에서 사찰인 정토사 방면을 거쳐 이수봉까지 약 3㎞ 거리입니다.



등산로 입구 왼쪽의 개천에선 맑은 시냇물이 졸졸졸 흘러가면서 우리에게 가을의 상큼함을 전해 줍니다. 오른쪽의 식당들은 오순도순 붙어 앉아 등산객을 향해 빨리 내려와 뒷풀이 해 달라 떼쓰고 있는 듯합니다. 햇살은 숨었다 나왔다를 반복합니다. 우리들은 삼삼오오 얘기꽃을 피우면서 청계산에 안겨 갔습니다.

철쭉능선을 향해 가는 중간 중간에 턱 버티고 있는 나무계단이 장난이 아닙니다. 40도가 족히 넘을 듯한 경사 오르막은 우리에게 무한한 인내심을 요구합니다. 이혜은님, 연신 물병을 입에 가져갑니다. 호빵님은 계단 중간에서 스틱에 몸을 의지 한 채 휴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등산 초입에서 지팡이를 구입 한 우리 송화석님 그런대로 따라 옵니다 “지팡이를 사용하니 완전한 산악이 된 것 같아”라며 대견해 합니다. 나머지 진빵님, 카리스마 부부님, 인경님, 종숙님, 산행 실력이 대단했습니다.

시간이 11시 30분을 가르킬 즈음 일행을 맞이하는 목배등 팻말이 나타납니다. 이수봉 정상까지 1㎞, 시간은 25분 소요된답니다.

틈틈이 휴식을 취할 때마다 주식과 펀드의 달인이신 우리 인경님의 그동안 경험담에 모든 일행들 귀 쫑긋 세우고 경청합니다. 등산의 묘미를 느끼면서 재테크의 내공까지 쓸어 담는 경이로움에 그저 존경의 눈초리를 보낼 수밖에 다른 방도가 없었습니다.



낑낑대기 1시간 30분 만에 우리는 이수봉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기념촬영 후 근처 식사장소로 이동하는데 주변에 막걸리를 파는 산정 주점들이 몇 군데 눈에 띄었습니다. 경제가 어려우니 산에서라도 장사해서 먹고 살겠다는 그 분들의 심정 이해는 하지만…. 정상 주변 깨끗이 정돈해 주시고 가셨으면 하고 바래 봅니다. 망경대 방향으로 약 10분 걸어가니 우측 비탈길에 움푹 파인 공지가 나타납니다. 바람도 피할 수 있는 안성맞춤의 식사장소였습니다. 원래 가을과 겨울 산행은 땀을 흘린 관계로 양지 바른 곳에서 밥을 먹어야 추위도 덜 타고 체온도 덜 떨어집니다.

이날은 흐린 날씨로 인해 양지는 없지만 바람을 피하는 게 급선무였습니다. 야외용 돗자리 펴고 옹기종기 둘러앉아서 배낭속의 음식들 꺼내 먹습니다. 막걸리 다섯통에 각종 나물, 파김치, 멸치볶음, 김밥, 과일, 배추김치, 고구마 등과 후식으로 뜨거운 커피가 뒤를 받치고 있습니다. 야전에서 이 정도의 뷔페면 어디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듯합니다. 각자 술잔에 막걸리 가득 붓고 우리 찐빵님께서 건배제의 합니다. “모든 가족의 건강과 사업을 위하여!” “위하여!” 목줄기를 타고 단숨에 넘어가는 이 상쾌함에 우리는 전율했습니다. 언젠가 본 듯한 시(詩) 한 수가 생각납니다.

가을에는/ 가을 남자가 되고 싶어

가을 음악을 듣고/ 가을 책을 집어 든다

가을에는/ 가을 남자가 되고 싶어

가을 길을 걷고 싶고/ 가을 시를 쓰고 싶다



식사를 거의 다 마쳐 갈 즈음 하늘에서 우리를 축복하는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뒹구는 가을 낙엽에 소리 없이 사뿐히 내려앉는 비. 우리는 가을에 취해 갔습니다.

하산 길은 위험하다고 판단, 저의 팔짱을 슬며시 끼는 송화석님과 이런저런 세상 돌아가는 얘기 나눕니다. 내리는 비의 양이 꽤나 많습니다. 배낭속의 우산이 갑갑하다고 자꾸 나오려고 합니다. 그냥 참고 있으라고 다짐을 줬습니다. 아홉 명 모두다 비를 맞고 가는데 특정인 한 명만 우산을 쓸 순 없었습니다. 먼저 내려 간 카리스마 강상훈님 부부께서 뒷풀이 장소(청계산 은행나무)를 잡아 놓고 일행을 맞이합니다.

막걸리와 파전, 도토리묵, 김치전 등이 어우러진 뒷풀이는 결국 양재동의 이름 모를 노래방에서 애창곡과 함께 마무리되었습니다. 비가 그친 뒤 깊어 가는 가을밤이 무척이나 아쉬운 우리에게 잔잔한 미소를 보내 줍니다. 
                                                                                                       전광훈 선임기자 jkh4141@hanmail.net

청계산은?

서울 서초구와 경기 과천시·의왕시·성남시 경계에 있는 청계산(淸溪(청계)山(산))은 높이 618 m이며 주봉인 망경대(望景臺)를 비롯하여 옥녀봉(玉女峰) ·청계봉(582 m)·이수봉(二壽峰) 등의 여러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다. 이번 우리 캠코 가족들이 다녀 온 이수봉은 무오사화(戊午士禍)에 연루된 정여창이 이곳에 숨어 위기를 두번이나 모면하였다고 지어진 이름이다. 서쪽에 관악산(冠岳山), 남쪽에 국사봉(國思峰)이 솟아 있으며, 이들 연봉과 더불어 서울의 남쪽 방벽을 이룬다. 남북방향으로 뻗어 있는 능선은 비탈면이 비교적 완만하며 산세도 수려하다. 서울 근교에 위치한데다 서쪽 기슭에 서울대공원을 안고 있어 하이킹 코스로 찾고 있다. 정상인 망경대는 출입이 통제되어 있어 북쪽의 청계봉이 정상을 대신하고 있다. 남서쪽 중턱에는 신라 때에 창건된 청계사가 있고, 동쪽 기슭에는 경부고속도로가 동남방향으로 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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