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기자> 서울에 내린 눈, 그 눈 사이로 보드를 타고

"다은아, 밖에 봐라 눈 온다."

아침 일찍 비몽사몽하고 있는 내 귀에 엄마의 말씀이 들렸다. 나는 재빨리 하던 일을 멈추고 커튼을 젖힌 채 창밖을 보았다. 절로 감탄이 나왔다. 희다 못해 너무나도 눈부신 눈들이 소복하게 쌓여 나의 시선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무에도 도로에도 온통 하얀 눈세상.

솔직히 특별히 눈을 좋아하는 건 아니다. 눈이 내리고 나면 땅이 질퍽해져서 신발도 더러워지고 바지 끝도 더러워지기 때문이다. 외모에 신경을 꽤 쓰는 편인 나에게는 정말 최악인 것이다. 허나 나도 아직은 파릇파릇한 청소년이기에 놀이는 정말 좋아한다. 눈을 이용해 재미있게 할 수 있는 놀이라면 싫어할래야 싫어할 수가 없지 않겠는가.


#우리집 창문을 열고 찍은 오늘 아침 눈내린 사진

그렇다면 하얀 눈을 이용한 즐거운 놀이… 뭐가 있을까?

첫 번째로는 눈이 쌓인 언덕 위를 미끄러지듯 질주하며 짜릿함을 만끽하는 것들이다. 스키, 스노보드, 썰매 등이 있다. 썰매는 남녀노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따로 실력이 없이도 탈 수 있는 놀이다. 옛날에는 비닐포대 등을 이용했으나 요즘에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 안정적이고 보기에도 좋은 여러 종류의 썰매가 나왔다. 그러나 이런 썰매들로는 재미를 느낄 수 없다며 그 옛날 포대자루를 찾는 어른들도 가끔 있다.

다음으로는 내가 처음 배우자마자 중급까지 올라갔던 스키. 스키는 넘어져서 일어나는 것만 배우면 다 배운 거라고들 한다. 내 양쪽 발에 길쭉한 스키를 붙인 채 경사가 급한 산비탈을 내려간다…정말 생각만으로도 짜릿함의 극치를 느낄 수 있다. 그런데 내가 엉거주춤한 자세로 스키를 타고 있을 때 멋진 자세로 보드를 타고 슝슝 내 곁을 지나치는 사람들…그랬다. 이제 보드가 배우고 싶어진 이유다. 아직 스키도 두 번 밖에 타보지 못했지만…. 그것도 4년 전의 일이다. 작년엔 겨울을 겨울답게 보내지 못했다. 그다지 춥지도 않았고, 눈도 많이 내리지 않은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올해는 멋진 고글을 쓰고, 예쁜 모양의 그림들이 프린팅 되어있는 보드를 타보고 싶다. 그래서 엉거주춤한 스키어들을 슝슝 지나치며 한껏 멋을 부려보고 싶다.

두 번째로는 그저 순수한 눈 그 자체를 이용한 놀이들이다. 눈싸움, 눈사람 만들기 등이 있다. 눈싸움은 정말 한번 망가지겠다고 작심하고 눈과 한 몸이 되면 된다. 한참 눈싸움을 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아이들처럼 천진난만해 있을 것이다. 그저 바알갛게 변한 볼에 눈처럼 하얀 웃음을 짓고 있을 것이다.

눈사람 만들기는 인내가 필요하다. 눈을 굴려서 큰 몸통과 얼굴까지 만들려면 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꽤 인내가 있는^^ 나는 작년까지 해마다 눈이 내리면 눈사람을 만들었다. 큰 몸집에 머리도 크게 만들었다. 재료가 없는 탓에 주위의 나뭇가지들을 이용해 눈 코 입을 붙이기도 했다.


#신나는 스노보드 타기/자료사진입니다.

이렇게 추운 겨울, 눈이 내리면 정말 많은 놀이를 할 수 있다. 게다가 겨울은 4계절 중 제일 길어서 눈만 내려준다면 이에 얘기한 놀이들로 상당기간 즐겁게 보낼 수 있다. 우리 가족은 아직 함께 스키장에 가보지 못했다. 4년 전 갔을 때는 내가 다니던 태권도학원의 관장님과 함께였다. 그때를 잊지 못하고 있다. 집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 지루한 겨울. 빨리 하얀 설원이 시원하게 펼쳐진 스키장에 가 인생에서 가장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보고 싶다. 이번엔 아까 했던 말처럼 스노보드에 도전해보고 싶다. 허나 바쁜 아빠, 엄마는 내가 얼른 커서 친구들과 매일 놀러 다니라고 하신다. 그걸 생각하면 어찌나 빨리 크고 싶은지….

항상 집에서 조용히 내리는 눈만 감상하고 있지 말고 추운 겨울에도 놀 수 있다는 데 감사하며 신나게 놀아보자. 어느덧 당신의 이마 위엔 송글송글 구슬땀이 맺히고 입가에는 눈보다 더 새하얀 미소가 지어져있을 것이다. 정다은 기자 <정다은님은 경희여중 2학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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