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MB, 국면 전환 100일 시나리오

"앞으로 100일이 정권의 운명을 좌우한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친이계에 비상이 걸렸다. 이제 막 취임 2년차를 지났을 뿐인데 민심 이반이 심각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연초 개각으로 민심을 돌리려고 안감힘도 써 봤지만 이 역시 용산 참사로 무용지물이 됐다.
`속도전`을 기치로 광폭행보를 잇겠다는 장대한 청사진도 원점으로 되돌아갈 수 밖에 없는 처지다. 한나라당 안팎에선 이 과정에서도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30%대로 올라간 것은 위기감을 느낀 보수층이 어쩔 수 없이 결집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권 핵심부에선 4월 재보선의 승패에 따라 이 대통령이 때 이른 레임덕에 처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이 대통령이 각종 통로를 통해 언론플레이를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은 `정면돌파` 밖에 방법이 남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얼마전 개각 과정에서 여론의 비판을 무릅쓰고 친이계 인사들을 대거 기용했다. 용산 참사로 비롯된 `김석기 사퇴론`도 사실상 묵살했다.
이 대통령에게 있어 2009년은 더 없이 중요한 시기다. 더욱이 4월엔 사실상의 중간 평가라 할 수 있는 재보선이 기다리고 있어 한치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친이계 관계자는 "올 봄만, 앞으로 100일만 잘 넘기면 된다"면서 "그 후 경제 사정이 나아지면 민심도 다소 유연해질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돌아온 `영일대군의 남자`

청와대가 당의 불만에도 불구, 개각을 밀어붙인 것도 올 한해 국정운영 스타일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이 대통령은 현재 용산 참사, 경제 위기, 남북관계 경색, 미국 오바마 대통령 취임 등 내우 외환에 처해 있다. 박근혜 전 대표와의 불편한 관계도 악화 일로다. 이 과정에서 박영준 전 대통령실 기획조정비서관을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으로 재기용한 것은 일단 비판을 받더라도 정면돌파하겠다는 강한 의지로 해석된다.
한나라당 인사는 이와 관련 "김석기 카드 고수도 그렇고 박영준 재입성도 현 정권의 다급함을 느끼게 한다"면서 "권력 사유화의 장본인이었던 박영준씨를 다시 부른 것은 다소 실이 있더라도 친정체제를 강화하겠다는 포석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부터 벌써 8번"

일단 이 대통령은 경제 위기 해법이라는 기치로 민심을 바짝 견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통령은 최근 일자리 창출과 4대강 정비 등 경제정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위해 국민과의 의사 사통에도 한층 신경쓰는 모습이다. 지난달 말엔 SBS를 통해 원탁토론을 했고 최근엔 라디오 연설을 통해 자신의 의지를 밝혔다.
지난해 촛불정국에선 마지못해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지난해 10월 13일부터 지금까지 모두 8차례나 실시했다. 한 달에 한번 이상 연설을 한 셈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일 방송된 8차 라디오연설을 통해 북한 미사일 문제와 용산 사태, 경제위기 등과 관련, "어려울 때일수록 바른 원칙을 세우고 그 원칙을 일관성 있게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먼저 남북관계 경색과 관련 "남북관계에 있어서 특히 중요한 것은 흔들리지 않는 분명한 원칙"이라며 "과거와 같이 북한 눈치를 살피면서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하다가 끝이 잘못되는 것보다는 시작이 조금 어렵더라도 제대로 출발해서 결과를 좋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또 용산 철거민 사망 사고에 대해 "철저한 원인규명을 통해 이번에야말로 악순환의 고리를 반드시 끊겠다는 것이 저의 분명한 원칙"이라며 "원인이 다 가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책임자를 사퇴시키느냐 마느냐가 그렇게 시급한 일은 결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김 내정자를 여전히 두둔했다.

친이계 재결집 가속화

그 동안 `경제 우선`을 이유로 유연한 대처를 강조했던 이 대통령이 `원칙주의`로 방향을 선회한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더 이상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이기 때문이다.
그는 "세상을 살면서 원칙을 지킨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고 있다"면서 "개인이나 국가나 성공하기 위해서는 바른 원칙을 세우고 그 원칙을 일관성 있게 꾸준히 실천해가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의 `소통정치`는 이런 원칙을 강조하는데 일차적인 방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대국민 통로 뿐만 아니라 당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접촉 횟수가 늘고 있다. 지난 2일 가진 한나라당 중진인사들과의 오찬모임엔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 박근혜 전 대표, 정몽준 허태열 공성진 이상득 의원 등 총 20여명이 참석했다.
친이계 핵심 인사들도 당내 의원들과의 접촉을 늘림으로써 정권 협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 이후 한나라당은 즉각 화답했다. 윤상현 대변인은 "지난 10년간 우리 사회를 짓눌러왔던 부조화된 모습을 극복하기 위한 해법인 `원칙`을 강조한 시간이었다"면서 "원칙을 바로 세워야 선진 대한민국의 기틀이 마련될 수 있다"고 높게 평가했다.

"고집만 남은 마이동풍 연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정면돌파`에 대해선 양날의 칼이라는 우려도 없지 않다.
정치권 관계자는 "원칙은 전임인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전매특허 아닌가"라고 의구심을 드러내며 "자칫 잘못하면 독불장군이라는 이미지로 각인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등 야당의 반응도 싸늘하다. 정세균 대표는 "성찰하고 쇄신할 의지는 전혀 없고 오기와 고집만 남은 상태인 것 같다"면서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이하고 한가하며 참 위태로운 상태"라고 폄하했다.
이어 그는 "지난 1년간 그렇게 참담한 실패를 했으면 철저한 반성을 토대로 2년 차에는 뭔가 다른 모습을 국민 앞에 보여야하는데, 대통령이 그런 의지가 전혀 없으니 어떻게 해야할지 참으로 암담하기만 하다"고 비판했다.
노영민 대변인도 "대통령의 연설은 한마디로 `마이동풍` 연설이다. 갈수록 태산"이라고 꼬집으며 "연설 어디에도 대통령의 국민에 대한 소통의지는 보이지 않고 외고집뿐이다"고 평가했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도 "경찰의 진압 작전은 법적인 책임 여부를 떠나 적절한 공권력 행사라고 보기 어렵다"면서 "불법자들에 대해선 죽더라도 완전히 진압해야 한다는 논리라면 이는 야만적인 법 질서 의식"이라고 다시 한 번 청와대에 직격탄을 날렸다.
운명의 시간 앞에서 `원칙`이라는 잣대를 안고 정면돌파를 시도하는 이 대통령이 성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번 4월 재보선이 일차적인 심판대가 될 전망이다.
오진석 기자ojster7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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