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복귀설에 날 세운 친박 진영

`대운하 전도사`를 자처하는 한나라당 이재오 전 의원이 자칫하면 당을 두도막 낼 지도 모르는 상황에 직면했다. 이 전 의원의 복귀를 놓고 당내 친이계와 친박계 사이에 다시 전운이 감돌고 있기 때문이다.
전면전만 없을 뿐 이미 곳곳에서 일합이 벌어졌다. 쟁점 법안을 놓고 미묘한 시각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다 당협위원장 교체 문제와 4월 재보선 공천도 `뜨거운 감자`다. 당 내에선  이 전 의원이 복귀할 경우 뇌관이 폭발하고 말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게 제기되고 있다.


누가 먼저 기름을 붓느냐만 남았다.
이 전 의원의 복귀는 단순한 재입성이 아니라는 게 당내 분위기다. 친이계도 내심 흩어진 진영을 재정비하는 계기로 받아들이고 있다. 반면 친박 진영은 호락호락 당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어느 쪽이든 점화만 하면 바로 폭발할 분위기다.

"이재오 친위대 떴다"

친이계와 친박계와의 갈등은 최근 최고위원회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오는 4월 임기가 만료되는 당협위원장 교체 문제가 시발점이 됐다.
친이계의 안경률 사무총장이 박형준 청와대 홍보기획관이 당협위원장이었던 부산 수영구에 친박계 현역인 유재중 의원을 배제하고 강성태 부산 시의원을 임명하는 안을 올리자 친박계가 반발하고 나선 것.
양 진영은 서로 날선 신경전만 벌이다 끝내 이 문제에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임시 봉합만 했다. 당내에선 본격적인 전면전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당협위원장 문제는 내년도 지자체 선거와 직접적으로 맞물려 있어 어느 한쪽도 양보하기 힘든 사안이다. 얼마전 출범한 원외 당협위원장 협의회에  인사가 다수를 차지한 것도 친박 진영의 긴장감을 높여주는 요인이다.
친박계 인사는 "사실상 이재오의 친위대 아니냐"면서 "내년 지자체 선거를 기회로 친이계가 당을 싹쓸이 하려고 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4월 재보선에서 경북 경주 지역에 누구를 공천할지도 뜨거운 화두다. 김일윤 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했지만 사실상 한나라당의 텃밭이어서 공천 결과가 중요할 수 밖에 없다.
친이계의 정종복 전 사무부총장이 출마를 준비하고 있지만 2007년 대선 당시 박 전 대표의 안보 특보를 지낸 정수성 전 육군대장도 출사표를 던질 태세여서 불꽃 튀는 경쟁이 예상된다.
정 전 부총장이 지난 4·9 총선 당시 공천을 주도하며 친박계를 배제하는데 앞장섰다는 것도 친박 그룹이 단단히 벼르고 있는 이유다. 당내에선 어떤 결과가 나오든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이재오 복귀는 선전포고"

이 전 의원의 복귀는 가장 무서운 뇌관이다. 친박 진영이 철저하게 벼르고 있는 이 전 의원이 돌아올 경우 전면전은 사실상 불가피하다.
이 전 의원도 이를 의식한 듯 "귀국해도 정치적 오해가 없었으면 한다"며 "더 이상 싸울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친박계의 시선은 의심으로 가득차 있다.
친박계 좌장인 김무성 의원은 "이 전 의원의 복귀는 친박계에 대한 선전포고"라며 일치감치 경고장을 던졌다.
박희태 대표의 재보선 출마 여부에 대해서도 양 진영은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다. 수도권에 출마해 당선될 경우 당 대표직을 유지하겠지만 낙선한다면 또 다시 지도부 교체 주장이 제기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한 인사는 "그나마 박 대표니까 이 정도 당을 이끌어 왔는데 현재 상황에서 다른 대안을 찾기가 어디 쉽겠느냐"며 "이 전 의원의 귀국이 결국은 일을 터뜨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진석 기자 ojster7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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