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국회 미디어법 기습 상정- 언론노조 최상재 위원장

한나라당의 언론관련법 `기습` 상정이 또다시 논란을 빚고 있다. 이에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은 26일 오전 6시를 기해 총파업에 들어갔다. 언론노조는 "한나라당이 언론관련법을 직권상정한 것은 `국민에 대한 도전이고 전체 언론에 대한 선전포고`"라며 지난해 12월 1차 파업보다 투쟁 수위를 높여 총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언론노조는 26일부터 전국 방송사와 신문사 등 전국 80여 곳의 사업장 앞에서 미디어 관련법 기습 상정을 규탄하는 선전전과 촛불 집회를 열고 있다.

MBC, SBS, YTN, CBS 등은 뉴스진행자가 교체되는 등 방송에 차질을 빚고 있으며 지난 해 언론노조를 탈퇴한 KBS노조도 사원행동 등을 중심으로 반발기류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재벌·조중동 방송 급부상 우려

논란이 되고 있는 언론관련법안과 관련, 한나라당은 지난해 11월 방송법 개정안을 포함해 신문법, 정보보호법, 언론중재법, IPTV법, 전파법, 지상파TV디지털전환특별법 등 미디어 관련 7개 법률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신문법은 신문·방송 겸영을 금지한 조항을 삭제하기도 했다.



문제는 한나라당의 언론법 개정안이 삼성전자 같은 대기업이나 조선일보, 중앙일보와 같은 신문사도 지상파 방송국을 소유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문(뉴스통신 포함)과 대기업이 지상파 방송 지분의 20%, 종합편성 채널과 보도전문 채널은 지분의 49%까지 보유할 수 있도록 했다.

지상파 방송사와 언론관련 단체들이 이처럼 거세게 반발하는 것은 법 개정으로 대기업과 신문사가 방송사까지 갖게 되면 방송사들이 대기업의 이익을 대변하거나 거대 신문이 여론을 장악하게 될 것이 불 보듯 훤하기 때문이다. 현재의 다공영(KBS·MBC)-다민영(SBS·지역민방) 체제가 1공영-다민영으로 재편되면 시청률 경쟁이 심해지면서 방송이 더욱 상업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수개월 동안 여야간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끌어온 이 문제가 또다시 논란이 되기 시작한 건 지난 25일 오후부터다. 고흥길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장이 미디어관련 법안 22개를 기습 상정한 것이다. 야4당이 반발하는 가운데 미디어단체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한나라당과 정부를 맹비난하고 나섰다. 각종 국민여론과 사회적 합의 요구를 묵살했다는 것이다.

언론노조, 미디어행동 등 언론 관련 단체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한나라당이 재벌과 조중동에 지상파 방송을 내주는 언론악법을 상정했다"면서 "진보와 보수, 신문과 방송의 구분 없이 확인된 반대 여론에 대한 배신"이라고 주장했다.

"야당 의원들 총사퇴 결의해야"

또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에게 "국민의 의견에 충실해야 할 공복으로서, 의원직을 내놓고 저지에 나서라"면서 "의원직 총사퇴를 결의하고 저지에 총력을 다하라"고 주문했다. 신학림 미디어행동 집행위원장은 "26일부터 총파업에 나선 전국언론노조의 결의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낸다"며 "국민과 함께 한나라당이 오판하지 않도록 연대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문화연대도 "이명박 정권의 취임 1주년을 자축하듯 여지없이 일방통행과 유아주의가 되풀이  되고 있다"며 "직권상정이 미칠 상식을 가진 이들의 강력한 반발과 그로 인해 발생할 마찰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관철시킨 그들의 독단, 독선, 독주는 대한민국을 또 다시 정쟁의 한 가운데로 빠져들도록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문화연대는 "국민의 대다수를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지 못함을, 국민과 대화할 수 있는 의지와 역량을 갖지 못함을 파렴치하고도 노골적인 방식으로 드러낸 것에 불과하다"며 "이명박 정권은 국민과의 소통을 스스로 거부하고 말았다"고 맹비난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박석운 대표는 "분명한 사실은 한나라당이 언론법안을 야당과 `합의처리`하겠다던 약속을 짓밟고 강행처리 의지를 드러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일자리 창출`이니 `미디어산업 경쟁력 강화`니 하는 이명박 정권의 거짓말을 국민에게 통하지 않는다"며 "한나라당이 끝내 `다수의 힘`만 믿고 악법을 처리하겠다면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이라도 악법 강행을 중단하고 `합의처리`의 약속을 지키는 것만이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이 파국을 피하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25일부터 여의도를 비롯 서울 도심에서는 시민사회단체와 시민 등이 촛불 집회를 열고, 미디어 관련법 상정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언론관련법 상정이 여야 갈등을 넘어 일반 국민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향후 정부여당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얼마전 선거에서 재선한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은 <위클리서울>과의 인터뷰에서 "언론의 목소리를 죽이고 권력과 자본에 굴종하게 만드는 일체의 시도에 대해서 단호하게 거부하고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낙하산 인사 등으로 일부 방송사들이 보도 방식과 관련해 갈팡질팡하고 있다. 언론악법 논란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며 "이 법이 통과될 시 용산참사와 같은 문제들은 영원히 은폐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음은 언론노조 사무실에서 만난 최상재 위원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최상재 위원장

"용산참사 등 영원히 은폐될 것"

- 지난 1년간 상당히 바빴다.
▲ 노무현 정부와는 비교도 안된다. 지난 정권은 적어도 시민단체들이 불만을 얘기하면 `듣는 척`이라도 했다. 그런데 이 정권은 철저하게 무시한다. 근본적으로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이 없다. 절차와 과정을 모두 무시해버린다. 이는 민주주의라는 체제를 부정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현 정권에서 보수적인 성향의 정책을 수립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 있어 절차와 과정은 존중해야 하는게 민주주의의 기본이지 않나. 상대적으로 중산층과 소외계층에게 불리한 정책들을 내놓고 있는데, 당연히 이를 반대하는 입장들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적어도 이들 의견들을 들어주고 설득을 시킬 노력이라도 해야 할 것이 아닌가.

- 이번 파업은 지난번 파업과 어떤 차이가 있나?
▲ 기본적으로 큰 차이는 없다. 일시 중단된 것이 다시 시작된 것이라고 보면 된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국민들도 보도를 통해 어느 정도 인식하고 미디어 단체들과 함께 동참할 것이라는 대목이다. 이게 더 무서워진 점이다.
그동안 분산되었던 촛불들이 다시 뭉치고 있는 것이다. 실제 네티즌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일반 시민들의 참여도도 과거 파업보다 높아졌다. 이런 점들로 미루어 보면 국민들이 언론 관련법 상정이 얼마나 무서운 시도인지 알아가고 있으며 따라서 국민 저항의 공간폭이 점차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 낙하산 인사로 인해 KBS가 과거보다 `말랑`해졌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지만 일반 국민들은 사실 이에 관심이 별로 없는 것 같다.
▲ 이른바 언론장악은 현재 언론관련법 상정 시도와 맥을 같이 한다. 방송의 영향력은 크다. 일반 국민들의 사회에 대한 인식은 방송의 영향력과 관계 있다. 일부 보도를 계속 반복해서 보여주다 보면 국민들은 그 논리에 동조할 수밖에 없다. 왜곡보도나 정부여당의 정책 선전에 장기간 노출되다 보면 결국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이런 점을 국민들도 알아야 한다.
이런 문제를 떠나 낙하산 인사는 그 자체로 당장 어찌 막을 방도가 없어 보인다. 얼마전 OBS도 낙하산 인사가 사장으로 임명되었다. 정부여당이 대선과정에서 무리할 정도로 부적절한 관계를 가진 인사들에게 줄 수밖에 없었던 일종의 `선물`인 것인데, 앞으로 이런 낙하산 인사들은 계속 등장 할 수도 있다.

- 실제 언론장악과 관련해 피해를 보고 있는 국가의 국민들이 있나? 외국의 사례를 든다면?
▲ 일본과 이탈리아다. 특히 이탈리아는 총리 스스로가 방송언론을 장악하고 있다. 자신의 비리를 철저하게 은폐하고 장기 집권을 꾀하고 있는 상황이다. 수백만 시민들이 이라크 파병에 반대하고 있지만 그것은 언론에 보도가 되지 않는다. 이것은 지금 이탈리아에서 일어나고 있는 실제 상황이다.
이탈리아의 모든 지식인과 언론인들이 이탈리아 현 정부에 반대하고 있지만 민심에 반영이 되지 않아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이탈리아는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투표에서도 이런 문제가 반영되지 않는다. 언론이 올바른 목소리를 내지 못한 게 원인이다. 결국 권력기관에게 언론이 장악되면 한국도 이런 상황에 직면할 것이다. 무능한 현 정부여당이 장기집권을 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 용산참사와 관련해 지금까지의 언론 보도를 평가해본다면?
▲ 과거에 비해 문제점들을 집요하게 파헤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검찰과 경찰이 불러주는대로 받아 적고 그대로 보도해버리는 태도라고 볼 수 있다. `경찰의 과잉진압?` 이 어휘가 주는 의미는 무엇인가. 이러한 어휘 선택은 결국 경찰에게 면죄부를 주는 프레임으로 작동되고 있다. 이번 참사의 원인이 명백하게 `불법진압`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하게 하는 시나리오가 계속 양산되고 있다.
또한 연쇄살인범 강호순의 얼굴을 부각하는 점도 그렇다. 이렇게 선정적인 보도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국민들을 공포에 떨게 한 강호순의 얼굴을 보여줌으로서 용산참사를 바라보던 국민들 시선을 돌리는 의도가 숨어 있다고 볼 수 있다.  

- 흔히 역사는 반복된다고 한다. 수십년전 언론이 핍박받았던 독재시절처럼 이 주기가 반복되는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 이미 역사는 되풀이되고 있다. 지난 10년간 언론이 스스로 정화시킨 것들이 단 1년 만에 20년 전의 그것들로 바뀌어 버렸다. 이 언론악법이 통과되면 우리 국민들은 이보다 더 힘든 환경과 마주해야 할 것임이 분명하다. 87년 이전보다 더한 과거로 회귀할 수도 있다.

- 이번 법안의 통과 여부에서 그 열쇠는 누가 쥐고 있다고 보나?
▲ 언론악법의 강행여부는 청와대에 달렸다. 청와대가 청구입법했고 한나라당 미디어특위 등에서 주도했다. 한나라당 소수 의원들이 주도했기 때문에 한나라당내 대다수 의원들조차 이 법이 무슨 법인지 그 내용을 모르고 있는 우스운 상황이다.
그러나 국민들은 그 내용을 인식하고 있다. 이미 70%이상의 국민들이 이 법의 강행처리에 반대하고 있다. 국민이 유일한 희망이다. 국민들이 진정으로 두렵다면 청와대는 판단을 잘해야 할 것이다. 최규재 기자 visconti00@hanmail.net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