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기자> 너무나도 불행한 우리 94년생

94년에 태어난 이들은 개띠다. 사람들은 그런다. "개띠들은 팔자가 세다." 믿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 나와 내 친구들 처지를 보면 믿지 않을 수가 없다. 내가 바로 94년생 개띠이고, 현재 일어나고 있는 여러 상황들을 보면 `팔자가 세서` 그러는 것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심상치 않은 것만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물론 내 경우에만 국한된 것들도 있다. 자, 하나 하나씩 보따리를 풀어보자. 여러분들도 과연 나, 그리고 내 친구들이 속한 개띠 팔자가 센 것인지 아닌지 한 번 판단을 해주시면 고맙겠다.


#꽃은 피고 웃고는 있지만...불쌍한^^ 94년 개띠들

일단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초등학생 시절, 기억나는 운동회는 약 4번. 1학년, 2학년, 3학년 그리고 6학년…. 6년 동안 한 학교만 다녔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운동회를 4번 밖에 하지 못한 이유는 공사 때문이다.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는 꽤나 오래된 학교이다보니 처음 입학했을 때만 해도 무너지지 말라고 지지대를 세워놓았을 정도로 낡은 건물에서 공부를 해야 했다.

물론 그 오래된 건물 말고 나중에 지어진 비교적 상태가 좋은 건물도 있었지만 그 건물은 고학년생들 차지였다. 때문에 우리들도, 그리고 부모님들도 항상 불안에 떨어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건물을 새로 짓는다는 게시물이 나붙었다. 그리고 돌입한 대대적인 공사. 건물은 새로 지어졌고, 운동장도 아예 새롭게 바꿨다.

문제는 이 모든 것이 하필 우리가 학교에 다니는 기간 동안 이뤄졌다는 것이다. 공사는 약 2년여간이나 계속됐다. 공사가 끝나고 보니 6학년. 물론 새 건물을 써보는 즐거움도 있었지만 단 1년 밖에 쓰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더 컸다. 내가 좋아하는 운동회를 4학년 때와 5학년 때 하지 못했던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새 건물에서 기분좋게 공부를 한 건 단 1년 뿐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중학교 입학.
나는 집 근처에 있는 경희여중에 입학하게 됐다. 교복도 맞춰 입었다. 그런데 실망 또 실망. 여학교다 보니 규율이 지나칠 정도로 셌고 교복 역시 우리들 사이에서 일명 `시금치 교복`으로 불리는 촌스러움의 극한을 달리는 색과 스타일. 다행인 것은 내가 2학년이 될 때부터는 교복이 바뀐다는 것이었는데 그것도 알고 보니 우리 1년 후배들부터 적용이 된다는 게 아닌가. 우린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지금도 난 입학 때 샀던 그 촌스런 교복을 몸에 걸치고 학교에 다니고 있다.

이 뿐 아니다. 나의, 그리고 우리 94년 생들의 불행은 그치지 않고 이어졌다. 앞에서 얘기했듯 공사장을 2년씩이나 거쳐서 온 우리에게 또다른 공사 현장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 중학교 건물을 리모델링 한다는 게 아닌가. 새로운 건물을 세운다는 이유였다. 럴 수 럴 수 이럴 수가…. 2학년 때였다. 우리는 매일 드드드득 거리는 공사 현장의 소음을 온몸으로 느끼며 공부를 해야만 했다. 그리고 3학년이 되서야 신축 건물이 완공됐다. 우리는 또 1년이라는 짧은 기간의 혜택을 받게 됐다.


#불행의 손아귀에 꽉 잡혀버린 94년 개띠. 사진은 친구 인우랍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학교는 우리 때부터 수학여행과 수련회를 합쳐서 1번만 보냈다. 그래서 우린 올해 그 즐거운 수련회를 가지도 못하고 수학여행을 그것도 이상한 코스(힘들고 재미없는)로 다녀왔다.

이것이 끝이라면 말도 꺼내지 않았을 것이다. 일단 교과서 얘기다. 좀 있으면 새로운 교과서가 만들어진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내용을 알 수 없지만 선생님들 얘기론 재미있는 내용들이 많이 포함될 것이라고 하는데…. 하지만 정작 문제는 우리 다음 학년부터 그 교과서를 배운다는 점. 이런 어이없는 일이….

어디 그 뿐인가. 요동을 쳐대는 온갖 교육정책과 입시정책의 한가운데 바로 우리 94년 개띠생들이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단 고등학교 입시제도가 바뀐다. 그 중심에는 자율형사립고가 자리하고 있다. 당장 내가 원래 입학하려 했던 경희여자고등학교(경희여중과 같은 캠퍼스를 사용하는)가 자율형 사립고를 신청했다. 자율형 사립고, 공교육을 강화시키고 사교육을 제한하겠다는 취지라고 하는데 도대체가 이해가 안된다. 주변에서 자율형 사립고에 입학하려는 아이들을 보면 쉽게 드러난다. 집안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도 과외에 학원에 정신없는 나날들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수업료도 엄청 비싸다고 하니…. 그나마 일반 고등학교로 진학 목표를 바꾼 나같은 경우 다소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착각이다. 그들에게 밀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엄청나게 공부해야만 한다.

게다가 일반 학교 지원 체계도 바뀌었다. 우리들은 물론이고 부모님들도 새로 바뀌는 입학제도나 입시제도 등에 대해 엄청나게 공부를 해야만 하는 실정이다. 자칫 잘못하다간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지 모르고 당하기 십상이다. 게다가 고등학교 공부 과정도 바뀐다고 한다. 과목이 조정된다고 하는데 아직 정확하게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일단 우리 앞에 닥친 시험들을 무사히 치러내야 하는 의무 때문이다.

그 뿐인가. 또 우리 때부터 달라진 대학입시제도가 적용된다고 한다. 기가 막힐 일이다. 이 모든 것들이 현재 정권인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일어나는 변화이고 그 변화의 중심에 딱 우리 94년 개띠들이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흔히 친구들끼리 그런다. "우린 정말 운이 지지리도 없는 세대다". 때때로 우리가 전생에 무슨 잘못을 했기에 이런 악조건의 수혜자가 되어야 하는 건지 하며 한숨을 내쉴 때도 있다.

그나마 선생님들은, 이런 힘든 시기를 겪은 아이들이 나중에 성공을 많이 한다며 너무 불행해 하진 말라고 위로하신다. 그나마 위안을 삼는 얘기지만 억울한 건 억울한 거다.

솔직히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아무리 선진국의 교육을 모방한다고 해봤자 다리 짧은 우리는 황새 쫓는 뱁새 마냥 가랑이만 찢어지고 말 것이다. 선진국이 되고 싶다면 자꾸만 교육의 방법을 모방할 것만 아니라 우리만의, 우리에게 맞는 적당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적으로, 또 교육정책 면에서 선진국을 모방할 것만 아니라 우리만의 개성으로 똘똘 뭉쳐 다른 나라의 도움 없이도 모든 국민들이 잘 먹고 잘 사는 나라가 될 수 있도록 교육을 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또 공부를 잘 하는 아이들을 밀어주는 것보다도 못하는 아이들을 이끌어 잘하는 아이들과 함께 동화되고 차별되지 않도록 교육 시스템을 정비해야만 한다. 그런 와중 각자의 개성과 끼, 그리고 재능을 살릴 수 있는 교육은 필수적이란 생각이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선 선진국만 너무 따라하지 말고 우리만의 개성을 찾아 살리며 교육시켜 학생들이 보다 효과적이고 알차게 배울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정다은 기자 <정다은님은 경희여중 3학년 학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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