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기획> 전 국토에 울려대는 불도저 소리 1: 경인운하 현장을 가다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문뜩 황지우 시인의 시제가 떠올랐다. 인천 계양역 주변 경인운하 공사현장과 인근 굴포천을 돌아본 느낌 그대로다. 경인운하 공사현장은 수로를 내기 위한 포크레인 동원이 한창이다. 이미 `운하화` 된 굴포천에는 썩은 내가 진동한다.  

<위클리서울> 취재진과 함께 현장을 둘러본 카톨릭환경연대 권창식 사무처장은 "새들이 가끔 굴포천 주변의 음식들을 집어먹고 다른 곳으로 날아가다가 `뚝 떨어진다`"고도 했다. 경인운하 나아가 4대강 살리기 사업 준공식 이후 진행될 `드라마`를 미리 보는 것 같았다.

굴포천에 깃든 경인운하·4대강의 미래

흔히들 이명박 정부의 강 정비 축소판이 청계천이라고 한다. 그러나 강의 경우 청계천처럼 맑은 수돗물을 흐르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굴포천이 치수사업에 들어가면서 수질이 더욱 악화되었듯, 강 정비 역시 수질 개선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굴포천은 인천의 하천 중 가장 큰 하천으로 굴현천, 청천천, 비내리천 등 4개의 지류와 합쳐져 한강으로 흘러간다. 굴포천의 발원지인 칠성약수터 부근의 물은 엽새우, 강도래애벌레, 꼬리하루살이 등의 생물이 살고 있으며 수돗물로 사용할 수도 있는 1급수의 수질을 자랑한다. 그러나 자연녹지대를 벗어나 하천수가 도시로 흘러들면서부터는 피부병을 일으킬 정도로 심각하게 오염돼 있다. 하천이 아닌 `굴포하수도`로 전락한 것이다.

애초 굴포천의 오염은 정화되지 않은 생활하수, 공장의 산업폐수, 가축의 분뇨, 공장의 분진 등에서 비롯됐다. 오염을 줄일 수 있는 방안으로 생활 오수 줄이기, 물 절약 운동, 중수도 도입, 환경보전적 소비생활 등이 꼽히기도 했지만 청계천과 같은 치수사업으로 인해 지금은 수질이 더 악화된 상황이다.



팻말에는 2급수라고 적혀 있지만 실제로는 물고기도 살지 못할 정도로 오염돼 있다. 얼마 전에는 물고기 떼가 한꺼번에 하천 가장자리에 떠오르곤 했다. 생색내기용으로 풀어놓은 중국산 금붕어 몇 마리가 눈에 띌 뿐이다.

주민들은 실제 일반 물고기들은 이곳에서 서식하기 힘들다고 한다. 굴포천 인근에 사는 주민 김모(54세) 씨는 "노인네들이야 비위가 좋아서 잘 지나치지만 젊은 사람들은 썩은 내 때문에 이 주변에 얼씬도 않는다"며 "물을 그냥 흐르도록 둬야지 하천 주변을 자꾸 정비하면 동식물은 물론이고 사람도 못 견디게 돼 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지난 겨울 굴포천 사업 준공식 하면서 이제 굴포천을 자연으로 돌려보낸다고 떠들어대더니 결국 하천 수질은 이렇듯 더 악화되었다"며 "경인운하나 4대강 살리기 사업도 그 전철을 밟는 게 아니겠느냐"고 우려했다.   

가장자리에 하천을 따라 뻗어있는 콘크리트 제방으로 인해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는 것이다. 콘크리트가 점차 부식되면서 발암물질 성분들이 하천으로 유입되기 때문이다. 새들이 가끔 하천 주변에서 먹이를 물고 가다가 다른 곳에 떨어져 죽는 사태도 벌어진다. 생활 폐수도 문제지만 굴포천 주변 농지의 농약과 축사 분뇨들이 이곳 굴포천으로 그대로 흘러 들어오는 것도 주요 오염 원인이란 지적이다.

굴포천 하나만 보더라도 그 누구나 경인운하 나아가 4대강 살리기 사업의 미래를 읽을 수 있을 법하다. 그래서 많은 이들은 경인운하의 경우 굴포천을 확대시킨 것에 지나지 않으며, 나아가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새만금과 시화호, 영산강 치수작업 등의 전철을 밟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굴포천 치수 사업 준공식장에선 환호성이 터져 나왔을 터다. 현재의 굴포천이 있게 한, 앞으로 경인운하와 4대강을 있게 할 그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녹색연합의 `4대강 파괴 인명사전` 편찬이 의미 있는 작업임은 분명해졌다.


  
경인운하 찍고 4대강 돌격

경인운하 공사 현장 곳곳에선 무에서 유를 창조하기 위해 애쓴 흔적이 확연히 눈에 띈다. 없던 수로를 만들어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포크레인들은 행주대교를 향해 빠른 속도로 진격해 왔다.

현장에는 이름 있는 국내 건설사들의 명패가 여기저기 걸려 있다. 이들 건설사들은 경인운하 공사를 통해 현 정부로부터 인정받고 4대강 사업에도 뛰어들 수 있는 명분을 마련코자 한다.

주민들도 신이 났다. 대다수 주민들은 땅값이 뛸 것이라며 들 떠 있는 모습이다. 박모(62세) 씨는 "대다수 주민들끼리 경인운하를 반대하지 않기로 합의를 봤다"며 "반대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왕따`를 당하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송영길 민주당 의원은 정부여당의 정책에 반대하는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이곳이 자신의 지역구이기에 뒷짐을 지고 있다. 지역 예산안이 높게 책정돼 굳이 경인운하를 반대할 의사가 없을 것이라는 말들이 들린다.

어쩌면 건설사들과 경인운하 주변 주민들에게 이 사업은 큰 혜택을 가져다 줄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대다수 우리 국민들에게 큰 불행이 될 것이라는 점은 불 보듯 뻔하다. 

경인운하는 2조2500억 원을 들여 인천 서구의 서해와 행주대교 남단의 한강을 잇는 총 길이 18km, 수심 6.3m, 폭 80m의 인공 대수로를 건설하려는 사업계획이다.
 
경인운하 공사 현장은 인근 굴포천 유역의 홍수로 인한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굴포천 방수로가 만들어지던 곳이기도 하다. 지금은 한강까지 연결해 바다모래와 컨테이너, 자동차 등 각종 화물을 서울로 운반하는 인공물길로 추진되고 있다.   

정부는 수도권에 물류혁신을 가져올 것이라고 한다. 100만 명의 중국인 관광객이 몰려오고 사람들이 해외여행도 유람선으로 갈 것이라고도 한다. 카톨릭환경연대 권창식 사무처장은 "얼핏 들으면 운하에 유람선을 띄우고 서울을 항구도시로 만든다는 계획은 야심 차고 한편 낭만적이기까지 하다"면서도 "경인운하에 대해 조금만 깊이 내용을 들여다보면 어마어마한 혈세 낭비와 돌이킬 수 없는 환경재앙이 우려되는 문제 많은 사업 계획임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취재진과 동행한 카톨릭환경연대 권창식 사무처장


권 사무처장은 "기본적으로 운하나 선박은 저가의 대량화물을 멀리, 그것도 장기간에 걸쳐 운반할 경우에만 경제성이 생긴다"며 "경인운하와 같이 길어야 차로 1시간 걸리는 18km의 인공 물길을 열기 위해 2조2500억원의 국민 혈세를 쏟아 붓는 것은 현명한 정책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무엇보다 환경오염의 피해는 막대하다. 거대한 인공수조라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경인운하가 완성되면 수로에 상시적으로 물이 채워져 있어야 한다.

이는 빈 수조에 물을 반쯤 채워두는 것과 같다. 보름 정도 물을 채워두면 썩을 수밖에 없다. 인근의 굴포천과 물의 흐름이 느슨한 청계천 하류의 오염 상태를 떠올리면 쉽게 이해가 된다.


주운수로내의 물을 안썩게 하기 위해 바닷물을 유입한다지만 이와 관련해서는 `언 발에 오줌누기 꼴`이라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주운수로에 들어온 짠물은 도리어 인근지역의 지하수를 오염시켜 김포평야와 계양 지역 등 인근 근교농업을 하고 있는 8만 여 헥타르의 농지가 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시커멓게 썩어들어가는 물

시화호가 떠오른다. 불과 10여년 전 퇴적층에서 시작된 수질오염이 전체 수질을 걷잡을 수 없이 오염시켰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오염 사례가 시화호다. 이 오염 원인은 강으로 흘러 들어오는 수많은 하천들의 오염에서 비롯된다. 이 모든 문제는 결과적으로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진행 상황 결과와도 맞닿아 있다.



따라서 하천상류부터 물을 정화하는 시스템을 구축해나가는 게 경인운하, 더불어 4대강 살리기 사업보다 효과적이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견해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TV를 통한 국민과의 대화에서 `통보`했듯 `우리의 과학은 수질오염을 충분히 막고도 남을 수준이어서` 4대강 살리기 사업은 `별 무리 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공민재 기자 selfconso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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