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기획> 사람 잡는 대학 등록금: 대학생 기자가 본 등록금 문제

"나 552만원…450정도…350만원인가??…440마넌ㅋㅋ…350정도…450이야…거의 400정도?…350쯤?…300쯤?…350만원 정도 ㅎ…300?!!…350 ㅠㅠ…우리 400정도ㅋ…400 조금 안되는 정도, 한 380?"

내 질문에 대한 친구들의 대답이다. 다들 각각 다른 액수로 대답하고 있지만 대개는 300~400만원 중반 정도의 액수다. 300~400만원이 언제부터 저렇게 가벼웠나 싶을 만큼, 그를 말하는 목소리들에는 현실감이 없었다.



대체 `질문`이 뭐였기에. 게임에서 거래되는 아이템 시가라도 물은 것일까? 절망스럽게도 대답은 노(NO)이다. 차라리 가상의 공간에서 거래되는 아이템 따위의 시가가 몇 백 만원이었던 것이라면, 그랬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것은 유감스럽게도 어떤 `티켓`의 가격이다. 티켓(ticket). 대학생 자격을 인정해주는 권리증이라고 해야 하나. 이 어마어마한 티켓은, `등록금`이라고 불리며 많은 학생들의 한숨의 원인이 되고 있다.

몇 십만 원 짜리 티켓에도 벌벌 떨며 지금껏 오페라 한번 본 적 없는 내게, 이 몇 백만 원 짜리 티켓은 정말로 공포 그 자체다. 그렇지만 내게는 그것을 거부할 강심장이 없다. 강심장이 있었다고 한들 내가 그걸 거부할 수 있을까?

사실 난 그 티켓을 손에 쥘 수 있는 권한을 가진 것만으로도 승리한 것만 같은 기분에 빠진 적이 있었다. 다들 이걸 원할 테니까.

지금쯤, 내 동생을 포함한 전국의 정시 준비생들이 이 꿈의 티켓을 어떻게든 손에 넣어보려 머리를 싸매고 있을 것이다. 바로 내가 원하던 그 대학의 대학생이 될 수 있는 티켓이다. 이 티켓은 사실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건 아니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 티켓이 몇 백 만원을 호가한다고 하더라도 불평조차 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정말 어렵사리 얻게 된 이 티켓을 포기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이 티켓을 손에 넣지 못한 이에게는 너무 비싸다는 소리조차 일종의 배부른 투정으로 들릴 판인데….

그렇지만 부당하다는 생각은 지울 수가 없다. 한 학기를 이 학교 학생으로 다니기 위해서, 몇 백 만원을 부담한다는 것이 그렇게 정당해 보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내 스스로 학비를 충당한다는 말은, 사실상 학점을 포기하겠다는 말과 다름이 없다. 장학금이라는 하늘의 은총이 없는 이상은 말이다. 대학가의 시급 3500원 짜리 아르바이트로는 도무지 메울 수가 없는 금액이다.

덕분에 대학생 과외시장은 이미 그 공급수가 수요를 뛰어 넘은 지 오래 되었다. 전 과목을 15만원에 모신다는 전단지도 종종 눈에 띄는 정도니까 말이다. 이 때문에 방학이 되면 너도 나도 과외를 구해 보려고 하지만 그나마도 어려운 경우가 많다.

대학생들이 가장 자주 찾는다는 아르바이트 중개사이트를 뒤져보면, 아니 뒤져볼 것도 없다. 그냥 대충 훑어 봐도 여기저기 단기 고수익 아르바이트들이 유혹의 손길을 뻗치고 있다. 거의 도배 수준이다. 노래방 도우미, 바텐더, 유흥업소 웨이터…. 놀면서 돈 벌라는 그들은 어마어마한 금액을 내세우며 당장 학비로 고민하는 학생들을 꼬드기고 있다.

나도 한 때는 그 유혹에 흔들린 적도 있다. 너무 달콤한 목소리였다. 방학동안 학비도 마련하면서 그렇게 많은 시간을 뺏기지도 않을 것 같았다.

그렇지만 아닌 것은 아닌 것이다. 이문동에서 신도림까지 그 먼 거리를 지하철을 타고 과외를 하러 다니고 있다. 몸은 좀 고되더라도 이 편이 훨씬 더 얻을 것도 많고 보람된 것 같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런 터무니없는 유혹에 현혹될 뻔했던 내가 조금 모자란 아이인 것 같지만, 실제로도 많은 학생들이 그런 아르바이트를 접하고 심하게는 일상으로 복귀조차 힘들 정도로 피폐해지는 것을 보면 그 `돈`이라는 게 어쩜 그렇게 사람의 이성을 마비시켜 버리는 것인지 무서울 정도다.

학비의 압박이라는 것은 나이 어린 학생들에게는 이런 결과도 가져올 수 있는 일이다. 물론 대학생이면 성인이고 선택에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하는 것이겠지만, 등록금 인하를 주장하는 많은 학생들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심지어 인상을 발표하는 대학 측을 보고 있자면 학생들에게 그 선택의 책임을 다 지우기에 억울한 구석이 없잖아 있다.

그렇다고 대학을 포기할 수 없진 않은가. 이런 사정을 알기에 대학 측에서도 등록금을 자꾸 인상시키는 것만 같다. 수요의 가격 탄력성이 상당히 비탄력적이라고 해야 하나. 사회적인 구조 상 대학교를 졸업한다는 것은 그 자체 이상의 의미를 가지기 때문에 등록금을 자꾸 자꾸 인상시킨대도 학생 수가 줄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대학 내의 설치물 중에는 `영원한 미소`라는 작품이 있다. 하늘을 향해 뻗어 있는 화살표 같은 모양을 한 그 설치물은 그 대학 학생들에게는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 바로 `영원한 등록금 인상`.

지금 금액으로도 목 뒤가 뻐근한데, 그나마도 매년 몇%씩 인상되고 있으니 부모님 뵐 면목이 없다. `국립대 못 가 죄송합니다.` 대학교의 등록금 사용 내역이라도 속 시원하게 공개되었으면 좋겠다. 대체 무엇에 그렇게 많은 등록금이 필요한지, 어디에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 지 말이다.
말 많고 탈 많던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제도니, 반값 등록금 공약이니, 논란이 되고 있는 등록금 상한제까지…무엇이든 정말로 학생과 학부모의 입장에서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 정책을 통해 등록금으로 한숨짓는 사람들의 시름을 실질적으로 덜어 주었으면 좋겠다.


psy5432@nate.com <박신영님은 경희대 법학과 학생입니다. `위클리서울` 대학생 기자로 멋진 활약을 펼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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