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최승국 녹색연합 사무처장


#최승국 사무처장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4대강사업을 반대하는 사람들도 사업이 끝나고 나면 모두 지지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참으로 어이가 없고 기가 막힐 일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여전히 국민들의 의식수준을 우습게 여기고 있고 4대강 사업에 대한 반대여론을 홍보 부족쯤으로 생각하고 있다. 국민들의 반대가 사업에 대한 이해부족이라는 발상은 자신만이 옳고 시민들은 여전히 계몽의 대상쯤으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은 행복도시(세종시) 추진을 백지화시키려는 과정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다.

예로부터 지도자는 민심을 천심으로 알고 정치를 해야 한다고 성현들이 일러왔거늘 이명박 대통령은 민심 알기를 장기판의 졸로도 여기지 않고 있다. 자신의 생각이 무조건 옳은데 사람들이 잘 몰라서 반대한다고 믿는 것이다. 자신이 제왕적 대통령을 넘어 신의 영역까지 넘보려는 과거 폭군들의 발상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이명박 대통령의 자가당착의 끝이 어디일지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우려스러운 것은 이명박 정부가 꾸준히 터무니없는 논리로 자기의 정책을 밀어붙이는 것은 나름 정치적 계산에 의해서이다. 그것은 미국의 보수정치인들이 사용하는 ‘프레임의 조작’으로 여론의 지지를 얻고자 하는 것이다. 즉 환경파괴 사업을 녹색성장 사업으로, 위험한 에너지인 핵산업을 깨끗한 에너지로, 강을 죽이는 4대강사업을 4대강살리기사업이라는 프레임을 만들고 이를 꾸준히 홍보함으로써 여론을 주도해가려는 속셈이다.

시민단체나 야당이 이러한 프레임이 틀렸다고 문제제기를 할수록 조작된 프레임이 사실인 것처럼 여겨지는 것이 프레임을 이용한 정치의 특징이다. 이러한 프레임의 조작은 어느 정도 여론을 형성하는 데는 분명 효과가 있다. 30%를 넘는 고정적인 보수집단은 이러한 프레임이 옳다고 믿게 되고 또 여론 향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30%정도의 시민들의 생각을 어느 정도 이동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거에서는 프레임을 먼저 만드는 후보가 반드시 유리하다. 노무현 대통령의 행정수도 이전 계획도 그랬고 이명박 대통령의 청계천과 한반도대운하 계획도 그랬고 과거 새만금 간척사업 추진도 같은 논리로 이용되었다. 그것이 옳고 그름은 여론 향배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진실을 바꿀 수는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러한 프레임 조작의 힘을 알기에 자신있게 반대세력이 사업이 끝나면 지지자로 돌아설 것이라 주장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이명박 정권이 추진하는 4대강 사업이 강을 죽이는 사업임은 곧바로 입증될 것이고, 행복도시 백지화는 국민전체의 행복지수를 현저하게 떨어뜨릴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4대강 사업이 끝난다 해도 반대여론 대부분이 지지자로 돌아서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이를 바라는 것은 이 대통령의 또 다른 여론조작을 위한 술수이거나 자가당착임에 틀림없다.

문제는 4대강사업이나 행복도시 백지화와 같이 엄청난 문제를 야기할 사업이 진행되기 전에 막아내야 하는 일이다. 이러한 사업이 틀렸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한동안 그 사업의 논리를 강화시켜줄 것이기 때문에 올바른 여론을 만드는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세종시의 경우 노무현 정부시절 만들었던 ‘행복도시’의 프레임을 꾸준히 유지해가는 것이 이명박 정권의 음모를 차단하는데 힘이 될 것이다. 행복도시를 반대하는 것은 국민들이 행복해질 수 있는 기회를 가로막는 셈이기 때문이다. 또한 세종시 백지화가 행복도시라는 기존의 훌륭한 프레임을 반대하는 것이기에 세종시 수정안 반대를 주장하는 것보다 행복도시를 지키려는 논리가 훨씬 강하게 다가올 것이기 때문이다.

4대강사업의 경우는 강 살리기라는 시민사회의 오랜 프레임을 이명박 정권이 가로채 갔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4대강살리기사업 반대라는 논리는 결국 사업의 명분을 더 강화시켜 줄 뿐이기 때문이다.

이제 새로운 프레임이 필요하다. ‘생명의 강 지키기’나 ‘생태하천 지키기’ 등의 프레임이 대안이 될 수 있으나 이는 ‘강 살리기’라는 프레임과 겹쳐지는 부분이 있어 조금 더 분명한 프레임을 만들어 내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시민운동 진영이나 전문가들의 논리 개발이 절실한 부분이다.

이러한 대안 프레임을 통해 4대강죽이기 사업을 중단시켜내야 한다. 그럼에도 이명박 정부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생명을 죽이는 사업을 정치적 프레임을 이용해 밀어붙이는 일은 한 국가의 최고 지도자가 선택해서는 절대 안된다는 것이다.

일반적 정치 논리와는 달리 4대강사업은 분명 사업이 완료되고 나면 진실이 백일하에 드러날 수밖에 없다. 그 결과는 참혹할 것이다.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 자신은 통치기간에는 여론 조작에 성공할 수도 있으나 퇴임 후 분명한 역사적 평가와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는 불행한 대통령이 될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정권이 자가당착을 멈추어야 하는 또 다른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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