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신영의 이런 얘기 저런 삶> 5000원 넘는 생수 한 병

환경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다. 많은 기부자들이 환경 보존을 위해 정성을 보태고 있고, 이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기 위해서 감각적인 공익광고들도 많이 볼 수 있다.

북극곰을 살리기 위한 기부운동의 일환으로 북극곰 인형을 판매하는 가수 서태지처럼 많은 유명 인사들이 적극적으로 홍보에 앞장서기도 한다. 다양한 다큐멘터리가 제작되고 또 이를 감상한 후의 다양한 의견들이 사이버 상에서 교환되는 것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물론 이는 망가진 환경에 대한 반증이기도 해 씁쓸한 부분이 없잖아 있지만….

지구는 푸른 별이다. 아름다운 바다로 푸르게 빛나는 보석 같은 별이다. 그러나 지구의 ‘푸르름’이 오염되고 있음은 당장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었다.



환경오염은 초등학교 교과서에서도 자주 다루는 부분 중 하나일 만큼 그 중요성과 심각성을 모르는 이가 없을 것이나, 막상 이를 실감하고 실행에 옮기는 이는 몇 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이제 지금까지의 무관심과 외면이 초래한 결과들이 지구의 도처에서 나타나고 있다. 극지방의 얼음이 녹고, 이상기후가 나타나고, 인간을 비롯한 많은 생물체들이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곳곳에서 문제들이 나타나고 있다. 지구의 입장에서는 일종의 바이러스와 같은 인간들의 지난 행태를 묵인해 버릴 수 없게 된 것이다.

물을 대체할 수 있는 건 오로지 물뿐이라는 공익광고를 본 적이 있다. 봉이 김선달이 대동강 물을 팔았던 이야기는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그때야 그것이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지만, 요새는 물이 매대 한 칸을 떡하니 차지하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요, ‘프리미엄’을 붙인 물들이 저마다 예쁜 병에 몸을 담고 다른 음료보다 비싼 몸값으로 콧대를 세우고 있는 모양도 익숙해져가는 추세다.

웰빙 바람을 타고 순수한 물이니 해양심층수니 하며 상승기류를 타더니 심지어 이제는 이목을 끌어당기는 예쁜 디자인으로 패션아이템으로도 주목 받고 있다.

어쨌거나 이렇듯 물이 자유재(사용 가치는 있지만 무한으로 존재하여 교환 가치가 없는 재화)에서 경제재(경제적 가치를 가지며 점유나 매매 같은 경제 행위의 대상이 되는 재화)로 변화한 것은 대동강 물이 더 이상 사람들이 원하는 ‘깨끗한 물’이 아니게 된 현상과 관계가 있다.

옛날에는 도처에 널린 것이 깨끗한 물이기에 돈을 주고 이를 거래한다는 건 해학적인 이야기에 불과했으나 이제는 마실 수 있는 깨끗한 물이 희소해지면서 이를 구하기 위해선 마트로 향해야 하게 된 것이다.

우리 몸의 70%는 물이다. 우리가 더럽힌 물 때문에 우리가 마실 물이 부족해지는 건 오래 생각할 필요도 없이 당연한 결론이다. 물 없이는 살 수 없는 존재가 행한 짓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인류는 물을 오염시키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물 스스로가 가진 자정능력도 우리의 이러한 행태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물이 없으면 인간은, 아니 모든 생물은 살아 갈 수가 없다. 물은 생명의 상징이다. 생명의 시작이 ‘물’에서부터 시작 되었으리라는 이론이나 화성에 물이 흐른 흔적을 통해 제시된 생명체가 존재할 지도 모른다는 가능성 등등은 물의 이러한 상징성을 잘 나타낸다.

우리는 우리의 자궁, 태반을 스스로 더럽힌 셈이다. 이가 뜻하는 건 오로지 하나 뿐이다. 자멸(自滅).

‘자유재’가 ‘경제재’ 화 된 것은 비단 물 뿐만이 아니다. 우리가 들이 마시는 공기도 마찬가지다. 산소캔 등 이를 상품화한 제품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고, 마치 공짜인 것 같은 우리의 들숨에도 사실은 이만큼의 청정도를 유지하기위한 녹지조성이나 하천개발에 투자된 세금이 들어있는 셈이다.

생명을 유지하는데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요소들이 이렇듯 ‘경제재’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가. 인류의, 아니 생태계의 비극적인 결말에 대한 암시이다. 절망적이게도 현재 곳곳에서 ‘고장’난 생태계의 시스템이 일으키는 문제들이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정말로 우리의 결말은 자멸뿐일까.

아직은, 그래도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지구의 길고 긴 역사에 인류가 등장한 건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우리로 인해 급속도로 파괴된 지구를 보면 마치 거짓말 같을 정도이나, 우리가 이렇게 만들었으니 우리가 복구 할 수 있으리라. 망가뜨릴 때만큼 빠른 속도로는 불가능하겠지만, 조금씩조금씩 보수해나간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행히 지구가 보내오는 적신호를 통해 사람들의 인식이 점차 바뀌고 있다. 다른 누가 아닌 바로 나 자신을 위해서 환경파괴를 막아야 한다는 것을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깨닫고 있는 것이다.

자멸의 가능성을 실감하는 사람들과, 이를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려는 활동들이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 국가적, 세계적으로 마련하는 권위 있는 환경정책들도 중요하지만, 실은 이러한 개개인의 의식변화가 가장 중요한 일이다. 그래서, 아직은 새드엔딩을 막을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

이상은 편의점에 들렀다가 도도하게 미친 가격을 뽐내고 있는 한 어여쁜 생수병으로 인해 이제는 이런 시대가 되었구나 하며 가볍게 시작해서 꽤 진지하게 지구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게 된 나란 녀석의 생각이었다.

빌려 쓰는 지구. 내 아이에게 물려줄 지구. 내 아이로부터 빌려 쓰는 지구.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후손에게 빌려 쓰는 것이다. 이러한 의식의 변화가 지구를 영원히 파란 보석으로 남을 수 있게 만들어 줄 것이다.

지금의 환경보호 움직임은 지극히 초기단계다. 인식에서 더 나아가 실천하고 결국에는 환경을 아끼고 보호하는 것이 굳이 ‘홍보’하지 않더라도 당연한 일이 될 때 인류는 더 이상 지구에게 ‘바이러스’가 아닌 더불어 사는 가족이 될 수 있다.

그 때가 되면 물 한 병에 오천 원이 넘는 일은 없겠지. 그리고 물 값이야 뭐, 하며 가격을 확인하지 않았다가 계산대에서 눈물을 머금고 만 원짜리를 내밀게 된 불쌍한 여자도 없을 거다. 아…ㅜㅜㅜㅜㅜㅜ




psy5432@nate.com <박신영님은 경희대 법학과 학생입니다. `위클리서울` 대학생 기자로 멋진 활약을 펼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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