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생존 전쟁터 증권업계 몸집 불리기 가속화

최근 한화증권이 푸르덴셜금융 계열 국내 증권․자산운용사 인수에 성공했다. 자본시장법 시행 이후 증권사간 첫 자발적 인수․합병(M&A) 사례다.

이에 그동안 시장에서 꾸준히 거론돼 왔던 우리투자, 유진투자증권 등이 매물로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고조되면서 증권업계 시장 재편 가능성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위탁매매가 주 수익원인 증권사들이 향후 수익원 다변화와 수익구조 채널의 다각화를 위해서는 활발한 M&A를 통한 규모 키우기가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화, 종합금융그룹 면모 갖춰

한화증권은 지난달 12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미국 푸르덴셜 금융의 자회사인 푸르덴셜 인터내셔널 인베스트먼트와 푸르덴셜투자증권 및 푸르덴셜자산운용 인수를 위한 본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 체결을 통해 한화증권은 푸르덴셜투자증권 지분 100%와 함께 푸르덴셜투자증권이 소유한 푸르덴셜자산운용 지분 99.84%까지 취득했다.

한화증권측은 “이번 인수합병을 통해 급변하는 자본시장 변화에 발맞춰 대형사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한화그룹내 금융계열사간 시너지효과를 바탕으로 시장을 공략해왔던 한화증권은 푸르덴셜투자증권의 넓은 영업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어 업계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한화증권과 푸르덴셜투자증권이 합병하게 되면 지점 수가 130여개로 업계 3위권으로 뛰어오를 수 있다. 또 연간 펀드 판매수익도 630억원에 달해 업계 5위권에 진입하고 펀드판매 잔고는 13조원으로 이 역시 ‘빅5’를 형성하게 된다.

여기에 한화투자신탁운용과 푸르덴셜자산운용이 합쳐짐에 따라 운용인력 56명, 운용자산 22조원 규모의 업계 대형사로 올라서게 된다. 이같은 규모는 각각 운용업계 2위와 4위의 규모다.

한화그룹은 이번 푸르덴셜 인수를 통해 보험, 증권, 자산운용 3대 축을 기반으로 한 종합금융그룹의 면모를 갖추게 된다.

한화그룹은 2002년 대한생명보험 인수 이후 금융부문을 그룹의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한화손해보험-제일화재 합병을 마무리한 데 이어 이달 중 대한생명 기업공개(IPO)를 추진중이다.

경쟁 줄며 당초 매각가보다 저렴하게 인수

한화증권이 이번에 인수한 푸르덴셜 매각금액도 업계에서는 화제가 되고 있다. 당초 거론되던 매각금액보다 저렴한 4900억원에 인수했기 때문.

푸르덴셜투자증권이 처음 매물로 나올 당시 1조원까지 거론되는 매각가는 7000억~8000억원에 이어 약 5000억원 수준으로 낮아졌다. 이같은 금액는 푸르덴셜금융이 지난 2004년 현대투자신탁증권을 인수하며 푸르덴셜투자증권을 탄생할 당시, 인수가였던 4400억원을 겨우 웃도는 수준이다. 지난 6년간의 기회비용 및 매각 프리미엄을 감안하더라도 최소 6000억원에 이를 것이란 당초의 예상을 크게 빗나간 것이다.

이는 KB금융이 인수 경쟁에서 발을 빼면서, 사는 쪽에서 경쟁이 줄어들어 나타난 현상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마지막까지 인수의지를 보이던 맥쿼리증권은 한화증권보다 낮은 인수가를 제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04년 4400억원 가량을 들인 푸르덴셜그룹 입장에서는 겨우 본전찾기 수준의 거래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본업인 생명보험과 자산운용업에 집중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에 따라 푸르덴셜증권과 자산운용을 매각하겠다고 선언한 상황에서 그냥 파는 것밖에 다른 선택은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푸르덴셜그룹은 지난해 멕시코 투자부문을 매각했고, 미국 와코비아 지분도 파는 등 금융위기에 따른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선 바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푸르덴셜증권의 자기자본이 4400억원 정도 되는 상황에서 경영권 프리미엄 없이 자기자본의 1배 조금 넘는 수준에, 푸르덴셜운용까지 산 셈이니 한화증권 입장에서는 좋은 가격에 산 것”이라고 말했다.

위탁매매 의존 중소형사 M&A 돌파구

중소형 증권사들도 적자생존의 문제에 직면하면서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 자본시장법 이후 증권사들이 앞다퉈 IB(투자금융) 업무 강화를 외치고 있다. 하지만 주 수익원은 아직도 위탁매매에 의해 좌지우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 대우, 미래에셋, 현대, 우리투자, 동양종금증권 등 시가총액 상위 6대 증권사는 위탁매매 수익감소로 지난해 3분기(2009년 10~12월) 영업이익 합계는 800억원으로 전분기 3613억원에서 77.86% 급감했다. 위탁매매 수익 감소분이 전체 영업익 감소분의 70% 이상을 차지했다.

거래량에 따라 이익 규모가 좌우되는 위탁수수료에 따라 실적이 들쭉날쭉한 국내 증권사들의 수익구조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위탁매매 수입에 의존했던 중소형사들이 과다경쟁에 부닥치면서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기 위해 M&A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말부터 합병을 공식화한 증권사만도 3개에 달한다.

이 중 2개사는 영업기반 확장에 따라 계열사를 합병한 경우다. 동양종금증권과 동양선물의 합병, 그리고 메리츠증권과 메리츠종금과의 합병이다.

동양종금은 증권이 다져놓은 영업기반과 선물이 보유하고 있는 분야에서의 경험과 노하우를 결합해 올해 본격적으로 선도적인 금융투자회사로 도약한다는 포부다.

메리츠증권은 오는 4월 메리츠종금과의 합병을 통해 ‘메리츠종합금융증권’으로 거듭날 준비를 하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종금과의 합병을 통해 종금업 라이선스를 십분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메리츠증권은 지난달 5일 공시를 통해 “종금과의 합병으로 2012년에는 자산총계 8조6644억원, 당기순이익은 1200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종금라이선스를 기반으로 한 금융상품 및 서비스 제공을 통해 고객기반 및 CMA수탁고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메리츠증권은 또 “종금의 여·수신 기능 및 채권부문 강화를 통해 IB, PF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며 “양사의 영업기반을 활용해 리스, 외국환, 여신부문의 시너지를 창출하겠다”고 덧붙였다.

저축은행으로 눈길을 돌리는 증권사도 늘어나고 있다. 부국증권과 키움증권이 저축은행 인수를 추진 중에 있으며 동부증권과 리딩투자증권 등은 저축은행과의 연계를 통한 영업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부국증권도 수익원 다변화를 꾀하기 위해 저축은행 인수 등을 통해 업무영역 확대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푸른2상호저축은행 인수를 시도했으나 협상이 결렬된 바 있는 키움증권도 자산운용과 저축은행업 인수를 통해 종합금융투자회사로 성장을 추진하고 있어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이처럼 증권사들이 저축은행 인수에 열을 올리는 것은 저축은행인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시너지 때문이다. 일단 키움증권의 경우 지점이 없는 온라인 증권사라는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또 저축은행 인수를 통해 자기자본 규모를 늘릴 수 있어 위탁매매 수익 확대를 꾀할 수 있다.

현행 감독규정에 따르면 증권사의 신용공여액은 자기자본 규모를 넘어설 수 없다. 그러나 저축은행을 인수할 경우 자기자본 규모가 커지게 되고 이는 신용공여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증권담보대출 공유,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 사업영역 확장에도 나설 수 있다.

저축은행과의 연계를 통한 시너지 창출에도 나서고 있다. 이트레이드증권은 지난해 동부저축은행과 계좌 개설 제휴를 맺었다. 계열사 관계가 아닌 저축은행과 증권사 간 제휴는 업계 첫 사례다. 이번 계좌개설 제휴를 통해 이트레이드증권의 제휴은행은 동부저축은행을 비롯해 농협, 국민, 우리, 신한, 외환, 하나, 기업, 시티, SC제일, 부산, 대구, 광주은행 등 모두 13개 은행, 7300여 지점으로 확대됐다.

동양종합금융증권은 신안저축은행과 신라저축은행과의 연계를 통해 주식매입자금대출 상품을 내놓았다. 동부증권과 리딩투자증권도 W저축은행과 연계해 주식매입자금대출 상품을 선보였다.

아울러 KB금융지주의 회장 선임과 이사회 구성 문제가 마무리되면 리테일 영업망 확대를 위한 KB투자증권의 발걸음도 언제든 재개될 수 있는 상황이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정부가 2008년 증권업 면허를 대거 내주면서 증권사의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각 증권사별로 우수한 부분을 특화시키려는 경향이 강하다”며 “M&A를 통해 위탁매매 수익사업 외에 다른 수익원을 찾으려 노력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성철 기자 steel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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