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철희의 바라래 살어리랏다> 갯것바구니-2


▲하섬 앞 갯벌에서 캔 개조개. 개조개의 껍질은 두껍고, 광택이 없으며 촘촘한 성장선이 불규칙하게 나 있다. 색깔은 대개 회백색이나 담갈색을 띠는데 이곳의 개조개는 검은색을 띤다. 평생을 펄 속에 묻혀 사는 조개류는 주변의 펄 색깔의 영향을 받기 마련인데, 이곳 칫등의 펄은 검다. 개조개 뿐만이 아니라 이곳의 바지락도 검은 색을 띤다.

전북 부안 마포 하섬 앞 갯벌의 인기 생물은 단연 개조개다. 물론 낙지나, 해삼, 전복, 참맛, 키조개 등이 있지만, 낙지는 고수라야 잡을 수 있는 생물이다. 마포 갯벌 인근 주민을 통틀어 낙지를 잡을 수 있는 사람은 한둘에 불과할 정도다. 참맛 역시 마찬가지다. 해삼이나, 전복, 키조개 등은 어쩌다, 그야말로 어쩌다 한두 번 눈에 뜨일 정도다. 그런데 개조개는 썰물 때 드러난 칫등 주변의 펄을 헤집다보면 한둘 모습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개조개의 생태적 특성을 잘 아는 인근 주민 몇몇은 개조개만 전문으로 바구니 가득 채우는 것을 보기도 했다.

2007년 겨울 어느 사리 때 하섬 앞 갯벌, 썰물에서 밀물로 바뀌자 하섬에 들어간 사람들이 칫등으로 걸어 나온다. 워낙 날씨가 추운데다 물때도 그리 좋지 않다보니 여느 때와는 달리 갯벌 공간은 텅 빈 느낌이다. 사람들 중에는 인근 마을에 사는 신씨도 있다. 마을사람들은 갯살림 솜씨가 워낙 탁월한 그를 ‘갯것참피언’이라고 부른다. 태어나서 단 한 번도 고향을 떠나지 않은 토박이로 주변 바다의 물속까지를 손바닥 들여다보듯 훤히 알고 있다. 숭어잡이, 고개미새우 잡이의 고수인데다가 갯것도 고난도 기술이 요구되는 참맛, 낙지 등만을 잡는다. 그러기에 갯것챔피언의 바구니를 들여다보고 놀라지 않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술이나 한 잔 하려고 갯벌에 나왔다는 변산면 마포에 사는 한 주민과 갯것바구니


그러니 호기심이 동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다가가 “날씨가 이렇게 추운데도 출근 도장을 찍었소. 뭐 잡았어요?” 하고 물으니 “집에 있자니 답답하길래 나와 봤어. 늦게사 나왔어. 술이나 한 잔 하려고…” 하신다.

바구니를 들여다보고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크고 작은 개조개 30여개, 손바닥 만한 갯굴 3개, 피뿔고둥, 살조개 몇 개…. 날씨가 추워 늦게야 나왔다는데도 보통사람들은 엄두도 못 낼 수확이었다.

개조개(Saxidomus purpurata, 백합과)는 조간대 하부에서 수심 40m까지의 모래나 자갈이 섞인 진흙펄에서 산다. 크기는 길이 10cm, 높이 8cm 정도로 큰 조개다. 조개가 이렇게 크기 때문에 대합이라고도 부르는데 정확한 명칭은 아니다.


▲하섬 앞 갯벌의 갯것바구니를 모아 보았다. 개조개, 바지락, 해방조개, 참맛, 맛조개 굴, 낙지, 똥장게 등 다양하기만 하다.


개조개의 껍질은 두껍고, 광택이 없으며 촘촘한 성장선이 불규칙하게 나 있다. 색깔은 대개 회백색이나 담갈색을 띠는데 이곳의 개조개는 검은색을 띤다. 평생을 펄 속에 묻혀 사는 조개류는 주변의 펄 색깔의 영향을 받기 마련인데, 이곳 칫등의 펄은 검다. 개조개 뿐만이 아니라 이곳의 바지락도 검은 색을 띤다. 그러나 개조개의 안쪽 면은 성장함에 따라 보랏빛을 띠고, 다 자라면 짙은 보랏빛을 띤다. 개조개의 수명은 10년 정도이다. 산란과 월동에 의해 일 년에 두 개의 나이테가 형성되어 나이를 확인할 수 있다.

조개류가 다 맛이 좋지만, 개조개 맛은 단연 으뜸이다. 육질도 부드러울 뿐 아니라 감칠맛에 특유의 향까지를 더해 풍미를 더한다. 조가비는 안이 꽉 찰 정도로 실한데다 수관이 다른 조개에 비해 길어 횟집에서는 주로 초밥 재료로 이용한다. 그밖에도 구이, 찌개, 볶음, 찜, 탕 등 다양하게 하는데, 개조개는 뭐니 뭐니 해도 양념구이가 일품이다. 이렇게 크고, 잘 생기고, 맛 좋은 조개에 무슨 이유로 `개`자를 붙여 이름을 지었는지 모를 일이다.


▲살조개. 변산에서는 ‘보디조개’라고 부른다.


어릴 적 할머니가 가끔 해주셨던 별미 개조개요리를 소개하자면..., 조개의 살을 꺼내 깨끗이 펄을 제거한 다음, 조갯살을 잘게 썰어 빈조가비 두 개에 나누어 담은 다음 풋고추, 마늘, 파, 깨소금, 고춧가루, 간장 등 갖은 양념 얹어 화로불이나 아궁이 불에 얻어 놓는다. 개조개살이 워낙 실한데다 양념이 추가되어 두 개의 조가비에 담겨지는 것이다. 바다내음 풍기며 조가비 안에서 보글보글 익어가는 영념구이는 맛도 맛이지만 운치가 아주 그만이다.

개조개가 이처럼 맛이 좋다 보니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반면에 지나친 남획으로 어획량이 감소하고 있고….

그런데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국립수산과학원 남해수산연구소(소장 손상규)이 ‘개조개 인공종묘 대량생산기술’ 개발에 성공, 대량 생산 길이 열렸다고 한다. 정말 반가운 소식이다. <허철희님은 자연생태활동가로 `부안21`과 부안생태문화활력소를 이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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