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 현장 탐방> 남양주시 조안면

북한강변 조안면 진중리는 흰죽지, 흰뺨검둥오리, 흰고니 등 동식물 41개 종 1600여 개체들이 살아 숨 쉬고 있는 곳이다. 멸종위기의 철새들이 쉼터이자 산란하는 공간인 것이다. 2급수보다 맑은 수질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오랜 기간 지속돼온 유기농 덕이 컸다.



그런데 이러한 터전이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파괴될 위기에 처해 있다. 지난해 6월 이 지역 농지 15만평이 4대강 사업 예정지로 포함되었다. 5개 마을 120여 명의 농부들이 채소를 키우던 북한강변 하천부지는 수변공원과 공연장, 자전거도로 등으로 바뀐다. <위클리서울>은 오는 6월 공사가 시작될 조안면 진중리를 찾았다.




신이 난 오리떼 봄나들이 나서지만…

“공연장이나 자전거 도로는 한강에도 있잖아요. 자전거 도로가 없어서 자전거를 못타나요? 공연장이 모자라나요? 한강 주변도 자전거 탈 곳이 남아도는데, 거기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데 왜 여기까지 파헤치려고 하는지….”

기자와 동행한 팔당공동대책위 방춘배 사무국장과 환경연합 김유 사무차장은 쓴웃음을 지었다. 방 사무국장은 “4대강 사업이 시작되면 이제 이곳도 새만금이나 낙동강처럼 물이 썩어가면서 많은 동식물들이 죽어 갈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의 고집을 막을 길이 없어 암담하다”고 토로했다.

상황을 모르는 철새들은 철없이 오고 갔다. 산세가 험해 습지발달이 적은 북한강 유역에서 진중리와 송촌리에 걸쳐 발달된 조안습지는 철새들의 중요한 쉼터이기도 하다. 오리떼는 신이 난 아이들처럼 봄나들이에 나섰다. 조안습지는 겨울에 멸종위기종인 큰고니와 큰기러기, 참수리, 흰꼬리수리가 찾아와 쉬고, 여름에는 쇠물닭, 백로와 왜가리들이 번식을 하는 곳이기도 하다.



유기농 하우스 사이 논길을 따라 두물머리(양수리)에 들어서니 강물 위에 떠 있는 물닭과 흰죽지가 보인다. 한기가 가시지 않은 개여울에서는 겨울 내내 달렸을 썰매가 아무렇게나 널부러져 있다.

사철 내내 새들의 쉼터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농약에 오염되지 않는 농지와 강물 때문이다. 아직은 공사가 시작되지 않아 새들을 볼 수 있지만 4대강 사업이 시작되면 앞으로 큰고니들을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팔당호의 오염부하량 중에 비점오염원(주로 불특정 지역에서 빗물에 의해 유입되는 오염 물질) 비율이 현재도 50%를 넘고 있다. 수질에 영향을 미치는 비점오염원 부하량은 앞으로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비점오염원은 빗물이 땅속으로 들어갈 수 없는 불투수층이 늘어날수록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개발 전 산지와 개발 후 도시의 비점오염원 부하량이 생물학적산소요구량(BOD)은 92배, 부유물질(SS)은 24배에 달한다는 정부의 연구 결과가 그것을 증명해준다.

김유 사무차장은 “팔당 유기 농지를 위락단지로 바꾸려는 정부의 계획은 비점오염원을 증가 시켜 수질 개선을 저해하는 계획”이라며 “수질 개선을 4대강 사업의 목표로 제시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가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방춘배 사무국장은 “강은 물만 흐르는 곳이 아니라 그 물에 깃들어 물고기와, 풀과 나무, 새들이 살아가고 있는 하나의 공동체”라며 “사람이 셀 수 없는 시간 동안 흘러 만들어온 공동체여서 다시 살려내기란 어려운 것”이라고 말했다.




“모든 정책이 의문 덩어리…”

“좋은 밭에는 지렁이가 우글거려요. 20년 넘게 농약을 안 뿌렸으니 지렁이가 많을 수밖에요. 매년 지렁이가 늘어나면서 연매출도 늘어났죠.”

유기농으로 가구당 연매출이 5000~6000만원에 달하자 많은 도시인들이 팔당호 주변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어느덧 이곳은 전체 농지의 90% 이상이 유기농으로 경작되는 유기농단지로 변모했다.



농민 김모 씨는 “도시로 나가 사는 것보다 여기서 농사짓는 게 수입 면에서도 좋다”며 “언제부턴가 도시로 나갔던 동네 청년들이 돌아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세계유기농대회까지 유치했던 팔당유기농단지의 ‘봄날’은 오래가지 못할 것 같다. ‘4대강 쓰나미’가 6월경 들이닥칠 예정이다. 5개 마을 120여 명 농부들이 채소를 키우던 북한강변 하천부지는 하루아침에 붕괴될 지경에 이르렀다.

이 지역 농민들은 팔당댐 건설로 조성된 하천부지를 국가로부터 임대해 농지로 사용해 왔다. 점용 허가는 30년 넘게 매년 연장돼 왔던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하천부지 점용 허가가 나오지 않았다. 더 이상 하천부지를 빌려주지 않겠다는 얘기다.

“4대강 사업 때문에 땅 1000평을 잃게 됐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7년에 대선 후보로는 유일하게 팔당유기농단지를 방문했음에도….”



팔당 지역은 이명박 대통령이 후보 시절 팔당 지역을 방문해 유기농법에 대해 적극 칭찬 했던 곳이기도 하다.

“아침에 와서 점심 먹고 해 떨어질 때까지 있다가 갔습니다. ‘다른 시골 지역에 가면 젊은이들을 찾기 힘든데 여기는 젊은이들도 많아 희망이 보인다. 대통령이 되면 적극 돕겠다’고 하더라고요. 사람들이 ‘공약 지키는 후보 못봤습니다’라고 말했죠. 그랬더니 ‘나는 다른 후보들과 다르다. 당선되면 꼭 다시 찾겠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대통령 돼서 기대가 컸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4대강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으니….”

김 씨는 “지역경제 살리고 일자리 창출한다는데, 농민들이 농토 잃으면 일자리 없어지는 거 아니냐”며 “모든 정책이 의문덩어리”라고 헛웃음을 쳤다. 그는 또 “공익을 먼저 생각한다면서 고작 한다는 게, 이곳을 도시 사람들이 자가용 몰고 와서 바람 쐬고 가는 곳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오염원 없는 맑은 수돗물을 공급하는 게 공익이지 여기에 자전거 도로 만드는 게 무슨 공익이냐”고 성토했다.




“여기 물 많이 좋아졌어요. 한강중에서 가장 좋은 곳이 이곳 북한강입니다. 2급수보다 좋아진 지 오래예요. 그동안 국가가 관리해서 좋아진 게 아닙니다. 농약, 비료 안 뿌리고 농사 지어온 농민들 때문에 좋아진 거죠. 4대강 사업 목표가 수상레저산업 활성화라고도 하죠? 여기 어부들은 노로 배를 저어요. 유람선이 오면 도대체 어쩌자는 거예요?”

팔당 농민들은 지난해 6월부터 경기도청, 국토관리청, 국토해양부 등 안 가 본 곳이 없다. 각 부처의 답변은 늘 같았다. “4대강 사업에서 팔당을 제외하면 다른 사업 예정지 농민들도 똑같이 주장할 테니 그럴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늦어도 7월에는 공사가 본격화 될 것이라는 소리가 들린다. 농민들은 땅을 지키기 위한 또다른 싸움을 준비하고 있다. 물러날 곳이 없는 팔당 농민들. 농민들은 보상협상은커녕 측량조차 거부하고 있는 실정이다.

“용산참사 희생자들 심정이 이해가 갑니다. 만약 정부에서 공사를 예정대로 진행한다면 우리도 무슨 짓을 할지 모릅니다.”



4대강 사업으로 농민들은 9개월째 농지 강제수용에 맞서고 있다. 9개월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이젠 농민들도 지쳐가고 있다.

“봄바람이 연둣빛 새싹들을 깨우고 햇살이 살얼음을 녹이기 시작하면 우리도 여름에 수확할 작물들을 파종해야 할 텐데 언제 강제 수용돼 철거될지 모르는 비닐하우스에 무엇을 심어야 할지 막막하네요. 언제 또 공권력을 동원한 강제측량이 이루어질지 몰라 계획을 세우지도 못하는 상황입니다.” 최규재 기자 visconti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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