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국진단 연속인터뷰> 해남 미황사 주지 금강스님-2


#금강스님

- 여전히 개혁이 절실하다는 얘기 같다. 94년 종단 개혁이 한차례 있었는데.

▲ 80년대 후반 한국사회에서 가장 큰 과제가 군부독재에서 민주화를 이루는 것이었다. 그리고 민주화 된 이후, 87년 기점으로 민주화 운동은 개별 운동으로 변화한다. 노동자는 노동조합, 교사는 전교조 운동 등 각각 그렇게 변화해 갔다.

마찬가지로 94년 종단 개혁도 불교에서는 아주 중요한 과제였다. 종단 비리와 폭력적인 부분 등 여러 가지 고리를 끊는 게 94년도 종단 개혁이다. 한국불교사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전환기였다. 종교와 정치가 굉장히 밀착된 부분이 많았다. 전국의 사찰 주지를 총무원장 중심적으로 임명했다. 그러다보니 총무원장에 권한이 군부독재 시절의 권한과 같았다. 총무원장을 하기 위해 여러 가지 좋지 않은 모습도 많았다. 총무원장 3선을 하려고 정치와 종교과 밀착해 80억 원의 비자금을 만들거나, 폭력배까지 동원하는 일도 있었다.

당시 진보성향의 불교단체,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중앙승가대학생회, 중앙승가대학동문회 등 7개 단체들이 모여 그것을 토대로 범종단 개혁추진위를 이뤘다. 당시 저는 중앙승가대 학생회장이었고 자연스레 종단개혁 운동에 앞장서게 됐다. 그러나 종단개혁에 참여하면서 많은 한계성을 느꼈다. 장기적으로 보면 스님들의 전문역량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종단 개혁을 이뤄낸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민주화 운동이 개별 운동으로 전환한 것처럼, 사찰의 개별적인 모델들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들을 고민했나.

▲ 97년도쯤 한국의 ‘선 정체성’에 관한 문제를 생각하면서 백양사에서 선 수행 프로그램을 일반인들도 할 수 있도록 계획했다. 한국의 선을 국제적으로 알리기 위해 학술대회도 많이 열었다.

한편으로는 선방에서 수행했다. 3년간 정진하다가 2000년도에 갑작스럽게 땅끝마을의 미황사 주지를 맡게 되었다.

미황사의 환경은 아주 열악했다. 신도층도 두텁지 않았고, 경제적으로나 교통적으로나 시설적으로나 굉장히 열악한 절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94년도 종단 개혁이 있었을 당시 고민했던 사찰 모델을 시험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한국에는 전통 사찰들이 800여 개 정도 있었는데 안팎으로 ‘산중사찰 중심’이라는 비판이 많았다. 그런데 저는 그게 더 좋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미황사라는 공간에서 할 수 있는, 산중사찰에서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계획하게 되었다.

지역사람들을 위한 프로그램과 한국사회 전체 사람들에게 할 수 있는 역할, 이 두 가지 측면에서 근 10년간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얼마 전에 책으로 나온 ‘땅끝마을 아름다운 절’도 사찰 모델 과정의 10년 이야기를 풀어서 쓴 것이다.

- 현 정부의 불교계 탄압 논란도 지속되고 있다.

▲ 전통문화나 불교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고 볼 수 있다. 전통문화와 불교가 세상 사람들에 어떤 이익을 주는지에 대한 인식이 없고 접해보지 못했다. 사실 한반도 역사에 있어 반절 정도의 정신문화를 이끌었던 불교를 반드시 알아야 한다. 그런 것들을 토대로 해야 한국 사람들을 이해하고 인식하고 할 수 있다.

좀 더 짧은 기간일지라도 모르면 배워야 하고, 그런 것들에 마음을 열어야 한다. 통치자는 종교와 상관없이 그 나라의 사상들을 항상 끌어안고 그런 토대를 가지고 한발 한발 나아가야 한다. 개인적인 삶을 살 때야 상관없지만, 통치자이기에 지금은 모든 종교나 모든 사람들을 아울러야 한다. 이게 사고의 경계가 지어져서 늘 자기중심적 사고가 하게 돼 나타나는 결과다. 이를테면 나무 한 그루를 보더라도 자신에게 늘 학습 되어진 내용들을 가지고 나무를 바라보게 되니까 나무를 그 자체로 바라보지 못하게 되는 이치와 같다고 할 수 있다.

- 4대강 사업은 어떻게 생각하나.

▲ 4대강 사업 역시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나타난 결과다. 이 강산이라고 하는 것은 그 자체적으로 수 백, 수 천, 수 만년이 흐르면서 각각의 어우러짐으로 형성되었다. 거기 깃들어 있는 씨앗에서부터 뿌리를 내리고 바위 하나에 의지해 사는 생명들도 수없이 많다. 강 속에는 더 많은 것들이 있다. 물이라는, 생명의 원천이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강 속의 많은 생명들을 그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있다. 그 많은 세상의 생명 속에서, 자연 속에서 살고 있는 딱 한 종류의 사람이 자기중심적 사고로 판단해서 그 강산을 산업현장으로 바라보고 있다. 자기 생존을 위해 다른 것들을 다 파헤치고, 사람 사는 것들로만 다 이용하는 것은 정말 위험한 발상이다. 그런 사고를 뛰어 넘으려면 수행이 필요하다. 많은 수행을 바라지도 않겠다. 자신의 욕망과 자기중심적 사고를 뛰어넘는 수행인데 기본적으로 수행이 전혀 안 돼 있으니 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 사고야말로 가장 위험하고 인류를 멸망시키는 단초가 되는 것이다.

- 6.2 지방선거에서 현 정권을 심판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 앞으로 상류층 정책이 아닌 서민정책과 환경문제를 함께 했으면 한다. 한순간에 잘못된 점들을 깨닫고 바로 전환시키는 게 한국을 위한 길이라고 생각한다면 바로 방향 전환을 해야 한다. 그 동안의 말이나 행동 등에 발목 잡히지 말고 정말 잘못됐구나 하고, 바로 시행에 옮겨야 한다.

여야 할 것 없이 정치권에 있는 사람들이 그런 다짐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특히 자연을 산업현장으로 바라보지 말고 진정으로 자연이 주는 값어치를 알아야 한다. 사람들이 거기에 공원을 꾸미는 것보다 훨씬 더 소중한 자산이 깃들어 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 이명박 정부의 정책 방향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 문수스님 소신공양이든, 지방선거 패배든, 이번 계기를 통해 잘못된 점들을 전환시켜야 되는데 그런 가능성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자기중심적 사고들을 바꾸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사고나 행동양식이라고 하는 것은 쉽게 바뀌는 게 아니다. 일반사람들도 마찬가지지만 자기를 뛰어넘기 힘들다. 그동안 배운 것으로만 모든 것을 판단하려 한다. 그것을 뛰어넘으려고 한다면 또 다른 충격이 필요하다. 어떤 계기가 필요하다.

그런 충격이 문수스님의 소신공양이지 않겠는가. 많은 사람들이 ‘아차’ 우리가 놓친 부분들이 있구나, 하고 바로 생각의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정권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언론 등의 문제로 크게 다뤄지지 않고 있다.

스스로 높은 수행을 통해 생각을 전환하는 방법이 있고, 한 수행자의 소신공양 등을 바라보면서 다시 한 번 마음속 깊이 문제점을 진심으로 고민하면서 사고를 전환해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큰 변화가 없어 보인다.

- 한국사회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4대강 문제와 궤를 함께 하는 문제이겠지만, 우리나라의 오래된 역사와 정신문화가 단절되고 있다는 기분이 들 때 깊은 고민에 빠진다. 물론 잘못된 관습은 과감하게 부술 수 있어야 하지만 대개의 그렇지 아니한 경우 많은 사람들이 생각을 조금만 바꿨으면 좋겠다. 발전도 중요하지만 과거의 전통과 화합해 나가면서 새로운 토대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

저는 자그마한 절인 미향사 주지를 맡으면서 미향사를 어떻게 의미 있는 절로 바꿀까 하는 고민을 많이 했다. 잠을 못 이룬 적도 많다. 1300년 미향사는 단순하게 이뤄진 게 아니다. 긴 세월 동안 수행도량으로 면면히 내려옴은 정말 모든 시대를 거치면서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큰 역할을 했다.

지금 내 아이디어가 좋다고, 장비가 훌륭하다고 해서 자칫 함부로 그 동안의 쭉 내려온 것들을 어그러뜨릴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과연 그것이 현대 장비와 정보, 현대 사람들에 의해 한꺼번에 흐트러질 수 있는 것일까? 제가 아니더라도 어떤 누군가가 미향사 주지를 맡더라도 그동안의 것을 흩트리지 않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그 동안의 수행과 경험들을 접목시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얘기다.

늘 역사의식과 현존하는 사람들을 존중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해서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 내야 한다. 대한민국을 대통령 한 사람이 그동안 대한민국 역사가 만들어온 것들을 함부로 부수어서는 안 된다.

다른 정책도 마찬가지다. 전 정권에서 해온 것들도 필요하다면 그것을 토대로 발전시켜야지, 그동안의 10년을 무조건 무시하는 것을 보면 답이 없다. 대북정책만 보더라도 토대가 없다. 과거가 토대가 돼서 통일로 가는 방법을 해야지 그동안 토대를 다 무시하고 갑자기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선거가 끝났다. 하지만 4대강 관련해서는 문수스님 소신공양으로 많은 사람들이 슬픔에 빠져 있다. 천안함 사태도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이명박 정부가 향후 올바른 판단을 하길 기대한다. 최규재 기자 visconti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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