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교육 어디로’-진보교육감 당선자 연속 인터뷰 5> 장만채 전남교육감

6.2 지방선거를 통해 6명의 진보·개혁 진영의 후보가 당선됨으로써 향후 교육계에 큰 변화가 일어날 전망이다. 재선에 성공한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과 곽노현(서울)․장휘국(광주)․민병희(강원)․김승환(전북)․장만채(전남) 당선자는 모두 ‘국․영․수’ 중심 교육 해체, 무상급식 실현 등을 고수하는 진보 성향의 인물들이다. <위클리서울>은 ‘우리 교육 어디로’를 주제로 이들 진보 성향 교육감과의 인터뷰를 연속으로 게재하고 있다.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 장휘국 광주시 교육감,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 김승환 전북도 교육감에 이어 이번호에는 장만채 전남도 교육감과의 자리를 마련했다.

장만채 교육감은 교육감 당선 직후 교육계 인사들이 자신에게 일종의 뇌물인 축하금을 전달하려 했던 사실을 폭로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장 교육감은 “당선 축하금 문제를 거론한 것은 전남교육만의 문제를 말한 것이 아니라 전남을 비롯한 교육계 모두의 자성을 촉구한 것”이라며 “하지만 와전되고 부풀려진 측면이 매우 강하다. 이로 인해 심적 고통을 받았을 교육 가족 모두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아울러 “모두 함께 건강한 아이를 탄생하기 위한 산고로 생각해주시면 좋겠다는 말씀도 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장 교육감은 “전남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경제 여건의 어려움”이라며 “교원 정원이 대폭 감축되어 기본적으로 필요한 교원 수마저 확보가 어려워지고 있고, 소규모학교가 계속 늘어나 학교 통폐합 압력을 받게 되고, 이는 더욱 인구 유출을 부추기는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따라서 ‘농산어촌교육지원특별법’이 제정해 전남 지역에 대대적 지원과 배려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장만채 전남도 교육감과의 일문일답이다.



- 우선 취임을 축하드린다. 소감이 어떤가.

▲ 개표 결과 이후 어깨가 무겁다는 생각이 많았다. 선거 과정에서는 당선이 중요했지만 이후에는 전남교육에 대한 책임감으로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하지만 전남교육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을 보았기에 희망을 잃지 않는다. 제가 55%의 지지를 얻은 것은 변화와 개혁에 대한 전남 도민들의 열망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열심히 노력해 도민들의 지지와 성원에 보답하고자 한다.

- 전남 지역 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 전남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경제 여건의 어려움이다. 경제 사정이 좋지 못하다보니 인구 유출이 심하고 그에 따른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교원 정원이 대폭 감축되어 기본적으로 필요한 교원 수마저 확보가 어려워지고 있고, 소규모 학교가 계속 늘어나 학교 통폐합 압력을 받게 되고, 이는 더욱 인구 유출을 부추기는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

하루빨리 이런 악순환 구조를 선순환의 구조로 바꾸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지방 정부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어서 걱정이 많다. 지금 국회에 계류 중인 ‘농산어촌교육지원특별법’이 제정되어 전남 지역에 대대적 지원과 배려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장 교육감은 대학 교수 출신으로 초·중·고 교육에 전문적이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을 텐데.

▲ 그런 지적을 하는 사람들도 많고 선거 과정에서 하나의 이슈로 내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교육감은 큰 틀에서 원칙을 제시하고 실무적인 부분은 도교육청에 계시는 경험 많은 분들이 처리하면 될 것이라고 본다.

교육감이 초중등교육을 모른다고 우려하시는 분들의 뜻도 알지만 오히려 교육감이 모든 것을 일일이 지시하고 하나하나 챙겨야 한다면 그 게 더 큰 문제를 낳을 것이라고 본다. 아울러 초중등 보통교육이나 대학의 고등교육은 그 본질상 큰 차이가 없다고 본다. 대학 총장 출신이 큰 원칙을 세우고 몇 가지 흐름을 만들어 내는 데는 더욱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가능한 범위 내에서 과감히 다른 단위에 권한을 위양하고 전남교육 발전을 위한 대외적 활동에 더욱 비중을 두려고 한다. 열심히 노력할 예정이니 따뜻한 시선으로 보아 주시기 바란다.


#장만채 교육감

- 설립 계획을 밝힌 ‘무지개학교’에 대해 설명해달라.

▲ 무지개학교는 그 이름 속에 이미 그 상이 나타나 있다. 무지개는 각각의 다른 색깔들이 선명하게 나타나지만 잘 조화를 이루어 아름답다. 만약 이 색깔들이 한 가지로만 이루어져 있다면 너무 단순해서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할 것으로 생각한다.

무지개학교는 몇 가지 철학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모든 학생들은 각각 다르고 그 다양성 자체가 존중 받아야 되며 각각의 서로 다름은 동등한 가치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학부모와 교사들이 한 마음이 되어 학교 일에 앞장서야 한다는 소통의 철학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헌신적인 교사와 스스로 참여하는 학생들이 주인이 되어 스스로 일구고 가꾸어 가는 학교가 무지개학교다.

교육과정 운영은 대폭 자율성을 부여하여 인성과 학력이 겸비되는 그런 과정으로 운영하려고 한다. 어떤 상의 학교로 만드느냐는 것은 학생, 학부모, 교사들의 몫으로 생각하고 있다.

- 일제고사, 0교시 수업 등에는 어떤 입장인가.

▲ 일제고사로 인한 학교 현장의 교육과정 파행 운영의 사례가 속출하고 있어 대책 수립이 시급한 실정으로 보고 있다. 초등학교까지 사전 모의고사를 치르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심지어는 수업이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는 얘기도 듣고 있는 실정이다.

일제고사는 표집으로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하지만 지금 실시를 앞두고 있는 시험은 당장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취임 이후 여려 사례를 분석해 교과부와 협의하고, 문제점을 보완해 실시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0교시 수업은 학생의 건강을 해치는 문제이기 때문에 가급적 실시하지 않도록 지도 권장할 예정이다. 야간 자율학습은 현행 입시제도하에서 전면 폐지하기가 어렵다. 그렇지만 원하지 않는 학생들에게까지 자율이 아닌 강제 학습을 강요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야간 자율학습은 지나치게 밤늦게까지 이루어지지 않도록 하고 학생의 자율 의사에 맡겨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보충수업도 학생들이 원하는 강좌를 개설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일률적으로 시간을 편성하고 교과서 진도를 나가는 방식은 학생들에게 별 보탬이 되지 않는다. 철저히 학생 위주로 보충수업이 이루어지도록 할 것이다.

- 우열반 편성 반대 의사를 밝혔다.

▲ 저는 모든 학생들이 잘하면 잘하는 대로 못하면 못하는 대로 나름의 교육 수요를 충족 시켜 주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우수 학생 지원 방안과 부진 학생 지원 방안 모두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학생 개개인에게 맞는 맞춤형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수준별 이동수업이 여기에 해당한다. 하지만 교과별 수준에 따른 편성이 아닌 평균 성적에 의해 학급을 편성하는 우열반은 그 장점보다 폐해가 크기에 교육적이라고 할 수 없다. 우수 학생에게 그에 맞는 교육 활동이 주어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학급 자체를 그렇게 편성하는 것은 바르지 않다고 본다.

- 교원평가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현재 실시하고 있는 교원평가는 교원능력개발평가라는 이름으로 실시되고 있다. 그러나 기존의 근무평정, 성과급 평가, 다면평가, 승진을 위한 제반 점수에 의한 평가 등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교원평가와 맞물려 많은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학교 현장에서는 수업의 질을 높인다는 명목의 평가가 오히려 수업에 장애가 되고 교사들의 업무를 증가 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실정이다.

평가 자체도 형식화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평가는 평가의 목적을 먼저 설정하고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합당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전남도교육청의 규칙으로 실시하고 있는 평가를 새로 취임한 교육감이 당장 중단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취임 후에 정확한 실태를 조사하고 교육 구성원 모두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친 뒤에 최종 방안을 결정할 예정이다. 또한 국회에서 진행할 예정으로 되어 있는 6자협의체의 진행과 결과도 존중할 것이다.

- 교장공모제와 관련해서는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나.

▲ 교장 공모제는 개방형․내부형․초빙형, 세 가지가 있다. 공약으로 내건 무지개학교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키려면 내부형 교장 공모제가 활성화되어야 하는데 이것이 현재 교과부의 지침에 의해 가로막혀 있는 실정이다. 취임 이후 교과부와 상의를 해야 될 문제라고 본다.

교장 공모제는 기존의 교장 임명이나 승진 제도 보다는 진일보한 제도다. 하지만 기존의 교장들에게는 권리 침해로 느껴질 것으로 생각한다. 어떤 정책도 구성원들의 내부 협조가 없다면 성공하기가 어렵다는 점에서 내부 의사 수렴을 거쳐 점진적으로 교장 공모제를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울러 개방형은 교육계 외부에서 교장을 모시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민감한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골프고와 같은 특성화고등학교 같은 소수의 학교에서나 시도해볼만한 제도라고 생각하고 있다.

- 전교조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인가.

▲ 전교조는 법에 의해 활동이 허용된 노동조합이다. 노동조합은 노동조합 본연의 역할을 하는 단체이고 교육감은 전남교육을 책임지고 이끌고 나가는 집행자다. 어떤 점에서는 교육감과 입장이 같을 수도 있지만 항상 그렇지만은 않을 것으로 본다. 평교사들의 이해관계와 전남교육가족 모두에 대한 한결 같은 입장을 가져야할 교육감의 이해 관계가 같을 수는 없다. 전교조는 당연히 평교사 입장에서 교육감의 교육 정책을 바라보고 평가할 것이다. 교육적으로 판단해 수용해야 할 요구는 수용하는 것이고 그렇지 않은 것은 절충과 대화의 과정을 가져야 할 것이다.

전교조 이외의 여러 교직 단체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 단체들에 대한 입장이나 전교조에 대한 입장은 같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 취임준비위원회에 전교조 출신 교사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들었지만, 그들은 전교조 교사라기보다는 교육 현안에 밝은 현장 교사라고 보는 것이 더욱 타당할 것이다. 전교조는 전교조대로 자신의 일을 하고 교육감은 교육감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할 뿐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 장 교육감 당선 직후 몇몇 교육계 인사들은 뇌물에 해당하는 축하금을 장 교육감에게 전달하려 했다. 이런 사실을 장 교육감이 폭로해 논란이 되기도 했는데, 당선 축하금 문제에 대해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 나갈 계획인가.

▲ 당선 축하금 문제를 거론한 것은 전남교육만의 문제를 말한 것이 아니라 전남을 비롯한 교육계 모두의 자성을 촉구한 것이다. 와전되고 부풀려진 측면이 매우 강하다. 하지만 이로 인해 심적 고통을 받았을 교육 가족 모두에게 죄송하다는 말씀과 함께 건강한 아이를 탄생하기 위한 산고로 생각해주시면 좋겠다는 말씀도 드리고 싶다.

전남의 교육 가족들 대다수는 묵묵히 자신의 일을 성실하게 수행하고 있다. 다만 교육 행정 측면에서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일부 인사들이 과거 관행 속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적절한 사람이 적절한 자리를 책임지게 하고 소외받던 사람들이 제대로 대우 받게 하며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상응하는 보상을 받게 하면 교육 가족들의 화합은 저절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

화합을 위한다는 구실 하에 묵은 종기를 그대로 둔다거나 제때 해야 할 일을 방치하는 것은 전남 도민의 뜻에 반하는 것일뿐더러 전남교육에 죄를 짓는 일이 될 것이다. 저는 반드시 화합과 발전을 동시에 이룰 것이다. 기대하셔도 좋다.

- 전남 지역 학생·학부모·교사 등에게 바라는 점이나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과거 호남이 없으면 나라가 없다고 했다. 해방 이후에도 호남의 인재가 다수 활약했다. 하지만 근대화 과정에서 전남이 농산어촌 지역이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소외를 받다보니 점차 그 존재가 희미해지고 있다. 더 이상 이런 현상을 두고 보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제 임기 4년 동안 전남교육의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만들겠다. 그 이후의 일은 다른 분들이 책임지고 해 주시면 될 것이다.

전남교육 발전을 위해서는 모든 도민들과 교육 가족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저 혼자서 전남교육 모두를 책임지거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다. 모든 분들이 관심을 갖고 조언과 충고를 아끼지 마시고 힘이 필요할 때는 힘도 모아주시면 감사하겠다.

당선된 이후 고민도 많고 책임감에 잠을 못 이룰 정도로 마음이 무겁다. 정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모두 몸과 마음을 함께 해서 장만채가 아닌 도민의 이름으로 전남교육의 새로운 이정표를 쓰자고 부탁드린다. 도민 여러분과 교육가족 여러분들의 관심과 지지에 감사드리고 모든 분들의 건강과 축복을 기원한다. 최규재 기자 visconti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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