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기자> 우리의 이웃들을 찾아서: 회사 근처 ‘고향식당’

‘꼬르륵’ 벌써 점심시간이다. 시계를 보지 않아도 뱃속이 알아서 점심시간을 알려준다. 신문사에 있으면 밖에서 점심을 해결해야 된다. 주변에 회사들이 몰려있어 음식점도 많다. 점심시간이 되면 음식점들이 시끌벅적하다. 다들 뱃속의 시계가 비슷한 시간에 울리나 보다.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먹다보면 가장 맛있는 집을 발견해 단골이 된다. 기자도 그렇다. 나이는 어려도 입맛은 보통 어른들과 다를 게 없다. 그래서인지 단골집 하나는 제대로 만들어놓은 것 같다.



우글우글 모여 있는 식당들 사이에 조그맣고 앙증맞게 자리해있는 ‘고향식당’. 주변 식당들에 비해 손님이 항상 바글바글하다. 때문에 손님이 적은 식당들은 이 식당을 시샘까지 한다나 뭐라나….
아무튼 이렇게 주변에 식당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이곳 ‘고향식당’에 손님이 많이 끓는 이유가 뭘까 궁금했다. 음식도 맛있지만 또 다른 비법을 알아내기 위해 인터뷰에 나섰다.



‘고향식당’을 연지 3년째 되는 아주머니(김명옥. 58세). 이전의 식당 경영까지 합하면 17년 경력을 자랑한다. 청계천에서 7년, 동국대 인근의 학사주점에서 7년.
식당업을 하기 전에는 미싱자수를 했단다. 아주머니가 어릴 때에는 학교 진학이 쉽지 않았기에 일찌감치 학업을 접고 17살부터 미싱자수를 했다. 고향은 전라북도 순창. 17살에 서울에 올라오신 것이다.
수입은 매월 400만원 가량. 조그마한 공간에서 오로지 혼자 모든 일을 하시는 것인데도 높은 수입이다. 옆에 앉아 있던 손님이 “이 동네에서 여기가 최고 잘되는 식당”이라며 칭찬을 늘어놓는다.



이렇듯 장사가 잘되는 비법이 과연 무엇일까. 아주머니는 “맛은 잘 모르겠고, 양이 많으니까~”라며 쑥스러워하셨다. 이곳은 아주머니 혼자 하다 보니 손님들이 밀릴 때는 밥과 반찬을 직접 퍼다 먹어야 한다. 때문에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서비스로 누룽지탕도 있다는 점~. 그렇다고 밥이나 반찬이 대충 차려지는 것도 아니다. 아주머니의 고향인 전라도 특유의 풍성한 맛을 자랑한다.



아주머니의 출근 시간은 새벽 5시. 아침 식사를 하고 가는 사람도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주머니는 “오전 6시에서 8시 사이에도 손님이 많이 온다”고 하셨다. 퇴근시간은 저녁 9시인데 혼자 하시니 힘이 많이 들 것 같았다. 아주머니는 “술 취한 손님들 올 때 힘들다”며 “혼자 하다 보니 힘든 점도 있다”고 하셨다. 하지만 “그렇다고 특별히 아픈 곳이 있거나 한건 아니다”고 하셨다.
아주머니는 식당을 5년 정도 더 운영할 생각이다. “그 후엔 놀러 다닐 것이다. 등산도 다닐 것이다.”



‘고향식당’의 또 다른 인기비결 하나를 더 발견해 냈다. 바로 아주머니의 끊임없는 ‘대화’. 손님들과 워낙 잘 알고 친하게 지내신다. 그래서 혼자 와서 식사하는 손님과도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얘기를 나눈다.
아주머니는 “주변에 아는 사람이 많다. 모두 단골”이라며 “나는 처음 보는 사람들과도 말을 잘하는 편”이라고 하셨다. 낯가림이 심한 편인 기자에겐 그저 부러운 부분.




재료는 아침마다 준비한다. 모두 청량리 시장의 단골집에서 사오는 것이다. 가장 잘 나가는 메뉴는 김치찌개, 청국장, 백반, 제육볶음 등이다. 때마침 식사를 하고 있던 손님의 추천 메뉴는 오징어볶음. 기자도 오징어볶음을 추천하고 싶다. 매콤하면서도 달짝지근한 게 정말 맛있다.^^



아주머니에게 행복에 대해 물었다. 아주머니는 “일하는 게 행복이다. 하지만 행복의 정의를 몇 마디로 단정 짓는 건 어렵다”고 하셨다. 그러면서도 “행복은 그냥 나 나름대로 느끼는 바로 그것이 아닐까”라고 하시며 웃으셨다.
대부분 집단으로 생활하는데 익숙한 현대인들. 식당을 가든, 술집을 가든, 커피숍을 가든, 아직까지 혼자 행동한다는 건 상당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가끔 혼자 식사를 할 때면 주변의 눈치를 보게 되고 또 외롭다.
하지만 ‘고향식당’은 그렇지 않다. 혼자 온 손님에게는 아주 오래된 친구같은 아주머니가 있기 때문이다. 재치 있는 입담과 편한 분위기는 밥도 술술 잘 넘어가게 만든다. 어쩌면 손님들은 아주머니의 그 입담에 빠져 ‘고향식당’의 단골이 된 것일 지도 모른다. ‘고향식당 홀릭’인 셈이다.^^



지금도 어디선가 맛있는 냄새와 함께 즐거운 대화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혼자 식사하기 외로운 사람들은 ‘고향식당’으로 한 번 발길을 돌려보는 게 어떨까? 아참, ‘고향식당 홀릭’은 조심해야 되고! 
정다은 기자 panda15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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