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신영의 이런 얘기 저런 삶> 웹툰

당장 수요일부터 시험인데 글자가 눈에 잘 안 들어온다. 이번 주가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잘 모르겠다. 10월엔 개인적으로 참 많은 일이 있었다.
그 중 하나가 모 포털사이트에서 내 그림이 베스트 도전만화로 승격된 것. 웹툰이라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그저 찌끄려놓은 것에 불과한 낙서가 베스트로 승격 될 줄이야. 어안이 벙벙하다. 심지어, 생각보다 에너지 소모가 큰 탓에 연재도 가뭄에 콩 나듯 했는데 말이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일이라 지인에게 털어놓기도 민망할 정도다. 지금은 오히려 아무도 내가 이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으면 좋겠다. 내가 아는 사람이 내가 그려놓은 웹툰을 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 손가락이 오그라드는 기분이다. 만 단위가 넘어가는 조회수를 보고 있노라면, 이걸 좋아해야 하는 건지 혹은 부끄러워해야하는 건지 갈피를 잡질 못하겠다. 




웹툰. 처음에는 혁명과도 같은 일이었다. 지면이 아닌 웹상에서 만화를 연재한다는 생각을 누가 쉬이 할 수 있었겠는가. 포털사이트에서 유인책으로 웹툰을 이용하기 시작하면서, 바야흐로 웹툰의 시대가 도래했다. 웹툰 작가들은 스타 못지않은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고, 각종 캐릭터 상품 등으로 올리는 부수입도 적지 않았다.
어두운 출판시장에서 좌절해 있던 만화계는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만큼 많은 작가들이 웹툰에 도전했고, 웹툰 시장은 더욱 더 뜨거워졌다. 베스트 도전만화는 현재 웹툰 서비스가 가장 활성화되어있는, 더불어 웹툰의 가장 큰 수혜자인 모 포털사이트에서 갖추고 있는 웹툰 발굴 체계중 하나이다.
도전만화라는 게시판에 일반인들이 자신의 작품을 자유롭게 올리면, 그 중 인기가 있는 작품을 베스트 도전만화로 승격시켜준다. 베스트 도전만화에서 일부는, 정식 웹툰으로 데뷔를 하게 되는 시스템이다. 베스트 도전이라고 해도, 사실 그렇게 대단한 뭔가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하루에 도전만화가 500작에서 1000작까지도 올라온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 달에 몇 작품 선정되지 않는 베스트로 승격되었다는 것이 감개무량할 따름이다.



생각지도 않았던 승격 이후, 인터넷 카페에서 초대장이 날아왔다. ‘프로’를 지향하는 아마추어 만화가들의 카페라고 했다. 인터넷상에서 이미 유명하신 분들이 와글와글했다. 그중에는 이미 정식 연재 제의를 받아 정식 웹툰에서 활동 중이신 분도 계셨다.
솔직히, ‘프로’가 되고 싶다기보다는 이런 분들이 활동하는 카페에 초대를 받았다는 게 황송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해서 낼름 가입했다. 팬카페 회원만 몇 천 명이 넘는 작가분이 댓글을 달아준다는 게 너무 신기했다. 한 회당 삼십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는 만화 작가분도 나랑 같은 사람이구나 싶었다.
프로를 목표로 만화를 그린다는 건, 내가 생각해보지도 못한 고충이 있는 것이었다. 나야 사실 별 생각 없이 올린 게시글이 어쩌다 보니 승격이 된 케이스라 체감하지 못한 것이고, 애초부터 목표가 뚜렷하게 시작하신 분들은 이런저런 고충이 참 많은 듯 했다.
한 회 한 회 엄청난 에너지 소모임에도 불구하고 정식 웹툰이 아닌 이상 고료 등은 지급 되지 않는다. 정식 웹툰 제의는 기약이 없고, 독자들은 당연한 권리인양, 이번 화는 짧다, 연재 주기가 너무 길다, 그림에 성의가 더 있어야 한다 말들이 많으니 그리는 사람 입장에서는 점점 지쳐버리는 것이다.
나야 뭐, 조회수도 그리 높지도 않고 정식 연재를 목표로 그림을 그렸던 사람도 아니라 연재 주기도 내 맘대로, 퀄리티도 내 맘대로, 길이도 내 맘대로라 별로 그렇게 스트레스는 아니다. 근래에 조회수도 늘고 해서 약간 부담감이 늘었을 뿐이다.
이렇게 제멋대로인 나조차 부담을 느끼고 있는데 인기 작가들 같은 경우는 오죽하겠는가. 이제 점점 지쳐간다는 하소연을 보면서, 마음이 너무 아팠다. 무슨 일이든, 밖에서는 보이지 않는 나름의 고초가 있는 법이다. 치열한 작가들 사이에서 나는 안타까움과 함께, 약간의 위화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나는 너무 가벼운가?
그렇지만 `프로`를 목표로 한다는 건, `고료`를 받는 작가가 되는 것을 말하는 걸까? 나는 사실 아직도 잘 모르겠다. 나는 포털사이트에 웹툰을 연재하고 싶다기보다는, 오히려 책을 내고 싶다. 아마 가능하게 된다면 만화책도 아니고 소설책도 아닌, `그림이 있는 이야기 책`에 가까울 것이다. 글쎄, 그것으로 유명하게 된다든지 혹은 돈을 많이 벌게 된다든지 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비를 털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세상에 난 이상 가죽은 남기고 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상에 내 가죽을 남길 수 있다면, 그것이 프로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프로’가 되고 싶다. 지금 당장의 눈앞의 목표를 쫒는 그들과 나는 분명 그 치열함에서 차이가 있지만, 나도 그들도 분명 ‘프로’가 되고 싶은 것임엔 크게 다를 것이 없을 것이다.



책을 내고 싶다거나 하는 건 세상 물정모르는 어린놈의 유치한 발상일지도 모른다. 아니, 거의 분명히 그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몇 년 지나서 머리가 좀 더 굵어지면, 분명 “앜ㅋㅋㅋㅋㅋㅋㅋ대딩허세ㅋㅋㅋㅋㅋ”하며 오글거려하겠지만, 지금은 ‘프로’가 되고 싶다.
지금 그리고 있는 것으로 프로가 되려는 생각은 아니다. 아직 한참 멀었다는 것은 아무리 무지한 나라도 알 수 있으니까.
지금 그리는 것은 습작쯤 될까. 많이 배우고 있다. 책임감을 가지고 그림을 그린다는 건 나에게 너무 낯선 일이다. 그래도 제 가죽이, 적어도 쓰레기 취급받지 않을 수 있도록 지금은 연습을 좀 할 생각이다.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사람은 분명, 행복한 사람이다. 작가님들이 즐겁게 작품 활동 하셨으면 좋겠다. 힘을 내세요!!!:) 웹툰이라는 건 거의 모든 도전만화가들의 원피스지만요, 사실 지금도 즐겁잖아요? ㅋㅋㅋㅋ 다크서클 막 내려오신 그 모습이 제일 이뿌세요! 화잇힝! :)



psy5432@nate.com <박신영님은 경희대 법학과 학생입니다. `위클리서울` 대학생 기자로 멋진 활약을 펼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