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기자> 우리의 이웃들을 찾아서: 싸다∼싸 ‘짱짜장집’



자장면 집에서 자장면을 시켜먹을 때면 대부분 고민하는 게 바로 메뉴선택. “자장면 먹을까, 짬뽕 먹을까?” 하지만 요즘엔 ‘짬짜면(그릇이 반으로 나눠져 한쪽엔 짬뽕, 한쪽엔 자장면이 담겨 있는 것)’이란 획기적 아이디어로 그런 고민은 하지 않아도 된다. 자장면도 세월이 흐르면서 이만큼 많이 발전한 것이다. 이젠 ‘탕짜(탕수육+자장면)’, ‘볶짬(볶음밥+짬뽕)’ 등 골라먹기 바쁠 정도로 메뉴가 다양하다.
자장면. 기자에겐 그저 배고플 때 간단하게 한 끼니 해결하는 ‘때우기’용 음식으로 인식돼 있다. 하지만 부모님 때만 해도 자장면은 졸업식 날이나 먹는 귀한 음식이었다고 한다. 특히 요즘에는 경제가 어려운데다 밀가루 값까지 뛰어올라 턱없이 비싸진 가격 때문에 자장면 한 그릇 사먹으려 해도 망설이게 된다.



이렇게 밀가루 값이 올라도, 경제가 어려워도 전혀 부담이 되지 않는 자장면집이 있다. 아마 입소문으로나 아니면 방송 프로그램 등을 통해 접해봤을 지도 모르겠다. 자장면과 우동이 한 그릇에 1500원 밖에 안한다는 자장면 집. 그래서인지 이 자장면 집은 항상 손님이 들끓는다. 다른 특별한 광고도 하지 않았는데 입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단골손님이 줄을 잇는다는 화제의 자장면 집을 찾아갔다. 바로 동묘역 인근 대로변에 위치한 ‘남도음식백화점 짱짜장’이다.



이곳의 사장님은 참 바쁘신 것 같았다. 수차례 방문 끝에야 만날 수 있었으니…. 이날도 막 외출을 하려던 참이어서 신속하게(?) 인터뷰를 시작해야 했다.
자장면 집만 20년을 해왔다는 장인종(51세) 사장님(이하 아저씨)이 그 주인공이다. 중계동에서 5년, 이곳 동묘 앞에서는 장장 15년을 했단다. 기자가 태어나기 전부터 자장면 집을 하신 셈이다.
자장면 가격이 이처럼 싼 것은 IMF가 끝난 뒤 처음 정한 가격이 1000원이었기 때문이란다. 아저씨는 “계속해서 1000원을 고수했다가 작년에 밀가루 가격이 오르면서 어쩔 수 없이 500원을 올렸다”고 하셨다.
싼 가격 덕분인지 장사가 아주 잘 된다. 아저씨는 “시내임에도 이 근처는 서민들이 가장 많이 사는 곳”이라며 “청량리에서 종로 5가 사이가 특히 그런 것 같다”고 하셨다.



아무리 싸게 판다고 하지만 요즘 시중의 자장면 가격에 비하면 1/2, 심지어는 1/3, 1/4도 안 되는 가격. 남는 게 있을까? 바로 답변이 돌아왔다.
“밀가루가 한 포에 2만원이야. 한 포면 120그릇을 만들 수 있어. 그럼 면 값은 한 그릇 당 170원 정도 드는 셈이지. 이것저것 부재료 들어가는 게 있지만 그래도 남는 장사지 뭐~.”
다른 곳은 대부분 최소한 4000원 이상씩은 받는 현실. 가격을 올릴 생각은 없으실까? 아저씨는 “양배추나 양파 값이 대폭 오르지 않는 이상 가격을 올릴 생각은 없다”며 “주방과 카운터 일 등등을 친누나들과 함께 하기 때문에 인건비 부담도 그렇게 크지 않다”고 하셨다.



손님들은 대부분 연세가 꽤 드신 분들로 보였다. 점심시간 무렵인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는 직장에 다니는 젊은 층보다는 특히 노인들이 많이 찾는다. 종로 3가에 있는 종묘공원에서도 많이 오신단다. 종묘공원은 노인들의 공원으로 소문이 나있는 곳이다. 지하철도 공짜다 보니 3000원, 4000원 하는 ‘비싼’ 자장면을 먹는 것 보다 이곳에 오면 훨씬 싸게 그리고 맛있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일하는 시간은 오전 9시부터 밤 10시. 일 하시면서 힘든 점은 없으실까? 아저씨는 “힘이야 많이 들지. 하지만 힘들어도 그만큼 대가가 있으니까 괜찮아”라고 하셨다. 이어서 “일 할 수 있을 때까지 할 것”이라며 “앞으로 한 15년?”이라고 하셨다.
아무리 가격이 싸다고 해도 맛이 없으면 손님들이 찾지 않을 터. 특별한 맛의 비법이 있느냐고 물었다. 아저씨는 “맛의 비법은 내가 가장 잘 아는 것”이라며 “다른 가게는 양념을 아침에 만들어서 저녁까지 쓰지만 우리는 하도 손님이 많아 만드는 즉시 나가기 때문에 맛있을 수밖에 없다”고 하셨다. 아울러 “토요일, 일요일에는 일찍 와서 줄을 서지 않으면 먹지도 못하고 그냥 돌아가야 한다”며 “때문에 번호표까지 있어. 번호표가 없으면 누가 무엇을 시켰는지 구별도 못해”라고 하셨다.



아저씨에게 행복에 대해 물었다. 아저씨는 “지금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바로 행복”이라며 “건강하고 내가 맡은 일 열심히 하는 게 행복이라고 생각해”라고 하셨다. 또 “돈이란 많으면 편리하긴 하지만 정말 절실하게 필요한 건 아니다”고 딱 잘라 말씀하셨다.
그래서인지 아저씨는 카운터를 누나에게 맡긴 뒤 따로 돈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했다. 이것도 아저씨만의 가게운영 노하우랄까?
아저씨는 청량리 부근에 자장면 집을 하나 더 차리실 계획이란다. 아마 그곳도 입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손님들로 항상 북적이지 않을까 싶다.
돈에 신경 쓰지 않고 열심히 일하시는 아저씨. 가게에는 장난스러운 문구까지 걸려있다. ‘음식물을 남기면 벌금 1000원’이라고 말이다. 아마 그 벌금을 낸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남기기엔 이 집의 자장면이 너무나도 맛있기 때문이다.
정다은 기자 panda15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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