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하인리히 뵐/ 옮긴이 홍성광/ 열린책들
‘쾰른의 선인(仙人)’으로 불리며 전후 독일 문단을 이끈 작가 하인리히 뵐. 그가 죽은 지 25년째 되던 해인 2010년, 독일의 주요 언론들은 그의 삶과 문학을 집중 조명하며 특집 기사들을 게재했다. ‘뵐은 25년 동안 죽어 있다’(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 ‘독립과 자유를 추구한 그의 정신은 오늘날에도 유효하다’(귄터 발라프). 독일 문단 내에서는 이와 같이 오늘날 뵐을 바라보는 상반된 시선을 보여 주었다. 국내에서도 2000년대 후반에 뵐의 중, 후기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어느 어릿광대의 견해’와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가 출간된 바 있다. 열린책들 세계문학에서는 <하인리히 뵐>이라는 이름을 모두에게 각인시킨 뵐의 초기 대표작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를 정식 계약을 통해 국내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1953)는 1952년의 어느 주말, 한 부부를 둘러싸고 48시간 동안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성당 전화 교환수로 한 달 임금이 320마르크 80페니히인 프레드 보그너와 그의 아내 캐테 보그너를 주인공으로, 먼지와 얼룩, 담배 연기로 가득한 전후의 풍경을 배경으로 삼아, 쓰라린 사색과 따뜻한 대화가 조화를 이루는 뵐 특유의 글쓰기를 여실히 보여 주는 작품이다. 평단은 물론 독자들에게도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고(출간된 해에 1만 7000부가 판매되었다), 가톨릭교회에 대한 절망감을 전면으로 드러내 논란이 되기도 했다. 272면/ 9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