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기자> 일본 여행을 다녀와서-1회

연초부터 꼬이는 일만 이어지던 나날. 모든 일에 의욕은 나지 않고…. 그러던 어느 날 아빠께서 희소식을 갖고 오셨다. 큰집 식구들이 이번에 일본 여행을 가는데 사촌동생 수빈이가 나와 함께 가고 싶다고 했다는 것이다. 큰엄마, 큰아빠께서도 머리 좀 식힐 겸 같이 가자고 했다. 해외여행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고, 특히나 일본은 내가 너무나도 가보고 싶은 나라였다. 단번에 OK!



3박4일의 패키지여행. 기대와 설렘을 안고 부랴부랴 짐을 쌌다. 어딜 가던 짐이 한가득인 나는 3박4일 동안의 짐을 싸고 나니 마치 ‘집나가는 아이’ 같아 보였다. 우리가 가는 곳이 어디인지, 날씨는 어떤지 등은 물론이고 기본적으로 알아두어야 할 생활 일본어까지도 철저하게 메모했다.
아침 7시30분까지 큰댁에 가야했다. 원래 출근하는 시간과 비슷하다보니 힘들지 않게 일어났다. 전날 싸두었던 ‘비만’ 캐리어를 끌고 큰집에 도착해보니 준비가 거의 끝날 즈음이었다. 세 식구가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이는 동안 설렘을 누르며 조용히 앉아있었다.




12시 30분 비행기라고 했다. 큰아빠 차를 타고 한참을 달려 인천공항에 도착해 수속을 마쳤지만 탑승때까지는 한참이나 남은 시간. 면세점을 둘러보기로 했다. 여행을 떠나기도 전에 지쳐버릴 정도로 공항 면세점은 넓었다. ‘아직 일본도 가보지 못한 상태에서 벌써 지치면 안 되는데…’ 새삼 걱정이 들 정도. 그렇게 기나긴 면세점 아이쇼핑이 끝나고 ‘마침내’ 비행기에 올랐다. 비행기 안의 사람들은 대부분이 일본인. 난 운 좋게도 창가 자리였다. 날지 못하는 인간들이 하늘위에서 땅을 내려다보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 드디어 이륙. 비행기 좌석에는 영화나 게임,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기계가 설치돼있었다. 한참 영화를 보고 있는데 말로만 듣던 기내식이 나왔다. 메뉴는 샌드위치 모양의 빵. 안에 참치를 넣은 뒤 머스타드 소스를 발라서 먹기 시작했다. 옆에 앉은 수빈이는 “으… 맛없어, 안 먹을래”라며 먹던 빵을 내려놨다. ‘그런가?’ 맛이 뛰어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먹을 만해서 끝까지 잘 먹어치웠다. 어느새 일본 나고야공항에 도착. 약 한 시간 반이 걸렸다.




공항에서 내리자마자 ‘아, 일본이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모든 안내도는 일본어로 쓰여 있고, 독특한 옷을 입은 딱 봐도 일본인들이 대부분인 공항. 일본인들의 패션은 한국인들과는 다르게 엄청 튀고 개성이 넘쳤다. 또 대부분 노랗게 머리염색을 한 모습이 색다르게 보였다.
입국심사대를 통과한 뒤 공항 앞에 대기해있는 차에 올랐다. 한국은 운전대가 왼쪽에 있지만 일부 오른쪽에 있는 나라도 있다. 일본이 그런 경우였다. 신기하면서도 상당히 어색하게 느껴졌다. 우리를 4일 동안 안내해줄 가이드의 안내멘트를 듣고 드디어 출발! 날씨가 매우 흐렸다. 혹시나 비가 오면 어쩌나 걱정했다. 오늘의 목적지는 오사카. 가는 데 시간이 꽤 걸린다고 했다. 중간에 휴게소에도 들렀다. 일본 음식을 맛볼 기회. 한국에서 엄마, 아빠께 받은 용돈이 있었다. 우선 큰엄마께서 어묵꼬치와 동그란 어묵을 사주셨다. 나는 주먹밥과 레몬차를 샀다. 음식을 사들고 버스에 올라 시식. 우선 어묵꼬치는 쫀득쫀득해서 떡인지 어묵인지 구분이 잘 안될 정도. 소스는 다소 짭짤했고 맛도 별로란 생각. 다음으론 주먹밥. 위에 어묵이 올려있고 안에는 새우가 들어있었다. 따로 양념이 돼있지 않아 평범했다. 마지막으로 동그란 어묵. 이건 최고였다. 안에 큼지막한 오징어도 들어있는데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입에서 침이 돌 정도. 다음에 일본에 간다면 꼭 다시 먹고 싶은 음식이다.




다시 출발. 가이드는 일본의 특이한 점들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요약하자면 일본엔 까마귀가 엄청 많다. 크기도 두 날개를 펴면 약 60cm나 된단다. 우리나라는 아침에 까마귀가 울면 하루 일진이 안좋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일본은 그 반대다. 또 일본엔 명당자리에 집보다는 묘지가 많다. 일본 사람들은 A형이 많아 깔끔하고, 스킨십을 좋아하지 않는다.
가는 동안 노래를 들으며 창밖을 구경했다. 눈에 보이는 대부분의 차들은 동글동글한데다 작고 예뻤다. 또 숲이 울창하고 나무들이 곧게 쭉 뻗은 모습들이었는데 대부분 두 종류라고 했다. 하나는 스기나무. 우리나라에선 참나무라고도 부른다. 곧고 빨리 자라는 게 장점이지만 뿌리가 약하고 꽃가루가 많다는 게 단점. 때문에 텔레비전 속 광고에도 알레르기약 광고가 많단다. 두 번째는 피너키나무. 스기나무와는 달리 성장속도가 느리지만 대신 튼튼하다.



그렇게 한참을 달려 저녁 무렵에야 도착한 곳이 오사카의 도톰보리. 우리나라의 명동과 비슷했다. 공항에서보다 더 개성 넘치는 사람들이 많았다. 우선 꼬르륵 거리는 배를 움켜쥐고 식당에 들어갔다. 저녁 메뉴는 초밥과 튀김, 우동이었다. 초밥은 우리나라의 것과 비슷했는데 튀김은 굉장히 바삭하고 맛있었다. 우동 역시 우리나라의 그것과 비슷했지만 좀 더 담박하게 느껴졌다.
다음 자유시간, 시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내가 먹고 싶었던 크레페도 먹어보았다. 얇은 밀가루 반죽에 아이스크림이나 생크림, 과일 등을 넣고 돌돌 말은 것이다.





크레페를 먹으며 거리를 걷던 중 스티커사진 기계가 설치된 오락실을 발견했다. 수빈이가 사진을 찍자며 나를 이끌었다. 한국에서와 비슷한 가격이어서 내가 비용을 지불했다. ‘오호~ 한국기계보다 잘 나오는데~’ 감탄을 하며 프린트되어 나온 사진을 봤다. 일명 ‘뽀샵’을 이용, 눈 크기도 키우고 피부도 뽀얗게 처리를 하고나니 마치 내가 아닌 듯한 느낌.
구경은 만족스러웠다. 우리가 첫날 묵을 호텔은 다음 날 가기로 한 ‘유니버셜 스튜디오’와 가까운 곳에 있었다. 호텔은 꽤 호화롭고 깔끔했다. 목욕탕과 화장실이 따로 있고, 침대도 크고 푹신했다. 첫날 일정을 소화하느라 잔뜩 지친 몸을 편안하게 눕힐 수 있었다.
다음 날 아침. 우리는 호텔 2층에 있는 뷔페에서 아침을 먹었다. 종류도 다양하고 맛도 괜찮았다. 하지만 음식이 입에 맞지 않는다는 수빈이는 잘 먹지도 못하고 간신히 우동으로만 연신 굶주린 배를 채워댔다.



식사를 마치고 우리가 간 곳은 바로 ‘유니버셜 스튜디오’. 이곳은 2001년 3월 문을 열었다. 지금은 세계적인 오락산업 및 음료제조  기업인 시그램컴퍼니의 자회사로 되어 있는 ‘유니버설 스튜디오사’가 1964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교외의 할리우드에 개장된 ‘유니버설 스튜디오 할리우드’, 1990년 플로리다주 올랜도에 개장된 ‘유니버설 스튜디오 플로리다’에 이어 세계에서 세번째, 미국 국외에서는 최초로 건설한 스튜디오이다.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할리우드의 유명한 영화를 테마로 한 탈것과 쇼, 어트랙션으로 어린이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흥미진진하게 할리우드를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돼있다. 



아직 개장도 안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줄을 지어있었다. 이유는 개장을 하고서야 알 수 있었다. 문을 열자마자 먹이를 노리는 하이에나마냥 뛰어가는 사람들…. 저렇게 까지 뛰어야 되나?
가이드의 말에 따라 우선 수빈이만 데리고 가장 유명한 놀이기구 몇 개를 타기로 했다. 먼저 스파이더맨. 하필 입구와 정반대인 곳에 있어서 뛰어가는 데 힘을 다 쏟아야 했다. 4D로 ‘스파이더맨’을 감상하는데 약간은 아쉬움이 남았다. 이어서 ‘쥬라기공원’ ‘롤러코스터’ ‘백투더 퓨처’ 등을 탔다. 이 정도면 많이 탄 편이란다. 사람이 많긴 많았다. 초반부터 너무 허겁지겁 뛰어다녀서 그런지 더 이상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결국 놀이공원 유람은 이쯤에서 끝내고 호텔로 돌아와 낮잠을 청했다. 한두 시간 가량 눈을 붙인 뒤 놀이공원과 가까운 쇼핑센터에 가 기념품을 샀다. 저녁으로는 샤브샤브를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다. 아참, 샤브샤브를 먹은 식당에서 알아낸 것이 있다. 바로 일본에선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물도 돈을 받는다는 사실이다. 어떤 식당은 그냥 주기도 하지만 많은 곳에선 따로 계산을 해야 한단다. 물가도 비싼데….



이렇게 이틀이 지나갔다. 첫 날은 낯선 땅에서 낯선 사람들 밖에 없어서 모든 게 어색하고 이상했다. 잠도 설칠 정도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 다음부터는 즐겁게 보낼 수 있었다. 남은 3일과 4일 얘기는 다음호에 마저 들려드리도록 하겠다. 아참, 일본이 대지진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며칠 전 여행을 다녀온 나라에서 일어난 일이어서인지 더 남의 일이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부디 더 이상의 피해가 발생되지 않길 빌어볼 뿐이다. 친절했던 일본인들, 모두 힘내시길…. 정다은 기자 panda15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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