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두승산밑 꿀벌집 벌집아씨의 일기장- 요즘 아이들은 이 다음에~~~

이 글은 도시에서 살다 오래전 귀농해 전북 정읍시 덕천면 상학리 두승산 자락에서 양봉업(두승산밑 꿀벌집/www.beehome.co.kr)을 하며 살고 있는 벌집쥔장(김동신님)과 벌집아씨(조영숙님) 그리고 세 아이 정우와 주명이, 영섭이의 알콩달콩하면서도 소소한 생활을 아주 자유스럽게 담은 것입니다. 글은 벌집쥔장과 벌집아씨가 번갈아가며 쓰고 있습니다. 이들의 꾸밈없고 진솔한 ‘참살이’ 모습이 삭막한 도시생활에 지친 독자님들에게 청량제가 될 것이란 생각에 가급적 말 표현 등을 그대로 살려 연재합니다. <편집자주>

 


부지런한 강아지 코 멀쩡한 날 없다고 아마도 울 신랑을 두고 한 말은 아닐는지. 닭 대충 키우면 될 걸 꼭 저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쫑알대는 마눌 보고 울 신랑 한마디 날린다.
“당신, 나 계란 두 개 먹을 때 한개만 먹어!”
“치~ 한개두 안 먹을겨. 계란을 얼마나 먹는다고. 들어간 돈으로 죽을 때까지 사먹어도 다 못먹겠다.”

꼽꼽쟁이 울신랑 무슨 일을 하던 대충하는 법이 없다. 물론 자기한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만.
어젠 일하면서 그런다.
“옛날에 자재 사다놓으니 이렇게 잘 써먹잖오.”


예전 벌 월동준비 할 때 써먹던 것인데 그동안 뽕나무밭 한 귀퉁이에 자리 잡고 보잘 것 없는 모습으로 있었던 것이다.
참^^나 넘 어이없어…더 어이없는 소리를 날린다.
“나도 미리 신랑 대여섯명 사다놔야겠다. 때에 맞춰 써먹게.”

그 소리에 울신랑 뻥해서 쳐다보곤 아무 말도 못한다.
“넘 세게 날렸나보네.”
“어이없어 할 말이 없네.”
점심대신 포도를 먹으면서 울신랑 그런다.



“요즘은 먹을 것이 넘 많아서.”
“먹을 것이 뭐가 많오. 없구만.”
“먹을 것이 많으니까 감도 대추도 안 따먹지.”
그렇긴 하다. 하지만 울막둥이 아침에 나갔다 저녁에 들어오니 따먹을 시간도 없지 싶다.

“우리땐 감이 어딨어? 고구마고 뭐고 먹을 것만 있으면 정신없었는데.”
그렇다. 나만해도 어린 시절 계절따라 다른 추억이 있어 그 추억을 떠올리게 되는데. 봄이 되면 찔레 한주먹 꺾어 먹고 입 주위가 꺼멓게 물든 줄도 모르고 오디를 따먹기도 했다.
여름이면 냇가에서 수영하고 고기 잡는다고 고무신 두짝 들고 다리 아프도록 송사리떼 쫓아다녔다.



그뿐이랴 초가을이면 새콤달콤한 머루를 또 얼마나 먹었던가. 집에 가던 길에 외무하나 뽑아서 풀에 쓱쓱 흙 닦곤 껍질 돌돌 까서 먹던 그 맛. 떨어진 알밤을 가방 한가득 주워서 퉤퉤거리며 까먹던 그 시절. 한들한들 금방이라도 부러질 것 같은 잣나무에 올라가 잣송이 따서 던지고, 그 잣을 칡넝쿨 끊어서 묶어가지고 가려하면 잣송이가 이탈해서 손과 온몸에 찐득한 송진이 묻어 그것 지우려고 귀한 석유로 닦아내고 나면 온몸에서 석유냄새가 진동을 했었는데.

휘엉청 밝은 달님이 산 너머 넘어가도록 밤새도록 뛰어놀기도 하고, 가끔은 그런 우리들 혼내주려고 대문을 걸어 잠궈 닭이 알 낳던 벼집 더미에서 웅크리고 자면서도 무엇이 그리도 좋았던지 친구들과 킥킥거리기도 했다.

겨울이면 썰매놀이와 고드름 칼싸움은 얼마나 많이 했었나. 그뿐이랴 토끼몰이에 죄없는 토끼들 추운겨울날 달음질은 얼마나 시켰던지.

그렇게 근심걱정 없이 지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힘들 땐 그 추억들이 때론 버팀목이 되어주기도 하는데, 요즘 우리 아이들은 이다음에 과연 무슨 추억을 떠올릴 수 있을지~~~.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