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승산밑 꿀벌집 벌집아씨의 일기장>

이 글은 도시에서 살다 오래전 귀농해 전북 정읍시 덕천면 상학리 두승산 자락에서 양봉업(두승산밑 꿀벌집/www.beehome.co.kr)을 하며 살고 있는 벌집쥔장(김동신님)과 벌집아씨(조영숙님) 그리고 세 아이 정우와 주명이, 영섭이의 알콩달콩하면서도 소소한 생활을 아주 자유스럽게 담은 것입니다. 글은 벌집쥔장과 벌집아씨가 번갈아가며 쓰고 있습니다. 이들의 꾸밈없고 진솔한 ‘참살이’ 모습이 삭막한 도시생활에 지친 독자님들에게 청량제가 될 것이란 생각에 가급적 말 표현 등을 그대로 살려 연재합니다. <편집자주>





울신랑은 촌뜨기~~
 
어제 오전 기술센터에서 회의가 있어 갔다. 날씨가 따뜻하니 일을 해야 한다던 울신랑. 오후 4시쯤 되어 집에 오니 그때서야 점심을 먹고 있다. 시간되면 알아서 먹으면 좋은데 어쩌다 하루 집 비우면 꼭 저런 모습이다.

저녁에도 기술센터에서 교육이 있고, 다른 곳에선 취미생활로 하는 시낭송 교육이 있는데 어디로 가야하나. 밥통에 밥을 보니 두 사람 몫밖에 없다.

“당신 밥 안 먹을 거지?” 

먹을 거란 소리 나올 거 알면서 혹시나 해서 물어본다.

“조금만 줘.” “당신 먹지 마. 있다가  간식거리 줄게.” “그러던가.”





막둥이더러 먹자고하니 배고프면 먹는다고 싫단다. 참말로 이 녀석 저녁이 좀 늦으면 배고파 죽는다하고 일찍 주면 넘 빠르다하고, 어디다 장단을 맞춰야할지 모르겠다.

혼자 앉아서 배추쌈해서 먹고 나가려하는데 옆집 삼을댁 할머니 택배 주소 좀 써달라고 오신다. 주소를 잃어버렸다며 아들한테 전화해서 적어달라고~~. 약속시간에 늦어 얼른 가려고 울 신랑더러 하라 했더니 나보고 하란다.

삼을댁 할머니 “각시 밥 먹게 집이가 혀∼” 하자 “아니에요. 전화는 울 각시가 더 잘해요” 한다. 참 떠맡기는 방법도 여러 가지다.





아들네 전화번호를 외우시는 것을 보니 신기하다. 전화해서 사정이야기 하니 아드님 왈 “울엄마는 매일 잃어버려요” 한다.

우리 엄마도 삼을댁 할머니처럼 혼자 사시니 이런 일 있을 때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것이다.

여름은 늦게 어두워지니 좋은데 요즘은 밤에 나가려면 캄캄해서 망설여진다. 그래도 반가운 얼굴들 만나고 교육받으면 마음은 포근. 끝나고 돌아오는 길 막내넘의 ‘컵라면 우동이 먹고싶다’는 문자가 생각나 편의점에 가서 아들이 먹고 싶다는 우동과 남편이 먹고 싶다던 나가사끼짬뽕인지 뭔지, 그리고 삼각김밥이 눈에 띄기에 두개 집어들었다. 이 삼각김밥 태어나서 두 번째 사보는 것 같다.

집에 돌아가 방에서 옷 갈아입고 나오니 울신랑 무대포로 삼각김밥 포장을 뜯어놓았으니~~~. “어어어~~~클났다, 그렇게 뜯음 안되는데…” 놀리는 마눌 소리에 얼른 포장을 오므린다. ㅋㅋ그 모습에 어이가 없다. 아마도 얼른 포장 오므려놓고 다른 것을 집을 모양이다.

“당신 촌넘 맞오. 삼각김밥 처음 먹어보는 거지?” 했더니, “어~~당신이 한 번도 안 사줬잖오∼” 한다.





놀려대는 엄마 소리에 막둥이가 나와서 설명을 해준다. 울신랑은 상황이 멋쩍은지 킥킥거리며 웃어대고. 어디 그뿐이랴~~. 한입 베어 물면서 하는 소리 “그런데 간은 맞는 거야?” “간이 맞으니까 먹지 안맞으면 사람들이 사 먹겠어?” “그런데 차갑다.” 그 소리에 울 아들과 난 킥킥 웃음을 참아야했다.

울 막둥이 한마디 한다. “아빠는 냉장고에 들어있던 김밥인데 당연히 차갑지요. 삼각김밥은 전자렌지에 돌려먹어야 해요.” “에이~~ 뭐 그런 게 다 있다냐.” 촌뜨기 울신랑 때문에 늦은 밤 그렇게 한바탕 웃을 수 있었다.




이 계절 떠올려본 추억 한자락

부지런한 강아지 코 멀쩡한 날 없다고 아마도 울 신랑을 두고 한 말은 아닐는지. 닭 대충 키우면 될 걸 꼭 저렇게까지 거창하게 닭장을 만들어야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쫑알대는 마눌 보고 울 신랑 한마디 날린다.

“당신, 나 계란 두 개 먹을 때 한개만 먹어!”

“치~ 한개도 안 먹을겨. 계란 까짓거 얼마나 먹는다고. 들어간 돈으로 죽을 때까지 사먹어도 다 못 먹겠다.”

꼽꼽쟁이 울신랑 무슨 일이든 대충하는 법이 없다. 물론 자기한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만. 며칠 전엔 일하면서 그런다.

“옛날에 자재 사다놓으니 이렇게 잘 써먹잖오.”

예전 벌 월동준비 할 때 써먹던 것인데 그동안 뽕나무밭 한 귀퉁이에 방치돼있었던 것이다.





“참^^나∼넘 어이없어…” 더 어이없는 소리를 날린다. “나도 미리 신랑 대여섯명 사다놔야겠다. 때에 맞춰 써먹게.”

그 소리에 울신랑 뻥해서 쳐다보곤 아무 말도 못한다.

“넘 세게 날렸나보네.” “어이없어 할 말이 없네.”

점심 대신 포도를 먹으면서 울신랑 그런다.

“요즘은 먹을 것이 넘 많아서.” “먹을 것이 뭐가 많오, 없구만.” “먹을 것이 많으니까 감도 대추도 안 따먹지.”

그렇긴 하다. 게다가 울막둥이 이른 아침에 나갔다 저녁에 들어오니 따먹을 시간도 없지 싶다.

“우리땐 감이 어딨어? 고구마고 뭐고 먹을 것만 있으면 정신없었는데.”

그렇다. 나만 해도 어린 시절 계절 따라 저마다 다른 추억이 있어 그 추억을 떠올리게 되는데. 봄이 되면 찔레 한주먹 꺾어 먹고 입 주위가 꺼멓게 물든 줄도 모르고 오디를 따먹기도 했다. 여름이면 냇가에서 수영하고 고기 잡는다고 고무신 두짝 들고 다리 아프도록 송사리떼 쫓아다녔다.





그뿐이랴 초가을이면 새콤달콤한 머루를 또 얼마나 먹었던가. 집에 가던 길에 외무하나 뽑아서 풀에 쓱쓱 흙 닦곤 껍질 돌돌 까서 먹던 그 맛. 떨어진 알밤을 가방 한가득 주워서 퉤퉤거리며 까먹던 그 시절. 한들한들 금방이라도 부러질 것 같은 잣나무에 올라가 잣송이 따서 던지고, 그 잣을 칡넝쿨 끊어서 묶어가지고 가려하면 잣송이가 이탈해서 손과 온몸에 찐득한 송진이 묻어 그것 지우려고 귀한 석유로 닦아내고 나면 온몸에서 석유냄새가 진동을 했었는데.

휘엉청 밝은 달님이 산 너머 넘어가도록 밤새 뛰어놀기도 하고, 가끔은 그런 우리들 혼내주려고 대문을 걸어 잠궈 닭이 알 낳던 볏짚더미에서 웅크리고 자면서도 무엇이 그리도 좋았던지 친구들과 킥킥거리기도 했다.

겨울이면 썰매놀이와 고드름 칼싸움은 또 얼마나 많이 했었나. 그뿐이랴 토끼몰이에 죄 없는 토끼들 추운 겨울날 달음질은 얼마나 시켰던지.

그렇게 근심걱정 없이 지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힘들 땐 그 추억들이 때론 버팀목이 되어주기도 하는데, 요즘 우리 아이들은 이다음에 과연 무슨 추억을 떠올릴 수 있을지~~~.




고맙다 프로폴리스 
 
마당에 감나무잎부터 시작해서 온통 낙엽세상이 되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은행잎이 어찌나 곱게 물들었던지 그 색상에 감탄 또 감탄을 하고. 아들 학교 태워다주면서 붉게 물든 단풍잎에 햇살이 비추면서 내뿜는 그 색깔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역시 아무리 고운 색이라도 빛이 함께 할 때 더 아름다운 것을 느꼈다.

로열젤리 끝나고 벌 분봉시키고 월동준비 대충 끝나갈 이때쯤이면 1년에 한 번 잊지 않고 찾아오는 녀석이 있다. 아마도 긴장의 끈을 놓기에 그런 것인가 보다. 갑자기 열이 나면서 온몸에 기운이란 기운이 다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더니 다음날 침도 못 삼킬 정도로 목은 붓고 물 한 모금 입에 넣을 수가 없을 정도로 아파온다. 목 뿐 아니라 침샘도 잔뜩 부어올랐나보다. 목 아픈 것보다 더 힘든 것이 침샘 붓는 것이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는 내 몸을 보면서 ‘이러면 안 되지, 정신 차려야지’ 하면서 일어나 물 한 모금 물곤 프로폴리스를 입에 짜넣는다. 순간 목에 느껴지는 그 고통.

지난해 한번 심하게 앓은 후 면역력이 떨어졌는지 콧물이 나면서 비염까지 찾아왔다. 누가 반갑다 한다고. 그래 누가 이기나 해보자. 두 시간에 한 번씩 프로폴리스를 먹는다. 오후쯤 되니 부었던 목이 가라앉고 살 것 같다.





그렇게 이틀간 프로폴리스를 먹었더니 콧물도 사라지고 목도 깨끗하다. 역시 신기한 프로폴리스다. 밥 안 먹고 굶은 김에 하루정도 더 굶고 물과 프로폴리스만 먹었다. 그랬더니 조금 강한 냄새만 나도 나오던 재채기가 사라졌다. 아~~ 비염 이 녀석도 프로폴리스를 무섭도록 먹으니 꼼짝 못하는구나.

신이 나서 울 신랑한테 쫑알거리며 보고한다. 무엇이 그리 이쁜 신랑이라고. 마눌 아무리 아프다 해도 물 한 모금 안 떠다주는 사람인데. 며칠 굶어도 마눌 배고픈 것은 안 물어보고 눈치 보면서 “오늘 저녁 못 얻어먹는 건가?” 이러는 사람을.
삼일째 저녁 옷을 주섬주섬 입고는 컴에 빠져있는 신랑에게 재촉한다. “언능 운전해^^ 뜨끈한 떡국 한 그릇 먹고 올 거야.”

나가기 싫어 꾀를 부리는 울신랑. 어쨌든 이런 것이 먹고 싶은 것을 보니 이제 몸은 완전히 괜찮아졌나 보다. 마눌 조금 살아난 것을 안 울신랑은 역시나 전화통에 불이 나도록 나를 불러댄다. “카메라 가져와라…오늘은 혼자서 일 못하니 도와줘야한다…얼른 나와라.” 마눌보다 저 넘의 닭장 짓는 일이 더 중요한가 보다.

갑상선으로 살짝 부어있던 목도 쇠골이 보일 정도로 가라앉아 신기한 듯 거울에 비춰본다. 그동안 약 안 먹고 가끔 프로폴리스나 로열젤리 한 번씩 먹는 것으로 이겨내고 있었는데 역시^^ 프로폴리스 최고! 맛까지 좋으면 얼마나 좋을꼬. 고맙다, 프로폴리스야∼니가 울 신랑보다~~~낫다.





어제 아침 걸려온 한통의 전화 “여기 대군데예~~” 대구에 계시는 고객님이다. 자기 친구가 집에 왔다가 프로폴리스 먹은 뒤 달고 살던 감기 한 번도 안 걸린다며 어찌나 칭찬을 하던지 지난번엔 친구랑 같이 시켰는데 매일 부탁할 수 없어 직접 시킨다며. 먹어보니 진짜로 좋아서 또 시키신다는 말씀이다. 가끔 이런 전화를 받을 때마다 신바람이 난다. 이런 맛에 우리가 하는 일이 힘들더라도 뿌듯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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