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저축은행 사태' 후폭풍

도저히 `회생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지난 주말 퇴출이 결정된 4개 저축은행들은 회복이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부실 상태로 나타났다. 업계 1위인 솔로몬 저축은행은 지난해 말 기준 BIS 비율은 4.35%였으나 총자산 4조9758억원, 총여신 3조1881억원, 총수신 4조5723억원으로 순자산이 -3623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함께 결정타를 맞은 한국저축은행과 미래저축은행, 한주저축은행도 정도의 차이만 있지 상황은 비슷했다. 여기에 미래저축은행 김찬경 회장의 `간 큰 행보`는 보는 이들의 혀를 내두르게 만들었다. 하지만 여기가 끝이 아니다. 저축은행 사태의 파장이 커질 경우 불똥은 한국 경제 전반에 커다란 악재로 확산될 전망이다.


# 지난해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켰던 부산저축은행, 피해자들이 국회앞에서 피켓시위를 하고 있는 모습


솔로몬이 무너졌다.
업계 선두 업체인 솔로몬은 2010년 6월말 5조7194억원이던 총자산이 1년 반만에 7000억원 넘게 감소했다. 같은 기간 수신규모가 5000억원 넘게 급감한 여파가 컸기 때문이라는 판단이다.

자기자본도 급격히 줄어들었다. 2010년 6월말 1711억원이던 솔로몬의 자기자본은 1년만에 608억원으로 줄었다. 그리고 지난해 말엔 -1801억원으로 급격히 나빠졌다. 당연히 BIS 비율도 2010년 6월말 9.12%, 지난해 6월말 9.16%에서 지난해 말에는 4.35%까지 급감했다.

한국저축은행도 총자산 2조243억원, 총여신 9949억원, 총수신 1조7996억원으로 순자산이 -460억원으로 집계됐다. BIS 비율은 -1.36%였다. 자본금 증자에도 불구하고 자기자본이 급격히 줄어 위기를 맞았다.

자기자본비율 `급전직하`

2010년 6월말 350억원이던 한국저축은행의 납입자본금 규모는 지난해 말 800억원으로 늘었다. 하지만 2010년 6월말 2184억원이나 되던 한국저축은행의 자기자본은 지난해 6월말 936억원으로 급감한데 이어 지난해 말에는 -383억원까지 떨어졌다.

BIS비율도 2010년 6월말 9.19%, 2011년 6월말 6.04%, 2011년 12월말 -1.36%로 계속해 악화돼갔다.

미래저축은행도 총자산 1조7594억원, 총여신 1조5337억원, 총수신 1조8473억원으로 순자산이 -3177억원에 달했다. BIS 비율도 -16.20%로 나타났다. 역시 자기자본 급감이 부실의 핵심 원인이었다.

지난 해 6월말 931억원이던 자기자본은 1년만에 -1718억원, 지난해 말에는 -2165억원이 됐다. BIS 비율도 같은 기간 9.34%, -10.17%, -16.20%로 빨간불이 짙어졌다.

한주저축은행은 총자산 1502억원, 총여신 1760억원, 총수신 1854억원으로 순자산이 -616억원이었다. BIS 비율이 무려 -37.32%로 나타나 회생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판정 받았다.

2010년 6월말 41억원이던 자기자본은 2011년 6월말 -111억원이었고, 지난해 말에는 -470억원까지 부실이 확대됐다. BIS비율의 경우 2010년 6월말 3.62%에서 1년 뒤에는 -7.78%로 떨어졌고, 지난해 말에는 무려 -37.32%까지 악화됐다.

`중국 밀항`하다 체포

여기에 `도덕적 해이`의 결정타까지 터져나왔다.

영업정지된 미래저축은행의 김찬경 회장이 회삿돈 200억원을 미리 빼낸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김 회장은 금융감독원의 영업정지 발표를 하루 앞둔 지난 5일 중국으로 밀항하려다 해경에 체포되는 수모를 당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대차대조표를 파악한 결과 김 회장이 우리은행 수시입출금계좌에 넣어둔 미래저축은행 예금 200억원을 지난 3일 인출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 회장의 예금 인출은 3일 업무가 마감된 후에 이뤄졌다. 마감 이후 거래 내역은 다음날 나타나는 만큼 금감원은 다음 날 이 같은 사실을 파악할 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김 회장은 200억원을 인출한 이틀 뒤인 5일 중국으로 밀항하려다 경기 화성시 궁평항에서 해경에 체포됐다.

때문에 영업정지된 4개 저축은행 대주주 등의 추가적인 부정인출도 더 있을 것이란 추측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영업정지 저축은행 대주주가 최근 돈을 빼낸 정황이 포착됐다"고 전했다.

해당 은행에 6개월간 영업이 정지된다는 금융당국의 결정문이 나붙고 예금자들은 발을 동동 구르는 시점에도 저축은행 대주주들은 `제 살길`만 찾고 있었던 것이다. 
 
부동산 업계도 `찬바람`

이번에 퇴출이 결정된 솔로몬, 한국, 미래, 한주저축은행 등 4개 저축은행의 계열 저축은행들은 일단 모회사의 퇴출과 관계없이 정상영업을 계속하게 된다. 하지만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이 발생할 경우 추가 영업정지 조치가 나올 수도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예금인출 속도가 계열 저축은행들의 운명을 결정짓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해의 경우 부산저축은행이 2월 17일 영업정지된 직후 계열사인 부산2저축은행 등에서 뱅크런이 발생, 이틀만인 19일 추가 영업정지 조치가 내려졌다.

솔로몬저축은행은 부산, 호남솔로몬 등 2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으며 한국저축은행은 진흥 경기 영남저축은행 등 3곳이 계열로 편입돼 있다.

해당 은행들 뿐만 아니라 부동산 업계에도 차가운 바람이 몰아칠 전망이다. 지난 1년간 문을 닫은 저축은행만 벌써 20여곳에 달한다. 가장 큰 원인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로 지적된다.

여기엔 금융당국이 저축은행간 인수·합병의 길을 열어주고, 동일 여신한도 등 규제를 완화해 부실의 골을 더 깊게 만든 탓도 없지 않다. 2000년대 카드사태로 소액 신용대출 부실이 커지자 저축은행은 고위험, 고수익인 PF대출에 눈을 돌렸다.

당시 부동산 시장의 활황을 기반으로 저축은행들은 2005∼2007년 집중적으로 `브릿지론` 형태의 PF대출을 늘렸다. 그러나 2008년 부동산 경기가 하락하면서 PF 대출도 잇따라 부실화돼 감당하지 못할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130억원 `휴지 전락` 우려

PF 대출은 저축은행의 대형화와 함께 커다란 불씨를 만들어갔다. 업계 1위 솔로몬 저축은행이 걸어온 길을 보면 이 같은 사정이 여실히 담겨 있다.

솔로몬저축은행장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무수익여신을 처리하는 `솔로몬신용정보`를 설립한 뒤 3년 후인 2002년 부실화된 골드저축은행을 인수해 솔로몬저축은행으로 개명했다.

그리고 솔로몬은 2005년과 2006년에 부실이 심했던 한마음저축은행(현 부산솔로몬저축은행)과 전북 나라저축은행(현 호남솔로몬저축은행)을 잇따라 인수했다. 2007년엔 경기 소재 한진저축은행을 사들여 경기솔로몬저축은행을 출범시켰다.

2002년 솔로몬저축은행이 새로 개발한 수익 모델이 부동산 PF대출이었다. 당시 부동산 경기가 활황을 보이면서 솔로몬저축은행은 서민금융보다 PF대출 확대에 심혈을 기울였다. 솔로몬저축은행은 이처럼 인수, 합병과 함께 주력 사업인 PF대출 확대를 통해 업계 1위로 올라섰다. 서민들의 친구라는 말은 애초부터 성립할 수 없었다.

그러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연체율이 급증하면서 부실이 물밀 듯이 시작됐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이 2008년 말 5.25%에서 지난해 13.98%로 급증하면서 휘청이기 시작했다.

이처럼 무리한 인수합병과 PF 대출은 저축은행 대주주의 불법 대출 등 비리까지 맞물리며 겉잡을 수 없는 곳으로 흘러갔다. 금융당국의 결과 발표가 끝난 만큼 검찰도 저축은행 재주주와 경영진, 회사 관계자들을 소환하는 등 저축은행 비리 조사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주식시장에도 때 아닌 한파가 몰아닥칠 전망이다. 솔로몬과 한국저축은행의 상장이 폐지된다면 130억원 가까운 금액이 공중으로 날아갈 수도 있다. 지난해 영업정지된 제일저축은행은 곧바로 상장폐지된 바 있다.

저축은행 부실의 후폭풍이 어디까지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막장 사태`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김승현 기자 okkdol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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