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일본식 라멘식당에서의 생생 알바 체험기-6회

올해 열아홉 살인 기자. 고등학생도 아니고 그렇다고 대학생은 더더욱 아니고, 직장인이라기엔 너무 나이 많아(?) 보이기도 하고…(하하;;). 어쨌든 이도저도 아닌 위치에서 참 많은 걸 경험하고 배우는 중이다. 취미생활도 즐기고, 배우고 싶었던 악기도 배워보고, 책을 읽는 시간도 많아지고 말이다. 최근엔 처음으로 색다른 경험에도 도전해봤다. 그건 바로 ‘알바’라고도 하는 아르바이트다. 친구의 소개로 들어간 일본식 라멘식당에서의 알바 체험기를 여러분에게 들려드린다.





알바생이라고 해서 우리 나이 또래만 있는 건 아니다. 평일 오전엔 이모님 두 분이 일을 하신다. 기자는 한 달 정도는 이모님들이 어떤 분들인지 잘 몰랐다. 평일 알바를 했을 때 좀 일찍 출근하는 경우 잠깐 보는 정도였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이모님들과 일주일간 함께 일할 기회가 생겼다. 일하시는 이모님 중 한분이 사정이 생기셔서 잠깐 못나오게 됐기 때문이다.

이모님들이 과연 어떤 분인지 궁금했다. 같이 일하는 알바친구는 “내가 전에 한번인가 오전에 했었는데…”라고 말끝을 흐리며 미간을 찌푸린다. ‘이모님들과의 호흡이 잘 맞지 않았구나’ 싶었다. 하지만 다른 알바생도 “어우… 난 한번 오전한 뒤로 절대로 다신 안하잖아ㅋㅋ”라고 했다. 겁이 나기 시작했다. 친구들의 말을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이렇다. 이번에 사정이 생겨 며칠 안 나오시는 이모님은 일을 잘하시는 편이다. 하지만 기자와 일하게 될 이모님은 일을 열심히는 하시는데 정작 결과물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기자가 혼자 일을 다 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는 소리. 단단히 마음을 먹었다.



당일 아침. 다들 어른이신데 제일 나이가 어린 기자가 늦으면 안 되겠다 싶어 일찍 출근했다. 이미 이모님은 출근해서 홀을 정리하고 계셨다. 기자도 인사를 하고 얼른 옷을 갈아입었다. 오픈 준비는 처음 해보는 거라서 이모님이 시키는 대로 해나갔다. 워낙 어른들께 밉보이지 않는 기자라 다행히 이모님에게도 잘 보인 듯 싶었고, 그 덕분인지 무척 친절하게 대해주셨다. 오픈 준비를 마치고 아침을 먹었다. 진수성찬이 차려졌다. 열심히 뛰려면 든든히 먹으라는 실장님의 말씀. 배불리 두 그릇을 뚝딱했다.

드디어 오픈. 평일이라 손님이 드문드문 왔다. 아직 할 만한 편이다. 이모님도 생각보다 잘하셨다. 하지만 이모님의 실력은 얼마 지나지 않아 드러났다. 점심시간. 점점 손님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테이블이 하나둘씩 채워지고 홀은 손님들로 북적거리기 시작했다. 일에는 분명 순서가 있다. 우선 손님을 맞아야 하고, 다음엔 손님 나간자리를 치워야 되고, 음식을 내어가고, 주문을 받는 식이다. 그리고 나머지 정리(컵 닦기, 물통에 얼음 채우기 등 부족하지 않으면 나중에 해도 되는 일)는 손님이 좀 빠진 뒤에 하는 것이다. 하지만 나보다 훨씬 먼저 들어오셔서 경험 또한 많은 이모는 일의 순서를 전혀 몰랐다. 손님이 오건말건 우선 이모가 먼저 해야 된다고 생각되는 것만을 했다. 덕분에 기자는 말 그대로 날아다녀야 할 지경이었다. 혼자 너무 바쁘게 뛰다보니 화도 났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모가 놀고 계시는 것도 아니니 딱히 뭐라 할 수도 없었다. 그냥 울며 겨자 먹기로 손님을 맞고, 그릇도 치우고, 주문받고 발이 안보일 정도로 쏘다녔다. 아마 이때 일하는 실력이 많이 늘었던 것 같다.



지옥 같은(?) 점심시간이 드디어 끝났다. 세시반이 돼서 브레이크(break. 쉬면서 오후 영업을 준비하는 시간)를 하고 점심을 먹었다. 꿀맛이었다. 일하며 치밀어 올랐던 화가 밥 한 숟가락에 싹 날아갔다. 옛날 돌쇠들이 이래서 돌쇠란 소리를 들었을까…. 힘든 일 다 시켜도 밥만 주면 언제 그랬냐는 듯 깨끗이 잊고 이렇게 좋아하고 있으니 말이다.

밥 두 그릇을 뚝딱 해치우고 상을 정리하고 여유 있게 손님을 받고 있으니 오후에 일하는 친구들이 출근을 했다. ‘살았다…’ 속으로 외쳤다. 이모님은 퇴근. 기자는 마감시간까지 해야 한다. 이렇게 일주일을 해야 되다니, 한숨이 나왔다. 이모님 앞에선 열심히 웃는 표정을 지었지만 친구들이 온 뒤론 안도감 때문인지 말도 없어지고 한숨만 새어나왔다. 두 알바생은 그런 기자의 처지(?)를 말하지 않아도 잘 알겠다는 듯 많이 배려해줬다. “우리 둘이 홀 뛸 테니까 너는 주방 맡아”라는 친구. 너무 고마웠다. 기운 차리고, 기자도 다시 열심히 일을 시작했다. 중간 중간 친구들의 가벼운 농담과 위로 덕분에 오후엔 편히 일할 수 있었다.



다음날. 마음을 굳게 먹었다. ‘그래, 난 혼자 일하는 거야. 혼자 일한다 생각하자. 절대 이모님 신경 쓰지 말자’고 다짐했다. 아니나 다를까, 전날과 같은 상황이 반복됐다. 하지만 전혀 힘들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전날의 압박감 같은 것도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체념(?)을 하니 전혀 스트레스 받는 게 없었다. 손님들의 숫자 역시 늘었으면 늘었지 전날보다 적지도 않았다. 여전히 기자는 홀을 날아다녔다. 이모님과 일을 한지 일주일이 다 됐을 무렵이다. 이모님은 “다은이가 일을 참 잘하더라고요. 젊어서 그런지 손도 빠르고, 발도 빠르고~ 호호”라며 칭찬을 하셨다.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서로 좋은 인상을 남기며 일주일간의 지옥 같은 알바가 끝났다.

이모님들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지옥 같던 알바 덕분에 나름 좋은 이미지를 남길 수 있었던 기자. 하지만 알바생 중 친구(여자)는 이모님들에게 제대로 찍히고 말았다. 워낙 고집이 센 친구. 우리들끼리는 기가 세서 그렇다고 얘기한다. 그러나 이모님들의 고집(?)만 할까. 두 고집이 만나니 불꽃이 튀긴다. 일하고 있는 친구에게 이것저것 지적하는 이모님. 친구는 이에 질세라 “실장님께서 이렇게 하라했는데요?”라며 기를 꺾지 않았다. 기자는 속으로 ‘에휴… 그냥 하라는 대로 하는 게 편할 텐데’라며 두 고래사이에서 새우등이 터질까 노심초사했다.

덕분에 이모님들에게 단단히 밉보인 친구의 행동이 실장님 귀에까지 들어가게 됐다. 사실 알바생들도 이 친구의 행동에 대해 좋게 말하는 이는 없었지만 비슷한 나이 또래인데다 친구 사이다 보니 문제가 생겨도 그냥 넘어가곤 했던 터였다. 하지만 이모님들은 달랐다. 바로 직구를 던진 것이다. 그에 더해 불성실함까지, 친구는 결국 알바에서 잘릴 위기에 놓여있다. 물론 성실한 알바생이 같이 일하는 다른 알바생들에게도 더 도움이 되겠지만, 정도 들고 일도 꽤 능숙하게 하는 친구가 그만두게 생겼으니 안타깝기도 하다. 그 친구를 대신해 새로 일하게 될 친구도 기자가 알고 지내는 착하고 재미있는 친구라는 게 그나마 위안일 뿐. 이번에 잘릴 위기에 처한 친구는 다리까지 다쳐서 이번 주도 못 나올 것 같은데 실장님은 어떤 결론을 내리셨는지 궁금해진다.

정다은 기자 panda157@naver.com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