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무급휴직자 복직 합의' 꼼수 논란

오는 3월 무급휴직자 복직을 약속한 쌍용차 사측이 무급휴직자 임금 청구 소송 포기 확약서를 강요하고, 이를 복직 여부와 연동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사측의 복직 의지가 의심스럽다. 특히 국정조사를 앞두고 돌연 사측과 쌍용차 기업노조가 무급휴직자 복직을 합의한 뒤 벌어진 일이라 복직 합의가 국정조사는 일단 피하고 보자는 ‘꼼수’였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쌍용차 사측은 19일 오전 10시부터 각각 두 시간씩 두 차례에 걸쳐 무급휴직자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며 확약서 서명을 요구했다. 참가자들은 사측이 설명회에서 “확약서를 써야 복직의 가능성이 있고, 위로금도 줄 수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사측은 올해 1월 10일 기업노조와 합의한 내용을 존중하고 복직에 동의할 것과 2009년 8월 6일 노사합의서(일명 ‘8.6 노사대타협’)와 관련해 향후 어떠한 민․형사상의 이의도 제기하지 않겠다는 확약을 무급휴직자들에게 요구했다. 또 서울남부지방법원에 계류 중인 임금 등 청구소송을 취하하라고 요구했다.

461명의 무급휴직자 중 246명은 2010년 10월경 복직 의무 불이행에 따라 사측을 상대로 임금 청구 소송을 시작했다. 2009년 77일 공장 점거 농성 뒤 461명의 무급휴직자가 ‘1년 뒤 생산물량에 따라 순환근무’가 이루어져야 하지만 사측은 복직을 거부했다.

사측의 확약서 요구는 오는 2월 15일 임금 청구 소송 선고일이 예정된 가운데 임금 지급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8.6 노사대타협에 따라 무급휴직자 복직을 거부한 사측은 법적으로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이에 대해 김상은 변호사는 “사측은 생산 물량이 적어 복직이 어렵다고 주장해왔고, 무급휴직자는 약속을 이행하거나 언제까지 무급으로 휴직할 수 없으니 전체 임금, 혹은 최소 근로기준법상 평균임금의 70%를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사측은 무급휴직자를 2014년 말에 복직시키겠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지만 3월 1일 복직시키기로 기업노조와 합의했다”고 강조하며 “복직은 복직이고, 소송은 소송임에도 불구하고 사측은 1월 31일까지 소송 취하 확약서를 내라고 강요했고, 취하하지 않으면 복직이 어려울 수 있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사측과 기업노조가 3월 1일자로 복직시킨다고 합의하며 ‘복직의 조건을 논의한다’고 단서조항을 달았는데, 사측이 이를 들고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무급휴직자 K씨는 설명회에 대해 “경영 상황에 대한 설명도 했지만 대부분 시간을 확약서를 쓰라고 강요했으며, 임금 청구 소송을 취하하면 복직 가능성이 있다고 압박했다. 위로금으로 500여만 원 준다고 얘기되는 것 같다”며 “참가자들이 ‘설명회면 설명이나 하지 왜 확약서를 받냐’고 항의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K씨는 “언론에서는 무급휴직자가 전원 복직되는 줄 알고 있지만 그게 아니다. 결국 확약서 쓰라는 것인데, 기분 더럽다”며 “확약서를 받아 1차 판결인 2월 15일 전에 법정에 제출해 임금 청구 소송을 무력화시키고, 임금 지급을 피하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관계자는 “확약서를 써야 복직시키겠다는 건데, 결국 국정조사로 귀결된다”며 “사회적으로 국정조사 요구가 빗발치자 갑자기 무급휴직자 복직을 들고 나와 물타기하려고 했던 얄팍한 꼼수가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고 주장했다.



사측의 이번 확약서 요구와 설명회는 또 무급휴직자간, 공장 안팎 노동자간의 갈등을 일으킬 수 있어 우려스럽다. K씨는 “임금 청구 소송을 한 무급휴직자와 그렇지 않은 무급휴직자 간의 갈등을 일으킬 수 있고, 임금 청구 소송을 한 무급휴직자는 개별 종용해 확약서를 강요할 것이다”며 “2009년 정리해고 당시 사측 관리자들이 집까지 찾아가 희망퇴직을 종용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고 전했다.

K씨는 “사측이 설명회에서 무급휴직자를 복직시키면 1달 안팎으로 교육을 시키겠다고 했다”며 “무급휴직자를 관리하고 탄압하겠다는 의도가 짙다”고 설명했다. 또 K씨 “사측이 무급휴직자 복직에 따라 발생하는 제반 문제와 체계에 대해서 안을 마련해놓은 것 같지 않다”고 우려했다.

이창근 쌍용차지부 기획실장은 “무급휴직자 전원 복직이란 언론 보도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사측이 다시 무급노동자들의 코뚜레를 꿰려 들고 있다”며 “이번 조치는 무급휴직자의 영혼까지 빼앗고 전원 복직이 치졸한 정치적 쇼였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고 항의했다.

한편 쌍용차지부는 1년이 지난 만큼 8.6 노사대타협에 따라 무급휴직자를 순차적으로 복직을 시켜야 한다고 했지만 회사는 2교대가 가능한 물량이 확보돼야 복직시킬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해 3년 5개월 동안 단 한 명의 노동자도 공장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또 쌍용차의 생산 판매 대수가 지난해 12만대까지 올라가 구조조정 전인 2006년 11만대였던 것과 비슷한 수준이 됐지만 사측은 무급휴직자들의 복직을 외면했다. 쌍용차 노동자들은 2009년 77일 동안의 공장 점거 농성 뒤 461명 무급휴직, 159명 정리해고가 됐다. 44명은 정리해고 반대 투쟁 과정에서 징계해고를 당했다. 공민재 기자 selfconso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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