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초부터 지지율 하락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인수위가 논란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군림하지 않는 인수위’를 캐치 프레이즈로 내걸었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소속 위원들의 부적절한 처신이 연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교육과학분과 인수위원인 장순흥 카이스트 교수는 소관 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 산하 기관 차량을 이용해 논란이 됐다. 인수위 등에 따르면 장 위원은 인수위에 근무하면서 외부 행사 등을 위해 이동할 때 위원회 산하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관계자인 김모 실장 차량을 여러 번 이용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박 당선인의 연이은 인선 실패에 이런 일들이 계속 발생한다면 취임 초부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수위 주변이 심상치 않다.
정부조직개편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은 원안위 산하 기관 소속된 차량을 장 위원이 이용한 것은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얘기다.

장 위원은 “김 실장이 내 제자여서, 교육과학분과가 있는 창성동 정부청사 별관에서 인수위까지 가끔 태워줬을 뿐”이라며 “조직개편 등 업무와는 전혀 상관없다”고 해명했다.

인수위원의 자질 시비는 출범 직후부터 계속 이어져 오고 있다. 홍기택 경제1분과 인수위원은 NH농협금융지주 사외이사를 겸직하고 있는 사실이 드러나 인수위원 임명 3일 만에 이사직을 사임했다.

‘불통-안일 대처’에 불만 고조

경기 하남 지역구 국회의원인 이현재 경제2분과 간사는 부처 업무보고가 한창이던 지난 1월 중순 “국토해양부, 지식경제부,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과 협의한 결과 하남 열병합발전소를 현 위치에서 이전하고 이전 부지는 관계 기관 협의를 거쳐 결정하기로 했다”고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인수위원 지위를 이용해 지역구 민원을 해결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광주상공회의소 회장으로 광주은행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박흥석 경제1분과 인수위원도 기획재정부 업무 보고 자리에서 우리금융 민영화와 관련해 광주은행을 분리 매각해야 한다는 취지의 지역 민원성 발언을 했다.

이혜진 법질서사회안전분과 간사는 세종시 이전 계획이 없는 행정안전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아직 세종시로 안 가셨죠”라고 말해 구설수에 올랐다. 인수위원은 아니지만 인수위 청년특별위원회 하지원, 윤상규 위원도 위법 전력이 드러나 부적절한 인선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때문에 정치권에선 “정권 출범 전 지지율이 하락하는 경우는 드문데, 인수위가 너무 안이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볼멘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현안엔 ‘자물쇠 모드’

출범 한달을 넘겼지만 인수위는 여전히 ‘불통-무책임’ 논란에 휩싸여 있다. 가장 중요한 사안 중 하나인 국무총리 인선에 대해서도 우여곡절 속에 오락가락 대응으로 일관하기 일쑤다.

‘박근혜 인수위’는 시끌법석했던 5년 전 이명박 정부 인수위와 비교해 ‘있는 듯 없는 듯’ 하지만 정도가 너무 심하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인수위는 지난달 4일 9개 분과 간사와 인수위원 등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그 동안 경제분과 회의와 현장방문, 정부 조직개편안 처리를 위한 국회 대응 등으로 일정을 소화했지만, 안팎의 관심이 쏠린 국무총리와 비서실장 등의 인선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총리후보자 자진 사퇴에 이어 정부 조직개편안 충돌 등 이슈가 불거지고 있지만 인수위는 향후 일정과 입장을 쉬쉬하는 분위기였다.

진영 인수위 부위원장은 ‘통상교섭권 이전’과 관련해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의 발언에 반박하면서도 ‘당3역’인 정책위의장의 입장에서 전하는 말이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각종 인수위 현안을 묻는 질문에 “확정되지 않은 사실을 말하면 국민이 혼란스러워한다”, “인수위는 이름 그대로 정권 인수 업무에 충실할 뿐”이라고 답변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인수위가 논란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인수위 안팎에서는 총리후보자 등 내각 인선이 계속 늦어지는 것에 대한 우려가 크다. 특히 여야가 바뀌는 정권교체도 아닌데 박 당선인이 청와대를 제대로 활용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신중을 거듭해도 박 당선인의 ‘나홀로’ 인사 스타일은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당초 적극적으로 정책을 조율하고 내각 임명제청권을 행사할 수 있는 인사가 새 정부 초대 책임총리로 지명될 것이라고 예상됐지만, 박 당선인이 선택한 인물은 조언자에 가까운 김용준 인수위원장이었고 결과는 ‘대실패’였다.

여권 관계자는 “적절한 시점에 당선인이 외부에 모습도 비추고, 새 정부 정책에 대해 국민에게 설명하는 시간도 가져야 한다”면서 “정권이 출범하기도 전에 국정운영의 동력을 상실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취임 초부터 ‘갈지자 행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박 당선인이 설 연휴를 전후해 어떤 돌파구를 찾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오진석 기자 ojst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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