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원전 비리 전면 재수사 결정

청와대가 원전 가동중단 사태와 관련해 검찰 등 사법기관을 총동원해 원전 부품비리를 전면 재수사하기로 31일 결정했다. 특히 정부는 최근 원전 가동 중단 사태의 직접 원인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원전 비리가 만연해 있다는 사실을 포착하고 비리 커넥션 의혹을 철저히 파헤치기로 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들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번에 원자력위원회가 문제의 위조 케이블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지난해에도 비리에 연루된 부품 수 백개가 적발됐던 사실을 파악했다"며 "지금 나온 의혹 외에 더 심각한 상황일 수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부품 하나 때문에 원전 가동이 중단됐는데 비리에 연루된 부품이 이렇게 많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충격이 컸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검찰에서 진행하고 있는 원전 비리 수사와 별도로 원자력안전위를 중심으로 한 정부 자체 조사와 감사원 감사를 실시하는 한편 원전 안전에 대한 근본대책도 수립한다는 방침이다.

정홍원 국무총리도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원전의 안전과 직결된 주요 부품의 시험성적을 위조해 납품한 것은 천인공노할 중대한 범죄"라며 원전 비리에 대한 엄단 방침을 밝혔다. 정 총리는 이어 "원자력 발전과 관련된 모든 비리에 대해 철저한 수사와 감사를 통해 원인과 책임소재를 명확히 규명하라"고 지시했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도 원전 비리 척결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밝혔다. 박 대통령은 28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원전 사고에 대한 확실한 원인 규명과 그에 따른 책임소재를 분명하고 투명하게 밝히고 적합한 조치를 취함으로써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 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신고리ㆍ신월성 원전 부품 시험성적서 위조 사건을 수사 중인 부산지검 동부지청 원전비리 수사단(단장 김기동 지청장)은 제어케이블 제조업체인 JS전선의 전 대표 H씨, 부품 성능 검증업체인 새한티이피의 대표 O씨, 시험성적서를 위조한 M씨를 출국금지시켰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JS전선 본사 등 4곳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자료에 대한 분석 작업을 벌이고 있다.





한편 국내 원자력발전소의 이용률이 1991년 이후 20여년 만에 처음 80% 이하로 추락했다. 2000년대 90%가 넘었던 원전 이용률은 고장이 잦았던 지난해 82%로 하락한 데 이어 올해 들어 79%로 떨어졌다.

2일 한국수력원자력과 원자력통계기관 뉴클레오닉스에 따르면 전국에 있는 원전 23기의 올해 1∼4월 발전량은 4785만8000㎿h로 이용률은 79.16%를 기록했다. 1978년 고리 1호기가 최초로 상업운전을 시작한 이래 원전 이용률이 80% 밑으로 떨어진 것은 1991년 이후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원자력백서에 따르면 원전 기수가 적었던 1990년 이전에는 원전 이용률이 대부분 80% 이하였으나 1991년 이후에는 줄곧 80% 이상을 유지했다. 최근 집계된 전 세계 원전의 평균 이용률은 78.95%(2011년 상반기)로 국내 원전 이용률과 근접했다. 현재 31개국에 총 437기의 원전이 운영 중이다. 국내 원전 이용률은 2001년 93.2%, 2002년 92.7%, 2003년 94.2%, 2004년 91.4%, 2005년 95.5%로 정점을 찍었으며 2006년 92.3%, 2007년 90.3%, 2008년 93.4%, 2009년 91.7%, 2010년 91.2%, 2011년 90.7%로 2006년 이후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는 4월까지 79.16%를 기록해 3.01% 포인트 떨어졌다. 시험성적서 위조 파문에 따라 원전 3기의 추가 가동정지, 또는 재가동 연기로 이용률이 더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원전 평균 이용률은 2001년 78.9%로 국내 원전 이용률(93.2%)보다 14.3% 포인트나 낮았고 2005년에는 16.2% 포인트나 낮았으나, 최근 국내 원전 이용률이 수직 하락하면서 차이를 급격히 좁혔다. 공민재 기자 selfconso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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