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열린 ‘출구’



한가위 정국을 통해 경색된 정치권도 웃을 수 있을까. 일단 돌파구는 마련됐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 민주당 김한길 대표간의 ‘3자 회담’이 연휴를 앞둔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을 주장하며 장외투쟁을 벌인지 47일만에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직접 대화에 나선 것이다. 한가위 정국 이후를 예상해 봤다.






마침내 ‘만남’이 성사됐다.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으로 여야간 치열하게 이어져 온 대치상황은 청와대와 정치권 모두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 돼 왔다. 3자 회담은 여야간 대치와 국회 파행으로 얼룩졌던 정국이 정상화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13일 오전 “어제 청와대가 제안한 대통령과 여야 대표의 3자회담에 응하겠다”며 “국정원 개혁 등 민주주의 회복에 대한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가 담보되는 회담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제까지의 관례를 벗어나서 이번 3자회담에 대한 사전협의가 필요없다는게 대통령의 입장이라면 그것도 그대로 받아들이겠다”며 “역사의 전진을 위해서라면 망설일 이유가 없다는 것이 제 소신”이라고 말했다.

“배수진 치고 임할 것”

민주당의 회담 제의 수용에 청와대와 새누리당도 오랜만에 환영의 목소리를 내놓았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청와대의 공식입장에 대해 “잘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유일호 대변인도 “정쟁을 멈추고 민생에 집중하겠다는 서로의 의지가 회담성사라는 결과로 나타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유 대변인은 “청와대가 3자회담을 통해 국정전반의 모든 문제와 현안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해서 국민과 정치권이 가지고 있는 의구심을 털어내겠다고 한 만큼 민주당이 이번 회담에서 그동안 청와대에 하고 싶은 말, 주문하고 싶은 말 모두 기탄없이 건의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3자회담을 놓고 마냥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 의제를 놓고 저마다의 입장이 현격히 다르기 때문이다. 회담이 자칫 성과없이 마무리되면 또 다른 ‘갈등’의 시발점이 될 우려도 없지 않다.

민주당은 3자회담에서 국정원 개혁 등 민주주의 회복에 대한 내용이 다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청와대 ‘보따리’는?

이와 관련 김 대표는 “반복되는 국가정보기관의 정치개입 악습에 대한 분명한 인적 제도적 청산이 있어야 한다”며 “이번 회담을 통해 박 대통령이 독재정권의 낡은 유재와 악습에서 벗어나 진정한 민주주의자로 국민통합주의자로 다시 태어나시길 바란다”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추석 전에 국회가 정상화 되기를 바란다”면서 “국민들의 걱정을 덜어줄 수 있느냐 여부는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 태도에 달렸다”고 공을 넘겼다.

청와대는 일단 언급을 자제하는 분위기지만 회담 자리에서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초미의 관심사다. 새누리당은 국정원 개혁 문제를 포함한 민생 현안을 회담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청와대의 제안과 민주당의 수용 모두 환영한다”면서도 “국정 전반에 걸친 모든 의제를 논의하는 생산적인 회담이 돼야 한다. 국정원 개혁 문제를 포함해 모든 민생현안을 폭넓게 얘기하는 것은 너무 당연하며 국민 입장에서 반드시 그렇게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어렵게 자리는 마련했지만 한가위 정국의 향방은 아직 미지수다. 민주당은 여전히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고 있고 여당은 ‘역지사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민병두 전략본부장은 이번 회담에 임하는 자세에 대해 ‘배수진’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번 회담은 박 대통령이 정치를 하느냐, 통치를 하느냐에 있어 중요한 시금석이다. 야당도 배수진을 치고 임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는 “국정원이 정치에 관여하고 국정원 국정조사에서 새누리당이 보여준 태도는 헌법과 민주주의에 대한 상당한 훼손이기 때문에 국정최고책임자로서 대통령의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 그것이 민주주의로 가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회담은 지난 8월 3일 김 대표가 박 대통령과의 양자 회담을 제안한 지 45일, 지난 6월 20일 국가정보원의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담록 발췌본 공개를 계기로 여야가 격하게 대립한 지 89일 만에 열리는 자리다.

박 대통령은 국정운영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고, 민주당도 노숙투쟁을 접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한 박 대통령의 사과 여부와 국정원 개혁 방안이라는 ‘보따리’가 나올지가 관심사다.

박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던 ‘비정상적 관행의 정상화’ 여부가 한가위 정국의 기상도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오진석 기자 ojst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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