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신영의 이런 얘기, 저런 삶> 다이어트!




살은 많은 이들의 고민이다. 특히 여자라면, 애초부터 마른 게 고민인 몸으로 태어나지 않는 이상 한번쯤은 살을 붙잡고 ‘이것만 없었으면’ 하는 생각, 한번쯤 다 해봤을 터다.

내 키의 표준체중은 60Kg대다. 너무 깡말라 보이는 게 싫어서 찌우기 시작한 살이 엄마가 장난스럽게 (사실 장난이 아닐지도) 돼지라 놀릴 만큼 쪄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몸무게는 표준체중에 훨씬 미달한다. 하지만 표준체중은 어디까지나 표준체중.

사실 표준체중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여성에게는 ‘뚱뚱’한 체중이다. 분명 체중은 비만, 약간 비만, 표준 체중, 약간 미달, 미달, 이런 식으로 분류되는 것이 보통이라 ‘표준’안에만 든다면 ‘비만’이 아니어야 말이 되는 건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약간 비만이든 진짜 비만이든 ‘비만’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그건 ‘그냥 뚱뚱’의 범주를 벗어난 것으로 치부한다. ‘비범한 뚱뚱’이라는 소리다. 바꿔 말하면, 약간 비만의 타이틀을 달기도 전에 ‘그냥 뚱뚱’쯤은 표중 체중 안에서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내 몸무게는 아무리 오버해줘도 보통이다. 엄마는 내게 모태마름을 물려준 장본인이기에, 아줌마가 된 지금에도 한 번도 넘어보지 못한 몸무게를 내가 이 나이에 돌파한 것에 대한 쇼크로 자꾸만 날 더러 돼지라고 놀리지만 나는 어디 가서 돼지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뚱뚱하진 않다. 내가 스스로 돼지라고 공공연하게 말하고 다니는 것은 진짜 뚱뚱함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민폐급 얄미움일 것이다. 하지만 어쨌거나 난 이제 더 이상 마른 여자는 아니다. 기준에 따라 ‘날씬’이라고 불리는 것에도 약간 위기가 왔다. 나는 모태마름의 위대한 유전을 이겨내고 ‘보통’의 범주에 들었다고 할 수 있겠다. 내 생애 처음으로 ‘미용체중’을 넘었다. 하지만 난 여전히 체중 미달이다. 보통은 사실 표준이 아니라 여기다. ‘미용체중’ 이상, ‘표준’ 미만. 그것도 너무 표준에 가까운 몸무게는 ‘보통’ 타이틀이 아슬아슬하다.

일러스트 정다은 기자

앞에서도 말했지만, 내 표준 체중은 60kg대. 하지만 내 키의 미용몸무게는 그로부터 10Kg이 적은 50Kg대다. 미용체중으로부터 표준체중까지의 10Kg의 영역이 ‘보통’. 여기서의 ‘보통’이라는 말을 현대식으로 풀어보면 결코 ‘이상 없음, 걱정 없음’이 아니다. 그냥 남들과 똑같이 어느 정도 살에 대해 고민하고, ‘다이어트’를 선언해도 철퇴를 맞지 않으며, 그렇다고 ‘뚱뚱’하다고 보일만큼 튀진 않는 정도를 ‘보통’이라 묶는다.

보통의 범위 내에서도 끝과 끝은 거의 10Kg 가까이 차이가 나는 만큼, 보통도 다 같은 보통이 아니다. ‘날씬한 보통’ ‘보통’ ‘쪼끔 통통한 보통’ ‘완연하게 통통한 보통’이 있다. 기준에 따라서 ‘완연하게 통통한 보통’은 ‘뚱뚱’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아주 엄격한 기준이라면 말이다.

여자들이 몸무게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준이 점점 엄격해지고 있다. 내가 볼 때 나는 아직 날씬한데, 이제 슬슬 내게서 ‘날씬’이라는 수식어를 지우는 사람들이 여럿이다. 세상에 점점 마르고 날씬한 여자들이 늘어나는데, 나는 그를 스스로 역행하였으니 딱히 억울한 처사도 아니다. 하지만 내가 볼 땐 내가 아직 날씬한 게 맞는 것 같다. 추석 때 재보니 내 목표 몸무게보다 1Kg 더 나가긴 하더라만 그래도 어쨌거나 목표치 언저리 아닌가.

하지만 하도 ‘왜 이렇게 살쪘냐’는 말을 많이 들으니 조금은 스트레스더라. 목표 몸무게를 2kg 하향하여 ‘미용 체중’ 커트라인에 맞추기로 했다. 내가 살을 빼겠다는 것도 아니고, 살을 찌우겠다는 선언을 했을 때도 배가 불렀다며 불공평한 세상에 성을 내는 친구들이 몇 있었는데, 내 다이어트 선언에는 아무도 화내지 않는다. 비로소 나는 보통이 되었음을 실감한다.

사실 몸무게는 수많은 몸매의 척도중 하나일 뿐이다. 똑같은 60Kg라도, 운동해서 만든 60Kg와 그냥 굶어서 만든 60Kg는 천지차이다. 지방은 근육보다 훨씬 부피가 커서, 같은 무게라도 근육 대신 지방이 붙어있다면 몸집은 훨씬 커진다. 때문에 몸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몸무게가 아니라 ‘운동으로 다져진 몸’인가 아닌가 하는 게 더 맞을 거다.

그냥 거울을 보고, 그 모습이 뚱뚱하지 않다면 몸무게가 어찌되었든 뚱뚱한 게 아니다. 그렇게 따지면 체중이 전혀 의미 없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근육량 때문에 체중이 많이 나가는 것은 웬만큼 운동하지 않고서는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체중이 많이 나가면 뚱뚱한 게 맞다.

내가 운동도 잘 하지 않는 사람인데 체중이 많이 나간다면 체중 표에 있는 대로 체중을 감량하는 것이 좋다. 식이요법과 운동을 적절히 병행해서, 건강하게 살을 빼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대부분의 여자들은 보통 식이요법에 의존한다. ‘다이어트’를 떠올릴 때 바로 생각나는 이미지가 고픈 배를 부여잡고 오만가지 음식들의 유혹을 참는 고행의 수련 아닌가. 내가 생각해도 굶는 건 운동보다 빠르고, 운동보다 쉬우면서, 운동보다 덜 귀찮다. 운동은 너무 힘들고, 귀찮고, 땀이 나고, 혹시 울퉁불퉁 근육이 생길까봐 무섭기도 하고, 해서 생각만으로도 인상이 구겨진다.

그렇지만 몸매를 위해서 다이어트를 하는 거라면, 운동을 하는 게 맞다. 예쁜 몸매는 운동을 해야 가능하다. 무작정 굶어서 빼는 건 위험하기도 하거니와 요요가 올 확률도 크고, 결정적으로 그렇게 만든 몸매는 탄력이 없어 별로 예쁘질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자들이 식이요법만으로 다이어트를 하는 데는 단지 운동이 싫다는 이유만 있는 것이 아니다. 현재 미용체중은 표준체중보다 10Kg 적다. 고기가 16근하고도 반근을 넘게 더 얹어야 10Kg이다. 그 만큼을 ‘표준’에서 빼내야 ‘미용 체중’이다. 무섭게 말라야한다.

당장 내일 시험을 앞두고 벼락치기를 시작한 사람이 수백페이지 기본서로 기초부터 차근차근 공부하는 거 봤는가? 벼락치기는 벼락치기답게 요약본에 의지하든, 나올 것 같은 몇 개만 찍어서 달달 외우든 요령과 운에 의지한다. 정석대로 차근차근 해낼 시간도 여유도 없는 거다. 여자들의 다이어트도 다르지 않다.

내 목표가 3Kg감량이다. 적어보여도 고기 근수로 5근이다. 혼자 5근 먹어봤는가? 아니 1근은 먹을 수 있는가? 난 혼자 5근을 몸에서 없애야 한다. 쉬운 일은 아니다. 나라고 이걸 오래오래 끌고 싶겠는가. 나름대로 스트레스를 받아서 시작한 다이어트다. 빨리 벗어나고 싶은 게 당연하다. 하지만 나는 내년 여름까지 은근~하게 3Kg를 뺄 생각이다. 아무리 5근이라도, 어쨌거나 고작 3Kg니까. 빡센 다이어터들은 한 두 달 만에 너끈히 그만큼을 뺀다. 하지만 보통 다이어트는 목표치가 3Kg 정도로 끝나지 않는다. 게다가 빨리 감량해야하는 절박한 이유도 한 둘씩 있다. 올여름에 있을 휴가 때문이라든지, 촬영이 있다든지, 방학이 끝나기 전에 변신하고 싶다든지, 하다못해 하루 빨리 돼지라는 소리를 안 듣고 싶다든지.
가장 빠른 방법이 굶는 것이다. 운동과 함께 식이요법을 병행하는 것이 정석이긴 하지만, 단지 하루빨리 말라지고 싶다면, 운동이니 건강이니 챙길 여유가 별로 없다. 굶다보면 기운도 없어 더더욱 운동이 힘들다. 아직 몸의 밸런스, 건강 같은 건 배부른 소리처럼 느껴진다. 가장 급한 일은 당장 몸에 붙은 지방덩어리들부터 어떻게 좀 없애보는 거다. 어쩌면 식이요법에 치우친 다이어트라도, 다른 의학의 도움을 받는 것보다는 스스로 해보겠다는 의지가 투철한 편일지도 모르겠다. 카복시 같은 시술도, 지방흡입 같은 수술보다는 양호한 편이다.

얼마 전에 지방흡입수술에 대한 광고를 봤다. 기분이 더러워지는 광고였다. 지방흡입은 위험한 수술이다. 뱃살을 쥐고 ‘아 이거 똑 떼서 버렸으면 좋겠다’ 하는 그런 귀여운 푸념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런데 광고에서는 생각을 바꿔보라더라. 다이어트를 해보고 실패한 후에 지방흡입을 생각하지 말고, 지방흡입수술을 일단 하고 다이어트를 하라고. 순서를 바꾸면 행복해요. 뭐 이런 뉘앙스의 광고였다. 나는 그걸 보는 순간 이게 무슨 미친 소린가 싶었다.

살은 충분히 스스로 뺄 수 있다. 아마 세상 모든 여자들이 나처럼 3Kg만 감량하면 끝이라고 생각했다면, 아무도 위험하고 비용도 많이 드는 이런 광고에 솔깃하지 않았으리라. 하지만 세상은 마르고 마른 여자를 바란다. ‘보통’인 여자도 세상이 바라는 예쁜 몸무게가 되려면 10Kg를 빼야한다. 그 이상이 되면 마치 그런 권리라도 있다는 듯이 당당하게 비난을 한다. 그런 취급을 받는 입장에서는 조급할 수밖에 없다. 빨리 ‘뚱뚱’에서 벗어나고 싶은데 빼야하는 몸무게는 10Kg, 20Kg가 된다. 이게 당장 내일이 시험인 학생과 다를 게 뭔가. 그 마음을 알고 있으니까, 그런 광고를 걸었을 것이다. 그를 이용하면 장사가 될 테니까.

TV에 나갈 생각이 없는 보통 사람이라면, 본인이 연예인들처럼 말라야 한다는 압박은 내려놓아도 괜찮다. 당장 다음 여름까진 마른 여자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도 내려놓자. 맞다. 나도 안다. 세상은 점점 더 마른 여자를 정상처럼 여기고 있다. 손바닥만 한 핫팬츠가 유행하는 게 울컥하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조금 더 여유를 갖자. 조금씩 더 예뻐지면 된다. 미처 목표한 미용체중이 되기도 전에, 정말 만족할 만큼 예쁜 내 모습을 거울 속에서 발견할 수 있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급하게 생각하지 말자. 사실 당신은 지금도 충분히 예쁘다. 내일, 조금 더 예뻐지는 노력만으로 충분하다. 건강하고 예쁜 우리가 되길!




psy5432@nate.com <박신영님은 경희대 학생입니다. `위클리서울` 대학생 기자로 멋진 활약을 펼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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