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원전 확대 전면 수정

지난 정부에서 수립된 원자력 발전소 증설과 공급 확대 중심의 에너지 정책이 전면 수정된다. 원전 비중을 20% 선에서 관리하고 에너지원 세제 개편과 수요관리를 통해 전기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것이다.

국가에너지기본계획 민관워킹그룹(위원장 김창섭 가천대 교수)은 11일 정부과천청사에서 브리핑을 하고 이러한 내용을 뼈대로 한 `제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2013∼2035년)`의 초안을 마련해 정부에 권고했다고 밝혔다.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은 20년을 계획기간으로 5년마다 수립·시행하는 국가 최상위 에너지 계획이다. 워킹그룹은 우선 2035년 원전 비중(설비용량 기준)을 제1차 계획(2008∼2030년)에서 목표한 41%보다 훨씬 낮은 22∼29% 범위에서 결정하도록 권고했다.

현재 전체 발전원 가운데 원전 비중이 26.4%(석탄 31%, LNG 28%)인 점을 고려하면 2035년까지 현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이는 지난 정부가 내세운 원전 확대 정책을 전면 수정하는 것으로, 우리나라 첫 원전인 고리원전 1호기가 1978년 준공된 이래 35년간 공급 확대 일변도였던 원전 정책에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원전 정책 수정은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와 잦은 고장 등으로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국민적 수용도가 그만큼 낮아졌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김창섭 위원장은 "이번 초안은 원전 비중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한 것이며 노후 원전 폐쇄 또는 이미 계획된 원전 건설 여부 등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향후 수립될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담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워킹그룹은 또 과도한 전기 의존도를 낮추고자 전기요금은 인상하고 유류·액화천연가스(LNG) 등 비(非)전기 가격은 내리는 방식의 에너지 상대 가격 조정을 권고했다.

이와 관련 전기 대체재 성격이 강한 LNG와 서민 연료인 등유에 대한 세제를 완화하고 환경오염 우려가 큰 발전용 유연탄은 과세를 신설해 활용도를 낮추도록 한 세제 개편안을 제안했다.






아울러 2035년에는 적극적인 수요관리를 통해 전력수요의 15% 이상을 감축하는 한편 전체 발전량의 15%를 자가용 발전설비·집단 에너지 등 분산형 전원으로 충당하겠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밀양 송전탑 건설을 둘러싼 갈등에서 보듯 장거리 송전방식이 더는 유효하지 않다고 보고 전력 수요처와 발전소 간 거리를 최소화하도록 권고했다. 다만 송전설비 건설이 불가피할 경우 발전소 부지 선정에 앞서 실현 가능한 송전계획을 우선 검토하도록 했다.

워킹그룹은 이밖에 신재생에너지 보급 목표와 자원개발률에서는 1차 계획 수준인 11%와 40% 수준을 유지하는 쪽으로 기본 틀을 잡았다. 김 위원장은 "1차 계획이 경제성·공급안정성을 중심으로 수립됐다면 2차 계획에서는 여기에 더해 수용성·안전성·환경 등이 균형 있게 반영되도록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번 초안에서 제시된 정책의 방향성을 그대로 반영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최종안도 초안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이를 토대로 10∼11월 두차례 공청회를 열어 전문가와 일반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12월 최종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공민재 기자 selfconso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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