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지방선거 위기설



‘혹시나’ 했지만 결과는 ‘역시나’ 였다. 민주당은 지난 10월 30일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두 곳에서 모두 패했다. 더구나 새누리당 후보와의 격차가 당초 예상을 훨씬 넘어서는 것이어서 충격의 여파가 적지 않다. 더구나 경기 화성갑은 예상했던 10~15% 차이의 두 배를 넘어서는 ‘대패’였다. 당 안팎에선 이대로라면 내년 지방선거와 차기 대선도 어두울 것이라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번 선거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인다. 더 낮은 자세로 국민의 뜻을 받아들이는 민주당으로 거듭나겠다.”

선거 이후 민주당 대변인의 서면 브리핑은 간단했다. 애초부터 기대가 크지 않았지만 ‘참담한 패배’에 별로 할 말이 없는 듯 했다. 이번 재보선은 처음부터 민주당에게 유리하지 않은 선거였다는 게 중론이다.

경기 화성갑과 경북 포항남?울릉 두 곳 모두 여당의 텃밭인데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 특별한 민심의 변화도 감지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길 잃은 ‘제1야당’

이번 재보선은 시기적으로 박근혜 정부에 대한 중간 심판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민주당은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과 민생실패를 고리로 정권심판론을 내걸었지만 선거구 특성상 후보들의 당락 여부로 정권심판론의 성패를 단정할 수 없다는 게 민주당 내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런 맥락에서 민주당은 두 선거구에서 모두 큰 격차로 패배했지만 지도부가 받을 타격은 크지 않다고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다.
그럼에도 화성갑에서 후보간 표 차이가 이전보다 현격히 벌어진 것은 충격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동안 원내외 병행투쟁으로 대여 공세를 이어온 김한길 체제의 투쟁 동력이 다소 떨어지거나 대여 강경투쟁론을 주장해 왔던 친노진영 입지도 축소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번 선거 결과로 인해 민주당의 투쟁 강도나 방식이 변화할 것으로 보는 이는 별로 많지 않다.
당 관계자는 “당초 여당 강세지역이고 후보간 인지도 격차가 컸기 때문에 패배했다고 해서 대여 투쟁 노선에 큰 변화가 있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가정보원과 군 사이버사령부, 국가보훈처 등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이 거듭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현 정권 심판이란 구호가 효과를 낼 수도 있었으나 그 보다는 여권에 유리한 선거구 특성, 후보의 중량감 격차 등이 더욱 압도적으로 작용했다는 얘기다.

화성갑의 경우 친박진영 원로인 서청원 후보가 출격함으로써 이 지역 지역위원장 출신인 오일용 민주당 후보의 지명도를 앞섰다. 민주당은 독일유학 후 9월 말 귀국한 손학규 민주당 상임고문의 전략공천을 추진했지만 결국 불발로 끝났다.

당 안팎 ‘결단 촉구’

하지만 당내에선 수도권 득표력에 이상 징후가 포착된 만큼 내년 지방선거를 위해서라도 ‘결단’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화성갑 득표율은 40%에도 못 미치는 29.2% 였다. 지난 4월 가평군수 선거에선 9%를 득표했다. 민주당은 전통적으로 수도권에서 선전하면서 영남에서의 열세를 만회해 왔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와 지난해 총선에서도 서울과 경기, 인천에서 새누리당을 압도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수도권 기초단체장 선거 66곳 가운데 46곳에서 당선자를 냈다. 이번에 재보선이 치러진 화성시도 민주당이 시장선거에서 승리했던 곳이다.

이처럼 전통적으로 민주당이 강세를 보였던 수도권 표심이 지난 대선을 거치면서 이상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대선에서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서울에서 51.4%를 얻어 박근혜 후보를 앞섰지만 경기(49.2%)와 인천(48.0%)에서 박 후보에 뒤졌다.

그나마 민주당이 가평과 화성갑의 참담한 선거결과에 위안을 삼을 수 있는 것은 이들 지역이 농촌지역이고 전통적으로 여권 성향이 강하다는 점이다. 하지만 지금의 추세라면 서울과 경기도 도시지역도 민심이반 현상이 확산돼 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여기에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독자적인 행보에 시동을 걸고 있어 내년 지방선거는 수도권이 야권에게 ‘지뢰밭’이 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 ‘패배에 익숙’해지고 있는 당의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민주당이 지난 10년간 승리한 선거는 2004년 17대 총선과 2010년 6월 지방선거 정도다.

민주당이 이처럼 침체된 것은 유권자의 정서와 요구를 잘못 짚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부산에서 3선을 한 조경태 최고위원은 “민주당이 1년 전이나 지금이나 전혀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며 “자신의 과오에 대한 반성 없이 외부요인만 탓하는 방식으로는 국민들의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연이은 패배에 방향을 잃은 민주당이 탈출구를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오진석 기자 ojst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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