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노조, 54일만에 최종범 열사 ‘장례 합의’

전국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와 경총이 최종범 열사 장례를 치르기로 합의하면서 노조가 21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교섭보고 집회를 여는 한편 향후 투쟁을 계획을 밝혔다. 노조는 오는 24일 최종범 열사의 장례를 치른다고 확정했다. 열사가 사망한 지 54일 만에 치러지는 장례다.

노조와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경총과의 합의 내용과 관련 “대체로 아쉽지만 노조 조합원의 단결된 힘으로 삼성을 상대로 한 작은 승리”라고 평했다. 그러면서 “최종범 열사의 꿈을 위한 투쟁을 이제 시작”이라며 “향후 삼성전자서비스에 맞서 강력한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금속노조는 삼성전자서비스 본사를 상대로 임금 및 단체협상 교섭 중이라 최종범 열사의 장례가 치러지더라도 향후 노사 갈등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국 각 지역 센터는 협력사 측과 노사 교섭 중이다.

하지만 삼성전자자서비스 본사 및 협력사 측이 노사 교섭에 나오지 않는 등 파행이 거듭되면서 먼저 부산양산쪽 지역 센터를 중심으로 지방노동위원회 쟁의조정 절차를 거치고 있다. 부산양산쪽 6개 센터가 28일 쟁의행위 찬반투표에 돌입하며, 연이어 전국 각 센터에서 쟁의행위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위영일 삼성전자서비스지회장 및 임원은 21일 조합원과 전국 AS기사들에게 담화문을 내고 향후 삼성전자서비스 본사를 상대로 한 투쟁을 예고했다. 지회는 담화문에서 “삼성전자서비스지회와 사측이 개선 요구 내용에 대해 공식적인 합의안이 도출된 것은 이것이 처음”이라며 “이 개선안(협상 타결 내용)은 본사 방침 속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이제 우리는 당당하게 자신감 갖고 임금 및 단체협상안 투쟁에 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이 개선은 우리의 출발일 뿐이며, 최종범 열사의 꿈을 잇는 전쟁의 서막일 뿐”이라며 “이제 모두의 꿈이 된 그 꿈, 삼성에서 민주노조 깃발 꽂고 인간답게 살겠다는 그 꿈을 힘차게 쟁취해나가자”고 강조했다.

합의 내용에 대해 지회는 “이번 협상안 사인은 삼성전자서비스지회와 교섭 중인 경총 교섭대표가 한 것이다. 삼성전자서비스 본사가 직접 사인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부족함이 있다”며 “그러나 개선안을 내놓는 과정에서 협의하고 유족에 대해 보상한 실질적인 주체가 삼성전자서비스 본사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고 밝혔다.

노조와 경총은 20일 밤 ▲노동조합 활동 보장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의 생활 임금을 보장하고, 업무 차량 리스와 더불어 유류비 실비 지급 ▲건당 수수료 및 월급제에 관해서 임단협에서 성실하게 논의 ▲노조 측에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으며 향후 불이익 금지 ▲유족 보상 ▲이제근 천안센터장의 귀책 사항 재계약 반영 등으로 합의한 바 있다.




집회에서 전규석 금속노조 위원장은 “노조와 지회는 경총과의 합의안에 대해 만족할 수 없다. 그러나 현실적인 판단을 고려해 합의하기로 결정했다”며 “지금 우리가 삼성전자 본사 앞을 떠나지만 조만간 이 자리로 돌아올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종범열사대책위 집행위원장 남문우 노조 수석부위원장은 “노조와 지회, 유족이 논의해 경총과 합의하기로 하면서 본격적인 2차 투쟁 방침을 정했다”며 “노조와 각계각층에서 삼성의 노조 탄압을 상대로 한 싸움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종범 열사의 부인 이미희 씨는 “최종 합의했지만 삼성을 상대로 한 투쟁이 계속될 것이다”며 “끝까지 함께 투쟁한 사람들에게 감사하다”고 했다. 열사의 둘째 형 최종호 씨는 “아쉬움이 남는 합의지만 상성을 상대로 승리해 의미 있다”며 “최종범 열사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향후 더 큰 승리를 얻기 위해 유족이 할 수 있는 일을 해 나갈 것이다”고 밝혔다.

노조는 22일 오전 11시 최종범열사대책위 장례준비 담당자 회의를 열고 24일 장례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과 장지 선택 등을 결정한다. 21일 최종 교섭보고 집회를 열면서 노조와 유가족 등은 18일간의 삼성전자 사옥 앞 노숙농성을 마무리했다.

한편 24일 장례가 치러지는 것과 동시에 오후 7시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최종범 열사 딸아이의 이름을 담은 ‘별이 메리크리스마스’ 행사가 예정대로 진행된다. 노동자, 문화 활동가, 시민 등은 박근혜 정부와 불평등한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각계각층의 분노를 모으는 일명 ‘저항과 연대의 크리스마스’ 행사를 계획했다. 공민재 기자 selfconso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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