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총파업 돌입’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



지난 22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 건물에서 사상 유례 없는 일이 벌어졌다. 경찰 5000여 명이 수배중인 철도노조 지도부 9명을 잡겠다며 마구잡이로 건물에 난입한 것이다. 경찰의 목적지는 민주노총이었다. 그러기 위해선 건물을 함께 쓰는 경향신문사를 거쳐 가야만 했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경찰 통행을 거부한 경향신문사 유리창까지 깨고 민주노총으로 향했다. 경향신문은 이날 업무가 마비되기도 했다. “철도노조 지도부를 잡으러 왔다.” 경향신문사를 짓밟고 그렇게 민주노총으로 난입한 경찰은 철도노조 지도부를 찾겠다며 민주노총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렸다. 철도노조 지도부는 이미 민주노총을 떠나고 없었다.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을 둘러싼 민영화 논란이 이번 사태의 시작이었다. 철도민영화에 반대하며 총파업에 돌입한 철도노조와 정부의 극한 대립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공권력이 민주노총을 습격한 것이다. 정부의 무리한 공권력 집행이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



공권력이 노조 본부를 덮친 건 최초다. 1995년 민주노총 설립 이후 첫 강제진압이었다. 이번 사태로 노동계와 시민사회는 충격에 빠졌다. 박근혜 정부를 향한 반발은 극에 달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28일 총파업에 돌입했다. ‘정권 퇴진’ 목소리도 공식화 했다. 노동계와 시민사회가 모두 지지하고 나섰다. 한국노총도 파업에 동참했다.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은 “인적 피해도 물적 피해도 크지만 무엇보다 공권력이 노동 운동의 상징인 민주노총 본부를 침입했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상식 이하의 행태를 보이고 있는 박근혜 정부에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 대통령 자격이 없다. 정권 퇴진 운동에 총력을 다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민주노총 본부에 경찰이 투입되던 그 시각,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과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철도공사가 설립하는 수서발 KTX 자회사에 어떤 민간자본도 참여하지 않는다고 수차례 밝혀 왔다”고 ‘민영화가 아님’을 거듭 강조했다. 최연혜 코레일 사장도 “불법 파업 엄정 대처 하겠다”며 “수서발 KTX법인은 민간회사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정홍원 국무총리도 지난 18일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민영화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신승철 위원장은 “정말 아니라면 대화를 해보자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다. 정부는 지금 노동계와 시민사회, 야당에서 요구하고 있는 ‘철도 민영화 금지 입법화’를 반대하고 있다. 이 무슨 코미디인가”라며 “앞으로 민영화 안하겠다면서, 정작 민영화 금지법에는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법이 굉장히 느슨하게 되어 있다.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민영화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국민들은 바보가 아니다”라고 목청을 높였다. 다음은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공권력 투입, 예상하지 못했나.
▲ 20일 쯤 압수수색 소식을 국회나 언론을 통해 알았다. 설마 했다. 민주노총이라는 상징성이 있지 않나. 아무리 그래도 쳐들어 올 정도로 상식이 없는 정부는 아니라고 봤다. 오판이었다. 지금이 ‘유신시절’이라는 것을 잠시 망각했다.
2000년대 이후 철도노조는 다섯 차례 파업을 했다. 모두 민주노총 내부에 상황실을 구성했다. 하지만 유일하게 박근혜 정부가 쳐들어온 것이다. 노동자들이 90년대처럼 다시 교회나 성당으로 숨어야 할 판이 됐다. 그런데 그곳도 이제 안전하지 않다.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의 아버지처럼 자신도 신이라고 생각할 테니까 말이다. 명동성당도 쳐들어 갈 수 있는 게 박근혜 정부다. 이젠 방법이 없다. 정면 승부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 경찰의 난입을 직접 막기도 했다. 심정이 어땠나.
▲ 90년대가 떠올랐지만, 사실 90년대에도 민주노총 본부를 습격하는 일은 상상조차 못했다. 그러나저러나 기시감이랄까.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온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현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노동계를 압박해왔다. 물론 정부가 일관되게 민주노총의 노사정 참여를 요청해온 측면도 있다. 그러나 민주노총 의견이 정부 정책에 반영될 수 없는 상황이어서 대화에 응하지 않았다. 줄곧 민영화 문제 등을 다뤄야 한다고 입장을 밝혀왔다. 하지만 귀를 막고 있는데 무슨 대화를 하나.

- 총파업에 돌입한 상황이다. 앞으로도 이런 기조를 이어갈 계획인가.
▲ 금속노조, 공공운수노조, 서비스노조, 공무원노조, 정보경제연맹, 비정규직노조 등 산별 노조가 참가했다. 철도민영화를 반대하는 연대투쟁에 참가할 계획이다. 사회보험노조가 조합원 1인당 투쟁기금 1만원을 모금하는 것과 화물연대가 대체운송을 거부한 것처럼 각 산별노조연맹이 조합 상황에 맞는 투쟁 계획을 세우고 있다. 책임자 처벌과 재발 방지 약속 등 정부가 책임 있는 행동을 보여야 한다. 정부 대응에 변화가 없으면 투쟁이 장기화될 수 있다. 그리고 철도민영화 문제가 풀릴 때까지 파업 기조는 계속될 것이다.

- ‘정권 퇴진’ 입장도 공식화 했다.
▲ 민주노총은 그동안 국정원 대선 개입 문제 등을 끊임없이 비판해왔다. 국정원 사태 뿐만 아니라 전교조 법외노조화, 통진당 해산청구 문제, 공무원노조 압수수색 문제 등에도 관여해왔다. 이때부터 내부적으로 정권 퇴진 투쟁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대중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는 상황에서 ‘정권 퇴진’을 외치는 건 무리라고 봤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결국 올 것이 왔다.
현 정부는 틈만 나면 국민행복과 소통을 얘기했다. 틈만 나면 거짓말을 한 것이다. 공권력과 불통으로 유지되고 있는 정권이다. 민영화라는 게 뻔히 보이는데, 자꾸 아니라고만 한다. 그렇다면 민영화인지 아닌지 국민들이 다 보는 앞에서 대화를 해보자고 하면 거부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가장 피해를 보는 건 조직화 되지 못해 목소리를 못내는 일반 서민이고  노동자들이다. 민주노총만으로 정권 퇴진시킬 수 있는 게 아니다. 그저 촉매 역할을 할 뿐이다. 그것이 노조든 정부든 어떤 권력도 국민을 이기지 못한다. 국민들이 나서야 하고 이제 이들의 목소리를 담아 정권 퇴진 투쟁에 임하겠다.





- 철도노조 사태, 어떻게 풀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 철도노조의 투쟁이 어떤 결과를 내든 지금까지 철도노조는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이상의 역할을 했다. 지도부가 경찰에게 쫓기면서까지 민영화 반대 입장을 확고히 했다. 국민들의 지지와 여론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렇다고 저들에게 민영화를 막을 때까지 싸우라고 요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정부가 대화에 나서야 한다. 정치권이 사회적 논의기구 구성에 나서야 한다. 또 국민들 역시 목소리를 내야 한다.

- 코레일 사장부터 장관, 국민총리, 대통령까지 나서서 민영화가 아니라고 하는데.
▲ 아니면 대화를 해보자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다. 정부는 지금 노동계와 시민사회, 야당에서 요구하고 있는 ‘철도 민영화 금지 입법화’를 반대하고 있다. 이 무슨 코미디인가. 앞으로 민영화 안 하겠다면서, 정작 민영화 금지법에는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법이 굉장히 느슨하게 되어 있다.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민영화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 60% 이상이 철도 민영화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꿔 말하면 적어도 국민의 60% 이상은 지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수서발 KTX 법인을 민영화로 보고 있다는 얘기일 수 있다. 국민들이 바보가 아니다.

- 철도노조 조합원 8000여 명의 직위해제, 민주노총 습격, 정부가 이렇게까지 초강수를 두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노동계의 민영화 반대 움직임의 싹을 자르기 위한 게 아니겠는가. 정부로선 앞으로 민영화 할 게 많다. 철도 뿐 아니라 의료, 가스, 수도 등 민영화 하고 싶은 게 많을 것이다. 그러니 사전에 반대파를 제거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철도민영화가 논란의 중심에 있지만 곧 해외 매각 움직임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11월 박근혜 대통령이 프랑스를 방문했을 때 우려가 현실로 될 수 있겠다 싶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프랑스를 방문했을 당시 한 연설에서 프랑스 기업가들이 크게 박수 친 대목이 있다. 바로 철도 개방에 대한 언급이었다. ‘르몽드’ 등 프랑스 언론들은 ‘정부조달협정이 발효되면 도시철도 분야 진입 장벽도 개선될 수 있다’는 부분이 ‘한국의 철도 해외 개방이라는 선물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 프랑스 기업들이 큰 기대감을 표했다고 보도했다.
철도와 같은 큰 공공산업을 인수하거나 운영하려면 대기업 정도는 돼야 한다. 그것도 불가능하면 결국 해외자본이 철도를 인수해야 한다. 철도민영화가 문제가 되는 것은 이처럼 대기업과 해외자본 배불리기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자칫 외국자본 배불리기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는 국민의 재산인 철도, 가스, 수도 등을 마음대로 팔아선 안 된다. 이것은 국민의 뜻이다.

- 그럼에도 박근혜 대통령은 원칙을 강조했다.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당장 어렵다는 이유로 원칙 없이 적당히 타협하고 넘어간다면 우리 경제 사회의 미래를 기약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는데, 향후 힘든 싸움이 될 것 같다.
▲ 철도노조나 민주노총의 파업을 불법으로 보겠다는 얘기다. 아직 상황 인식이 안 되는가 보다. 지금 정부야말로 불법 정부 아닌가. 박근혜 정부는 불법선거로 당선된 불법 정부다. 정작 국민들이 적당히 타협하고 넘어가주려고 해도 ‘이제는 안 되겠다 내려와라’고 외치고 있다. 현재 한국노총도 파업에 동참하고 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조합원을 합하면 200만명 가까이 된다. 여기에 야권과 시민사회, 국민들의 지지가 있다. 앞으로 권력의 잘못된 정책과 폭력 행위에 대해선 조합원들의 조직적 결의, 국민들의 지지를 통해 대처해 갈 것이다.

최규재 기자 visconti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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