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인터뷰> 민변 ‘민주주의수호비상특별위원회’ 위원장 최병모 변호사-2




선거 통해 권력 잡았다는 건 주권자인 국민들 비판 받겠다는 것
진짜 북한서 내려온 간첩들 오히려 처벌받지 않는 황당한 상황
절망감의 반영인 ‘안녕들하십니까’ 현상, 앞으로도 지속될 것
박정희때 만든 의료보험체제, 민영화 말고 아버지 공 이어야






- 현 정권은 대체적으로 반대파에 민감한 것 같다. 이명박 정부보다 더 단호한 상황이다. 입장이 다르면 곧바로 탄압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데.
▲ 출마를 하고 선거를 통해 권력을 잡았다는 건 국민들의 비판을 받겠다는 각오이기도 하다. 법률상 지위가 다르지만 국민 개개인은 국가기관과 동등한 위치에 있는 주권자이기 때문이다. 어떤 비판이라도 받을 각오가 아니면, 그것을 감수할 각오가 돼있지 않으면 나오면 안 된다.
예전에 케네디가 죽었을 때, 당시 부통령이었던 존슨이 암살 배후 있다는 얘기가 일부에서 제기됐다. 신문의 칼럼니스트가 존슨을 살인자로 지칭했다. 그 기사 보고 존슨이 ‘선 오브 비치’라고 했다. 나중에 그게 문제가 돼 존슨이 오히려 사과를 했다. 거기에 대놓고 욕을 한 건 아무리 부통령이라도 금도를 넘어선 것이라고 본 여론 때문이다. 민주주의 국가에 있어 언론의 영역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비판 받기 싫으면 자기가 그 자리에서 내려오면 그만이다.  

- 최 변호사는 그동안 국가보안법 문제 등 시국사건의 중심에 있었다. 진보 진영의 종북 문제, 사회주의 문제 등을 어떻게 생각하나.   
▲ 소위 신자유주의에 반하는 말이나 행동을 하면 공산주의자로 매도된다. 공산주의 사상 자체를 입에도 올려선 안 되는 상황이다. 현재 한국의 상황이 이렇다. 북한에 대해 공격적인 발언을 안 한다는 것 자체가 범죄로 매도된다.       
사회주의 사상은 어찌되었든 20세기 가장 중요한 사상 중 하나다. 그것을 무조건 덮어놓고 들여다보지 말라는 건, 그 자체로 문명국가가 할 일이 아니다. 사회주의로부터 받아들인 제도도 많다. 소위 노동조합제도도 사회주의에서 나온 것이다.
경제적 관점에서 흔히 자유를 강조하면 보수이고, 평등을 강조하면 진보라고 본다. 경제적으로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로 나눌 수 있다. 이 두 가치가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인데 그게 지금 격렬하게 대립하고 있다. 여기엔 또 분단이라는 문제가 제기된다. 진보가 북과 연계된다는 논리다. 사회주의 얘기하면 보수 쪽에선 북한과 연계시킨다. 
논리적으로 보면 북한은 독립국가다. 누가 뭐래도 독립국가다. 공안검사들이 아무리 반국가단체라고 100번을 말해도 북한이 국가인 건 변함이 없다. 북한이 아니더라도 탈레반 정부라든지 비합리적인 종교적 열정에 의해 통제된 사회가 있다. 아프간 비판하지 않으면 넌 진보고 나쁜 놈이다? 이렇게 말하진 않는다. 왜 유독 북한만을 하는가. 그런 강요된 사회에 살고 있고, 북한을 기준으로 공안몰이가 계속되고 있다.
진보 쪽에서 북한을 옹호하거나 지지하는 건 아니다. 다만 북한은 북한이고 우리는 우리다. 왜 끌고 와서 대답하라고 강요하느냐는 것이다. 물론 진보 진영 내에 북한에 대한 내재적 관점도 있다. 북한은 선택의 여지가 없어 지금 저렇게 살 수밖에 없다는 관점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게 종북이나 범죄가 될 수는 없다. 황당한 건 진짜 북한에서 내려온 간첩들은 오히려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정치적 이유로 예외 없이 다 사면됐다. 그리고 지금까지 남쪽 사람들과 연계된 국가보안법 사건은 대부분 조작이고 가공된 사건이다. 

- ‘안녕들하십니까’ 현상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 타인에 대한 배려라는 건 자기생존이 일단 전제돼야 한다. 97년 이후 신자유주의가 기승을 부렸다. 불경기가 계속되고 있다. 뻔하다. 재벌 몇몇은 해외 수출해서 돈을 벌어온다. 하지만 그 돈, 국민들에게 안 돌아온다. 계속 쥐어짜면서 임금을 줄인다. 내수경제에서 돈 쓸 사람이 없다. 이게 장기화 되면 공황으로 가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안녕들하십니까’가 반향을 일으킨 것 같다. 공적인 일에 대해 스위치를 끄고 자기 앞길 개척하느라 다들 바쁘지만, 한번쯤은 자신의 삶과 국가의 미래를 고민할 수 있는 기회가 된 것이다.
달리 보면, 정치시스템이 사회를 개선할 능력이 없을 것이라는 절망감이 반영된 것 같다. 어떤 놈이 뭘 하든 뭐가 다르겠느냐는 절망이다. 혁명적 상황이 오지 않는 이상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정상적이지 않다. 제왕적 대통령제다. 부통령도 없는 상황에서 대통령 하나 뽑아 놓고 너 혼자 마음대로 하라는 체제다. 이것은 시스템이 정치를 하는 게 아니라 사람이 정치를 한다. 삼권분립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도 제대로 된 제도를 반영할 수 없다. ‘안녕들하십니까’라는 말은 다른 언어 표현으로 앞으로도 계속 나올 수밖에 없다.

- 체제를 바꾸려면, 근본적으로 무엇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 바꾸는 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교육이 특히 중요하다. 교육이라는 게 글 읽고 쓰는 것만이 아니다. 그건 그저 기초다. 6년만 배우면 충분하다. 훌륭한 예술가가 되거나 문인이 되는 건 스스로 공부하면 된다. 그런데 민주주의를 하려면 정치를 가르쳐야 한다. 정치철학을 초등학교 때부터 배우게 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고등학교, 아니 대학 졸업할 때까지 정치토론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것 하면 빨갱이 아니냐, 반체제 아니냐 이런다. 이게 일제시대 일본 사람들이 하던 짓이다. 늘 억눌려왔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너 자신에 관한 일은 네가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이명박 정권 5년부터 지금까지 민주주의는 후퇴돼왔다. 이런 상황이 오지 않아야 한다. 가능하다면 말을 배우며 정치교육을 같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국만 해도 고등학교 때부터 토론한다. 프랑스나 독일 쪽은 어렸을 때부터 교육시킨다. 민주시민으로 만드는 유일한 방법은 교육밖에 없다.
우리 초등학생들도 이승만이 옳은지 잘못 한 것인지, 그런 것 따져야 한다. 고구려, 백제만 배워선 아무런 소용없다. 지금 박근혜 대통령이 잘하는지 못하는지도 초등학교 때부터 토론해야 한다. 정치 허무주의만 부추기는 이런 식의 교육, 삼권분립 정도만 인식하는 사람들은 자기 생업에 매몰되면 ‘어떤 놈이 해도 똑같다’고 말할 뿐이다.

- 한국의 정치 시스템, 무엇이 문제라고 보는가.
▲ 영국, 미국 등과 마찬가지로 양대 정당만 남고 나머지 군소정당이 힘을 못 쓴다. 소선거구에서 한 사람 뽑으면 정책 정치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무슨 짓을 해도 당선되는 상황이다. 성추행을 하던 뇌물을 받든 다시 당선된다. 정책에 의해 사람을 뽑지 않는다. 새누리당과 민주당 외엔 아무것도 없다. 저 끝에 통진당, 노동당 등 이렇게 있다. 이런 상황에선 정치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권이 민주당으로 바뀌어도 개선되지 않는다. 민주당, 10년 해먹었지만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다. 비슷하다. 똑같이 신자유주의를 신봉한다. 그래서 유럽식 비례대표제를 도입해야 한다. 그것 아니면 방법이 없다. 
네덜란드나 스웨덴처럼 100% 비례대표제를 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의 의사가 반영된다. 하나의 정당이 50% 넘게 장악하는 상황이 안 생기며 필요할 때마다 연정을 구성할 수 있다. 우리는 단순 다수제 민주주의다. 한 석이라도 많은 쪽이 다 먹는다.
독일식은 차선이고 최선은 스웨덴 식이다. 하지만 일단 독일식 정당명부제라도 일단 진입해서 소수정당이 목소리 내면 2분의 1을 초과한 정당이 사라질 수 있다. 그런 식으로 선거가 이뤄지고 국회에 작은 정당들이 진입하면, 역사가 바뀔 수 있다. 역사라는 게 그렇다. 아주 작은 우연의 계기로 바뀐다. 바꾸는 게 그리 어려운 게 아니다. 국회법만 바꾸면 된다.

- 각종 민영화 문제가 논란이다. 그런데 1야당인 민주당은 크게 동요하지 않는 듯한 인상인데.
▲ 민주당은 개념이 없다. 노무현 정권 때부터 민영화수순을 밟아왔다. 의료라는 건 근본적으로 서비스 자체가 공공의 성격이다. 사람의 생명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걸 산업으로 여기는 건 생각 자체가 없는 것이다. 치료 표준화? 절대 안 된다. 미친 짓이다. 의료산업화는 불가능할뿐더러 산업화 하는 순간 공공성이 깨진다. 제약 산업은 산업화가 가능하다. 그건 산업화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예를 들어 비아그라 하나 만들려면 몇 조원 들어간다. 그건 정부가 나서야 하고 산업화를 해야 한다. 하지만 의약 분야만큼은 민영화 돼선 안 된다.
지금 미국의 경우 우리나라보다 치료비가 40배 높은 분야도 있다. 의료가 민간자본이 끼어들면 민간기업은 이윤추구가 일차적 목적이다. 국가보조금도 지급될 이유가 없다. 이윤 안 생기면 없앤다. 그렇게 되면 서민들은 죽어난다. 통제가 안 된다. 그야말로 죽음으로 가는 것이다.
유럽은 공공의료다. 영국조차 80년대 민영화바람 불 때 의료분야는 손가락도 안 됐다. 현재 우리나라 의료보험 시스템은 유럽에서도 기적에 가까운 신기한 제도라고 한다. 그래서 한국형 의료보험시스템을 연구하는 외국 학자들도 있다. 이 정도로 싼 값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보험, 쉽지 않다. 다만 보장률이 60% 수준이라는 게 문제다. 이걸 90% 수준까지 올리면 최고의 의료보험이 된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민영화하겠다니, 미친 짓이다.

- 민영화와 관련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 야권과 시민사회의 ‘철도 민영화 금지’ 입법 제안을 받아들여야 한다. 솔직히 그걸 받아들이고도 그 금지법을 나중에 깰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정말 막가자’는 식인데…. 대화 자체를 거부하니 도무지 답이 안 나온다. 
그리고 현재 의료보험 체제는 박정희 정권의 공이다. 프러시아 비스마르크가 의료보험, 실업보험 등을 시작했다. 이렇듯 보수정권이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노동자들을 끝까지 부려 먹으려면 노동자들에게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갖춰져야 한다는 전략 때문이다. 복지국가 체제랑 다르지만 어찌되었든 보수시스템이 그 체제 안에서 유지하려고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걸 망가뜨려선 안 된다. 취사선택해서 소중한 것은 가져가야 한다. 박정희 정권이 만든 것이지만 결과적으로 이건 박정희 정권의 소중한 자산이며 공이다. 이걸 박근혜 정권이 망가뜨리면 결과적으로 아버지의 업적을 훼손하게 되는 것이다. 의료를 민영화 할 게 아니라, 의료보험 체제의 부족한 면을 채워야 한다.

최규재 기자 visconti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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