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파괴 사업주들’ 주식배당 챙기며 연일 ‘잔치’

지난달 31일 발표된 대기업 총수의 연봉 수준은 한국사회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뚜렷이 드러냈다. 그룹 총수 중 연봉 1위를 기록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300억 이상의 연봉을 받고 있었고,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등도 130~140억 원에 달하는 연봉을 받았다.

그동안 노조파괴 사업장의 사업주들은 노동자들이 고액연봉을 받고 있음에도 불법파업을 이어가고 있다고 비판해 왔다. 노동조합의 투쟁으로 회사의 경쟁력 저하를 토로하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하지만 최근 공시된 기업별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사업주의 우려는 기만적이다. 만도와 한진중공업, 유성기업, 상신브레이크 등 일명 ‘노조파괴 사업장’의 사업주들은 예외 없이 억대 연봉과 주식배당금을 챙겨가며 연일 ‘잔치’를 벌이고 있었다.

만도 등기이사인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은 51개 그룹 등기임원중 ‘연봉 TOP30위’ 안에 진입했다. 정몽원 회장은 지난해 한라그룹 계열사인 (주)만도로부터 연봉 23억 8800만 원을 받았다. 한라그룹에서는 연봉 9억 7588만 원을 지급해, 지난해만 총 33억 6000여 만 원의 연봉을 챙겼다. 이로써 정 회장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을 제치고, 그룹 등기임원 연봉 TOP30위 중 23위를 차지했다.

정 회장의 고액 연봉은 의아한 점이 너무 많다는 지적이다. 그는 지난 2012년 만도 대표이사 회장 자리에서 물러난 뒤 대외적으로 만도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단지 ‘등기이사’인 그는 전문경영인인 신사현, 성일모 대표이사보다 약 3~4배 정도 연봉이 높았다. 특히 정몽원 회장과 신사현 대표이사 등 만도 경영진들은, 지난해 부실 자회사인 한라건설에 3,385억의 ‘현금퍼주기’에 나서 노조와 시민단체로부터 배임혐의로 고발당하기도 했다.

만도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주주들도 경영진이 기업 가치를 훼손하고 주주의 권익을 침해한다며 반발했다. 지난달 4일에는 만도 주주총회에서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은 ‘한라건설 유상증자로 기업가치를 훼손했다’며 신사현 대표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 반대 의결권을 행사한 사례도 있다.

기업 가치 훼손 책임론에도 정몽원 회장은 수십억 원대의 연봉과 주식배당금까지 챙겼다. 지난달 31일 만도가 공시한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정몽원 회장이 현금으로 받은 주식 배당금은 16억 6470여 만 원에 달한다. (주)만도에서만 지난해 40억에 달하는 연봉 및 주식배당금을 챙겨간 셈이다.





이와 관련해 만도 관계자는 “직원, 이사, 등기이사, 대표이사 등 다 하는 일이 있다. 회장님은 등기이사로서 (연봉) 23억 8800만 원을 받은 것”이라며 “이 중 작년에 대한아이스하키 협회에 20억 원을 사재 출현했다”고 밝혔다.

앞서 만도는 2012년 7월 휴가를 앞두고 돌연 공격적 직장폐쇄를 단행하고 현장에 용역을 투입했다. 직장폐쇄 기간에는 금속노조 만도지부 조합원들을 상대로 기존노조 탈퇴 밀 기업노조 가입을 종용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직장폐쇄 철회 직후에는 곧바로 금속노조 만도지부에 단협해지를 통보하고 기업노조와 교섭에 들어갔다. 직장폐쇄-용역투입-복수노조 설립-기존노조 탈퇴 종용-단협해지 등 이른바 ‘노조파괴 시나리오’가 적용된 사례다.

또한 사측은 교섭대표노조인 금속노조 만도지부와의 교섭을 해태하고, 기업노조 조합원에게만 특별격려금 750만원을 지급하기도 했다. 정몽원 회장은 노조파괴 시나리오가 마무리됐던 2012년 10월, 만도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했다.

경영상의 어려움으로 대규모 정리해고 사태를 야기했던 한진중공업 총수도 수억 원대의 연봉을 받고 있다. 경영상의 어려움으로 3년 넘게 현장 복귀를 하지 못한 채 ‘휴업자’ 신분으로 살고 있는 노동자들과는 상이한 행보다.

2010년 한진중공업의 대규모 정리해고는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의 크레인 고공농성과 다섯 차례의 ‘희망버스’로 사회적 이슈가 됐다. 사회적 합의를 통해 해고자 현장복귀 합의가 이뤄졌지만, 3년 넘게 휴업자 신분으로 복직을 하지 못한 조합원도 다수 존재한다. 2011년에는 최강서 열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지난달 26일에는 희망퇴직자가 자살하는 등 총 3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달 31일 공시된 한진중공업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작년도 한진중공업의 주당순이익은 마이너스 2000억 원을 기록했다. 경영 상태가 악화되면서 주식 현금배당 수익도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등기이사로 등록된 조남호 회장 등 4명의 평균 연봉은 1억 7000만원 가량이었다.

하지만 조남호 회장의 주식 배당금과 억대 연봉은 ‘한진중공업’이 아닌 또 다른 루트를 통해 확보됐다. 조 회장은 지난해, 한진중공업의 지주회사인 ‘한진중공업홀딩스’를 통해 7억 5720만원에 달하는 연봉을 받았다. 매달 6310만 원의 월급을 받은 셈이다.

대표적 노조탄압 사업장인 유성기업과 상신브레이크 등도 사정은 비슷하다. 유성기업의 유시영 회장과 그의 부친 유홍우 명예회장 등 4명의 등기이사들은 작년 한 해 총 5억 7800여 만원의 연봉을 받았다. 현재 자본시장법에 따라 5억 원 미만의 연봉을 받는 임원의 보수는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이들 4명의 연간 평균 연봉은 약 1억 4450만 원으로 나타났다.

한편 10년 넘게 불법파견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있는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은 지난해 140억 원의 연봉을 받았다. 삼성전자 권오현 부회장(67억 7000만 원)과 신종균 사장(62억 1000만 원), 윤부근 사장은 (50억 9000여 만 원)도 연봉 순위 10위권 안에 모두 들었다. 삼성전자는 최근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탄압과 위장도급, 위장폐업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공민재 기자 selfconsole@naver.com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