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자살, 삼성전자노조 무기한 투쟁 돌입

노조탄압에 시달려 온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가 또 다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했다. 노조 측은 노조 탄압으로 인한 억울한 사망이라며 20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농성을 벌이고 무기한 투쟁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날 저녁 삼성 본관 앞에서 촛불 집회를 열기도 했다.

지난 17일 염모 씨(34세,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양산센터분회 분회장)은 강원도 강릉시 강동면 해안도로 인근 지점에 세워진 아반테 승용차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발견 당시, 차 안에는 염 분회장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유서가 남아 있었다.

염 분회장은 ‘삼성서비스지회 여러분께’라는 자필 유서를 통해 “저는 지금 정동진에 있습니다.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우리 지회가 빛을 잃지 않고 내일도 뜨는 해처럼 이 싸움 꼭 승리하리라 생각해서”라며 “아무것도 아닌 제가 여러분 곁에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기쁨이었습니다”고 밝혔다.





이어 “더 이상 누구의 희생도 아픔도 보질 못하겠으며 조합원들의 힘든 모습도 보지 못하겠기에 절 바칩니다. 저 하나로 인해 지회의 승리를 기원합니다”라며 “저의 시신을 찾게 되면 우리 지회가 승리할 때까지 안치해 주십시오. 지회가 승리하는 그 날 화장해 이곳에 뿌려주세요”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또한 그는 “00조합원의 아버지가 아직 병원에 계십니다. 병원비가 산더비처럼 쌓여 있습니다. 협상이 완료되면 꼭 병원비마련 부탁드립니다”라며 “언제나 여러분 곁에 있겠습니다. 승리의 그 날까지 투쟁!”이라고 마지막 메시지를 남겼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 관계자는 “사측의 노조 탄압으로 염 분회장이 힘들어 했다. 일감을 주지 않아 생활고에도 시달렸다”며 “삼성의 노조탄압이 또 한 명의 노동자를 죽였다. 삼성전자서비스 전 조합원은 고인의 죽음에 애도를 표하며 고인의 뜻과 밝은 미소를 잊지 않고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인이 된 염 분회장은 1979년 출생으로, 지난 2010년 6월 삼성전자서비스 양산센터에 입사했다. 방문수리 기사로 일해 온 그는 건당수수료제, 극심한 감정노동 등을 견디지 못하고 2012년 10월 한 차례 퇴사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3년 2월, 사측의 요청으로 재입사를 했으며 같은 해 7월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에 가입했다. 작년 8월부터 양산센터분회 분회장으로 활동해 왔다.

고 염 분회장은 지난 9일부터 ▲임단협 쟁취 ▲생활임금 쟁취 ▲노조탄압 중단 등을 요구하며 무기한 파업에 돌입한 상황이었다. 12일부터 14일까지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상경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튿날인 15일 새벽, 돌연 실종돼 동료들이 신고를 한 상태였다.

한편 삼성전자서비스에서는 지난해 9월 27일, 칠곡센터 소속 AS기사인 고 임현우(36) 조합원이 과다한 업무와 실적압박 스트레스 등에 시달리다 뇌출혈로 사망했다. 약 한 달 뒤인 지난해 10월 31일에는 천안센터 AS기사인 고 최종범(33) 조합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사망 전 협력사 사장에게 심한 욕설 및 폭언을 당했으며, 사측의 노조탄압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에 시달려 왔다. 최종범 열사는 죽기 직전 “그동안 삼성서비스 다니며 너무 힘들었다. 배고파 못 살았고 다들 너무 힘들어서 옆에서 보는 것도 힘들었다”며 “전태일님처럼 그러진 못해도 전 선택했다. 부디 도움이 되길 바란다”는 마지막 메시지를 남겼다.

최규재 기자 visconti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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